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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보도자료] 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246_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능력이 조직역량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3.13
조회수
621

A와 B 두 사람이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자. 

 

A: 산수유와 매화가 활짝 피었네. 어제만 해도 꽃이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오늘은 모든 꽃봉오리가 꽃잎을 틔웠어.

 

B: 근데 봄꽃은 역시 매화지. 꽃도 예쁠 뿐만 아니라, 또 열매도 쓸모가 많지 않아?

 

두 사람은 같은 대상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야기 내용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A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B는 본인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누가 보아도 똑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의견은 말하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은 그래서 객관적이라 하고, 의견을 주관적이라 한다. 우리가 대화를 할 때는 사실과 의견을 섞어서 표현한다. 그러나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의견인지 제대로 구분하지 않으면 큰 낭패가 생길 수 있다.

 

장 사장은 공장에 외국인 노동자를 여러 명 두고 있었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 한 명이 회사 출근을 제대로 하지 않아 해고하였다. 아니, 외국인이 출근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인사담당 직원이 외국인이 출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하여 해고한 것이다. 그런데 해고된 노동자는 며칠 후 노무사와 함께 회사로 찾아와 부당 해고라고 따지고 들었다. 장 사장은 자초지종을 따져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을 알아본즉슨 그 노동자는 몸이 안 좋아 병가를 내고 있었는데 인사담당자를 만나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이야기했을 뿐 회사를 나간다는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들은 인사담당자는 이 노동자가 계속 일하기 힘들 것이라고 스스로 판단하여 자신의 의견을 사장한테 이야기했던 것이다. 장 사장은 그 직원이 이야기한 것을 노동자가 이야기한 것으로 오해했던 것이다.

 

리더는 직원이 이야기할 때, 사실과 의견을 분명히 구분해서 이야기하도록 버릇을 들이는 게 좋다. 비록 미진하더라도 객관적으로 파악한 사실은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자신이 추측하거나 짐작한 것은 자신의 생각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도록 말이다. 그러니까, “제 생각에는...” “이거는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만...” “저는 그렇게 짐작합니다만 사장님께서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

 

리더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의 이야기 중에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의견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 D 사의 김 상무는 직원에게 지시할 때, 최대한 이 점을 분명히 하려고 한다. 말하자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김 대리, 거래처에서 납기를 1주일이나 당겨달라고 연락이 왔는데, 내 생각에는 우리와의 거래를 줄이려고 빌미를 잡으려 하는 것 같은데 김 대리가 가서 잘 좀 알아보고 나한테 보고해 줘요.” 이렇게 말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는 자신의 의견인지 분명히 밝혀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능력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조사가 있어 걱정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를 측정하여 발표하는 평가보고사(PISA)가 지난 2021년에는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을 다루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15세 학생(중3이나 고1)의 읽기 실력은 좋은 편이다. 읽기 영역에서 평균 점수가 514점으로 OECD 37개 회원국(평균 점수: 487점) 중 5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어떤 문장을 보여주고 이것이 사실을 표현한 것인지 의견을 표현하는지 알아맞히는 문제에서는 정답률이 25.6%로 나왔다. 이는 OECD 평균 47.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역량이 미국은 69.0%, 영국은 65.2%나 된다. 이러다 보니 우리 학생들은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실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사기성 문자메일(피싱 메일)을 가려내는 능력도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인터넷에서 정보가 넘쳐나고 있으며 가짜 뉴스와 사기성 메시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의 진위를 가리고, 정보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글자를 읽느냐 못 읽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글이 사실인지 의견인지를 가릴 수 있어야 하고, 또 의견이 진정성 있는 의견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한 차원 높은 문해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해력이 곧 조직의 역량이다. 리더는 평소 대화 습관에서 이를 길러야 한다.

 

choyho@ajou.ac.kr


[원문보기] [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41]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능력이 조직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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