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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지:문] 떨며, 떨리며, 시민이 연대하는 법 - 수원 시민기획단 ‘나침반’ 활동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2.01.12
조회수
1695

예측과 계획이라는 게 조금은 무의미했던 2021년 연말은 새해의 방향이 영 가늠되지 않는 때였다. 이럴 때 ‘나침반’이라는 이름의 모임이라니, 뭔가 영감을 얻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수원 글로벌평생학습관의 모임방 ‘고고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곧 그 기대는, 완벽하게 충족됐다. 수원 글로벌평생학습관에서 강연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기록하는 시민기획단 ‘나침반’은 이미 2022년의 방향을 확고하게 잡고 있었다. 이 혼돈의 시기에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단단하게 움켜쥐고 있는 것일까. 세상의 문제에 조금은 무심했던 주부들을 사로잡은 건, 다름 아닌 #책, #연대, #서로 살핌이었다.

책은 거들 뿐, 시민이 나서면 다르다

시작은 소소하게 책 읽기와 공부였다. 2013년부터 수원시 글로벌평생학습관에서 취미, 인문학, 예술 등 다양한 강의를 듣다 보니 낯익은 얼굴들이 생기는 중이었다. 계기는 중첩적이었다. ‘독서 토론 진행자 과정’, ‘글항아리 안다미로’, ‘거북이공방’ 등 여러 모임에서 교차된 7인의 인연들이 당시 김재민 연구원(현 평생학습팀장)의 제안으로 ‘시민기획단 나침반’의 창단 멤버가 됐다. 그로부터 만 6년. 50여 회의 강연을 기획하고 진행해 온 ‘나침반’은 수원을 대표하는 시민기획단으로 성장했다.

‘우리가요?’라는 표정이지만, 할 이야기가 무척 많아 보이는 단원들을 모임방 ‘고고장’에서 만났다. 단장 신연정(닉네임 다름), 전(前) 단장 김정희(붕어빵), 5개월 차 신입이자 홍보담당인 권미숙(꽁미), 공연 담당 안수희(수수), 전(前) 총무 노윤영(봄봄), 이날 참석하지 못했지만 총무 및 공간 담당 박순옥 씨까지 총 6명, 오래 합을 맞춰온 사이인데도 마치 처음이라는 듯 경청하는 태도가, 이들이 평소를 짐작하게 한다.

노윤영 | 기본은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작가를 모시는 건데, 책 얘기하는 걸 되게 즐겨 해요. 각자의 관심사가 다르니까 현재성이 있는 주제를 찾아도, 그걸 하나로 좁히고, 작가를 찾아내는 데 회의의 50~60%를 소진해요. 또, 작가를 선정하면 직접 만나러 갔어요. 저희가 초대한 작가들은 상아탑에서 갇혀 계신 분들이 아니라 대부분 삶에서 활동하는 분들이셔서 뵙기도 너무 편한 거예요. 그러다보니 강연자와 저희가 호흡이 잘 맞아서 강연 분위기가 좋고, 오시는 분들도 좋았다는 후기를 남겨 주니까 뿌듯해요. 그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안수희 | 기억에 남는 분이 계신데, 굉장히 샤이한 남자분이시고 약간 말 붙이기 어려운 분이셨는데, 나중에 보니 후기를 너무 소중하게 써 주시는 거예요. 좋은 강연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어쩌면 평범하신 내용이었지만, 그분이 써 주셨기 때문에 저한테 되게 소중했어요. 나침반 강연을 기다리는 분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됐어요. 항상 나침반 강연을 준비할 때는 ‘그분’이 듣고 싶어 할까, 이렇게 생각나는 몇 분이 계세요.

2015년 가을 첫 북콘서트(『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8회 차 강의(주제 : 지금 여기, 사람답게)를 기획하게 되었을 만큼 시민기획단 나침반의 추진력은 힘찼다. 정치 참여, 노동, 장애, 돌봄, 생태, 여행, 공동체, 교육, 빈곤, 연대 등 키워드는 다양하지만 점차 나침반만의 일관된 방향성이 잡히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수원문화재단과의 협업으로 8회 차 기획 강의(감수성 울림 : 아프다고 말하기, 괜찮냐고 말걸기)뿐 아니라 처음 시도해 본 책거리 파티까지 큰 호응 속에 치러냈다. ‘2018 수원학 콘텐츠 공모전’에서는 장수한 책읽기 모임을 소개하는 기록물로 수원스토리텔링 부분-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까지 거두었다. 시기적으로 지자체마다 시민기획단의 활동에 관심과 기대가 컸던 2018년은 나침반의 외연이 크게 확장된 해로 기억된다.

2020년 코로나가 퍼지면서 평생학습관이 일시적으로 폐쇄되기도 했지만 시민기획단 나침반은 사실 더 바빴다. 수원문화재단과의 협업으로 2020년, 2021년에 걸쳐 두 차례 ‘수원 문화재 야행’의 토크 살롱을 기획해 총 12회의 강연을 유튜브 라이브로 송출했다. 인문도시주간 행사로 ‘오! 인문도시 포럼’을 진행하기도 했다. 기관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닌, 그저 시민들의 모임인 나침반의 강연은 뭐가 다르기에 이토록 많은 관심(과 그만큼의 일)이 따라오는 것일까?

신연정 | 보통 인문 강연하면 떠오르는 분들이 있지만, 저희는 먼저 문제의식을 가져요. “바꾸어야 할 게 뭐가 있을까?” 하고요. 예를 들어 집에 20대 자녀가 있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있다면, 그 염려가 어디서 올까 생각하죠. 그게 바로 노동의 문제거든요. 그럼 그 문제에 천착한 작가들을 찾아서 강연에 초대합니다. 그러니까 주제 선정 자체가 굉장히 생활 밀착적인 거죠. 기본적으로 세상을 어떻게 좀 달리 볼 수 있을까, 지금의 이 시스템은 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약간 삐딱함이 장착돼 있어요.

나침반 모임은 (공식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단톡방은 쉬지 않고 돌아간다. 각자의 더듬이로 찾아낸 것 중에서 ‘이거 괜찮겠다’ 싶은 것이 생기면 그냥 던지고, 공감대가 형성되면 이야기가 막 쏟아진다. 약속한 것도 아닌데, 다들 같은 시사 잡지를 정기구독하고, 독서클럽 활동을 하고, 댓글 창에서 누구보다 열심이다. 나중에야 서로를 알아보고 놀라기도 한다. 지금 단원들이 함께 읽고 있는 책은 『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인데, 돌봄에 관한 책이다. 가장 현재성을 가진 문제이고, 발전되면 다음 강연의 주제가 될 것이다.

인문학이 낳고 기른 그 이름, 시민

평소에 얼마나 책을 많이 읽느냐는 질문에 한 사람에게 시선이 몰렸다. 어서 ‘책밍아웃’하라는 재촉에 밀려 전(前) 단장인 김정희 씨가 체념하듯 말했다. “네. 맞아요. 요즘은 한 달에 20권쯤 읽어요. 그래서 힘들어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세 아이의 엄마로 힘에 부칠 때가 많지만 도저히 줄여지지 않는 다독의 습관이다. 다른 단원들도 마찬가지다. ‘6년이면 로스쿨에 다닌 거랑 마찬가지다’, ‘글로벌평생학습관 다니더니 하버드라도 갈 거냐’ 등 가족들은 농 어린 타박쯤은 하나씩 달고 산다. 항상 ZOOM을 켜 놓고 앉아있는 엄마, 밥 먹고 나면 서재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 아내, 딸 생일에 주인공보다 늦게 오는 엄마, 급기야 ‘정서적 이혼을 당했다’는 무서운 말(?)까지 들었다고. 가족들은 뭔가에 푹 빠져버린 엄마와 아내에게 서운하다면서도, 내심은 자랑스러워한다. 책은 그녀들을 간서치(책만 아는 바보)로 만든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 성숙시켰다. 다른 시민들과 더 넓게 연대하기 위해 나침반 단원들을 읽던 책을 내려놓고 수 없이 모임방으로 달려오기를 반복했다.

김정희 | 주로 육아를 하다가 30대 중후반에 학습관 읽기 모임에 가게 됐어요. 책도 안 읽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니까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인문학 강연을 듣기 시작했고 독서토론 진행자 후속 모임에도 참가하면서, 진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몇 년을 살다시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안에 있던 시민이라는 정체성이 올라오더라고요. ‘내가 시민으로서 어떻게 해야 되지’라는 생각, 넓게 보면 어차피 사회 문제, 정치 문제가 다 제 문제고…, 모든 게 나랑 다 연결돼 있구나 싶으면서 몇 년 사이에 정말 시선이 확 바뀌었어요. 풀뿌리 민주주의를 말로만 듣고 교과서 내용인 줄로만 알았는데, 시민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되지 않고, 시민이 있어야 세상이 뭔가 좀 변할 수 있겠더라고요.

권미숙 | 시민기자로 일하면서 5살 아기를 키우고 있는데, 전에는 정말 제 관심 분야만 알고, 주로 정보나 미담 취재를 했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돌봄, 가난 그리고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존재, 그런 가슴 먹먹한 이야기들을 처음 알게 되면서 받은 충격이 너무 컸어요.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몰랐던 거죠. 나침반에 합류한 지 아직 5개월 밖에 안됐지만 이 모임을 기준으로 제 지식과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이 그 전과 후로 나눠져요.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엔 책을 고르는 기준도 많이 바뀔 것 같고 그리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어서 더 낮아질 것 같아요. 취재할 때도 남들 듣기 좋은 뉴스만 쓰는 게 아니고 필요한 기사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책 공부에 흠뻑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에게 책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삶에서 꺼낸 문제를 함께 고민할 누군가를 찾아내는 수단일 뿐이다. 한 사람의 전문가가 아니라 6명의 시민들이 함께 파헤쳐낸 덩어리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많은 시민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연대할 수 있는 작가를 만나면 단원들은 작가의 전작을 다 읽어 버린다. 강연 전에도 찾아가 만나지만, 강연 후에도 또 찾아간다. 그러면 더 반가워하고, 끈끈해진다. 같은 일을 한다는 연대의식은 이렇게 공고해진다. 나침반이 성장하는 동안, 나침반과 함께 했던 작가들도 성장했다. 유명하지 않던 시절에 나침반의 강연 초대를 받고 떨면서 말했던 작가들은 지금 대부분 자기 분야에서 오래 천착해 온 활동가로 인정받고 있다. 나침반은 그 이유를 끊임없는 고민과 포기하지 않는 행동, 그리고 연대에서 찾는다.

신연정 | 노들장애인야학 교사였던 홍은전 선생님은 예전에 글쓰기 강연 때 뵈었는데, 지금은 『그냥 사람』 책을 내고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세요. 이분의 성장을 생각해 보니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활동하면서 변신하시고, 그걸 포기하지 않으신 분인 거예요. 그런데, 대단한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도 없으세요. 그걸 보면서 ‘뭘 바꿔 나가는 게 되게 중요하구나. 어떤 권력이나 돈이나 명예나, 이런 걸 따라가면 절대 안 될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개인도 그렇고 우리 나침반도 그렇고, 끊임없이 변신을 해나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 변신을 결정하는 요인이 ‘더 높은 곳의 향해서’ 라든지, ‘엄청 멋진 것’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정말 우리의 욕구나 필요에 의해서 변신을 하되 아주 작아질 수도 있고 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맞아! 우리도 사라질 수 있다’고 전제하는 거죠. 그래야 활동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 모든 것이 휘발되지 않도록 나침반이 아주 중요하게 공이 들이는 부분은 기록이다. 웹진이나 온라인 카페에 강의 후기를 꼭 기록해 두고, 참여자들의 후기도 꼼꼼하게 살펴본다. 2018년 수원문화재단과 처음 협업하면서 큰 기획 강연을 진행했을 때는 아예 <오 마이 뉴스>에 기록을 남겼다. 세상에 아주 많은 읽기 모임이 있으니, 나침반은 조금이라도 다르게 가고 싶다. 이들의 꾸준한 기록은 그 ‘다름(현 단장 신연정씨의 닉네임이기도 하다)’을 위한 변신의 방법 중 하나다. 새해에는 수원 글로벌평생교육관에 남아 있는 공부 모임들이 코로나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살펴보고 기록해 둘 계획이다.

공간에 대한 기억, 그리고 아쉬움

활동의 안팎을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레 ‘터전’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살다시피’ 드나들었던 수원시 글로벌평생학습관에 변화가 생기면, 그에 속한 모임들도 영향을 받는다. 외부 협업과 줌 강의로 나침반이 코로나시기를 더 바쁘게 지나는 동안 글로벌평생학습관의 민간위탁 운영 주체가 희망제작소에서 아주대학교로 바뀌었다. 시민기획단에게는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수적인데, 이 공간과 관련된 의사결정에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김정희 | 길게는 10년 가까이 다닌 분들인데 공청회도 안 하고, 우리 목소리 한 번 반영 안 된 상태에서 급하게 바뀌었어요. 학습관이 저한테는 진짜 중요한 곳이거든요. 여기에 저의 모든 기록과 활동이 있고, 제가 시민으로 성장했던 곳인데, 한순간에 그냥 사라져버린 느낌이어서 개인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결국 학습관은 시민의 세금인데, 우리 목소리도 듣지 않고, 공공의 장소가 너무 쉽게 사라지거나 폐쇄해 버리고, 그들끼리 결정해버려요.


노윤영 | 이번 사태를 보면서 공간성에 많이 천착하게 됐어요. ‘고고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니까 조금 더 따뜻하게, 예쁘게 하고 싶어요. 오셨던 분들이 모두 너무 훈훈하게 돌아가시니까 이 공간이 주는 의미가 커요. 작년에 ‘오! 인문도시 포럼’을 진행하면서 보니까 수원에 공간을 생각하는 활동가들이 많더라고요. 저희와 같은 고민이에요. 어떤 활동가의 곁에는 두터운 곁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바다랑 땅에도 갯벌 같은 완충지대가 중요하잖아요. 저희가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자신도 있어요. 같은 고민을 하는 활동가들과 주기적으로 연결해서, 다 같은 이야기 전달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자리는 있을 거예요.

책으로 만난 사이, 그들의 느슨한 연대

끝으로, 조심스럽게 보상이라는 단어를 꺼내어 봤다. 이렇다 할 활동비를 주는 것도 아닌데, 자기 에너지의 50~70% 이상을 쏟아 붓는 생활을 6년이나 계속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고. 아니나 다를까, 단원마다 육아와 아이들의 학업, 가족의 건강, 본인의 건강 등이 상수의 도전으로 작용한단다. 그 모든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길이 오로지 개인의 열정뿐이라면 안 되는 것이 아니냐며, 감히 보상의 대명사 ‘돈’을 이야기했는데, 그들은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이라고.

안수희 | 그렇긴 한데, 그 70%에서 한 40% 정도는 아마도 자족일 거예요. 그러니까 힘든 건 30%라고 봐야죠(웃음. 사방에서 ‘물타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 보람이 없으면 아마 선생님들도 안 하실걸요. 원래 감수성이 있으신 것 같아요. 어떤 문제를 봤을 때 같이 슬퍼할 수 있는 그런 에너지요. 그래서 서로 합이 맞는 거죠. 어떤 면에서 우리가 좀 같이 떨리지 않나? 그래서 나침반이지 않나 싶어요.
어떤 강의에서 물어보시더라고요. 이런 일을 하면서 참여 소득을 받고 싶으냐고요. 저는 받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제가 어떤 일에 참여한다면 그건 제 목적이 있는 거잖아요. 그걸 굳이 돈으로 환산된다면, 과연 얼마일 때 내가 만족스러울 수 있을까요? 그냥 내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자꾸 묻게 돼요. 사회에서 어려우신 분들이 많고, 그분들 덕분에 오늘 하루를 이렇게 잘 살아내고 있는데, 내가 이 정도를 하지 않으면 시민이 아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요.

노윤영 | 우리가 ‘책 친구’에서 ‘일 친구’가 됐다가, 지금은 그 중간에 있어요. 뭐 좀 느슨한 연대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성취감을 공통 감각으로 가지고 있으니까. 끈을 못 놓게 된 것 같아요. 그게 더 단단해진 건 기록의 글쓰기 덕분이에요. 글을 쓰니까 각자의 고민들이 내밀하게 다 보여요. 우리는 비밀에 다 안 사이인 거죠. 내가 묶인 위치에 나만 있는 게 아니라 테두리가 굉장히 넓다는 걸 저는 글을 통해서 알았어요. 다른 선생님들의 글을 통해서도 용기도 얻죠. 피로 묶인 게 아니라 글로 묶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결국, 사람이네요.


가만히 있어도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이 시대에 떨며, 떨리면서도 끝끝내 그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사람’이었다. 그 진동이 오롯이 전해져 튀어나온 말. 만약 수원 시민이었다면 바로 ‘가입 각’이라는 진심은 서울로 돌아와 수원시 평생학습관에 회원을 등록하는 걸로 이어졌다. 줌 강연으로 만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현실은 종종 웃프다. 홈페이지를 보니 나침반은 2022년 1월도 여전히 바쁘다. 일제 강점기부터 분단과 유신독재까지 부모와 아이들이 알아야 할 ‘기록한 역사 바깥의 역사’ 이야기를 그림책(『아기 포로』 김지연), 동화(『모르는 아이』 장성자), 서간문(『봄을 기다리는 날들』 안소영), 그래픽 노블(『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 김금숙)로 만나는 강연이 진행 중이다. 반응이 좋았던 강연자를 다시 초대하면서 자연스레 주제가 정해졌고, 진작 모시고 싶었던 작가와도 연결되어 내용이 풍성하게 정렬될 수 있었다. 끝으로 시민기획단 나침반이 스스로 밝히는 나침반은 이렇다.

시민기획단 ‘나침반’은 시민의 눈으로 책을 읽고 토론하며 저자를 만나고 강연을 기획합니다. 만남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또 다른 시민과 나눕니다.


※상기 내용은 지역문화진흥원 웹진 지:문 2022년 1월호에 실린 인터뷰 내용입니다. (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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