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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보도자료] 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79 - 어느 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느낄 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0.05
조회수
1817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K 씨는 평소 건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백신을 맞은 후 갑자기 안면 근육 마비증이 생기고 어지럼증이 발생하여 생활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병원치료를 하면서 직장생활은 겨우 재택근무로 이어가게 되었다. 한 달이 넘게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고통이 말이 아니다. K 씨에게 물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긍정적인 점이 있나요?” 그는 뜻밖에도 이렇게 대답했다. “많지요.” 

 

K 씨는 우선 ‘오늘의 소중함’을 알았다는 것이다. ‘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죽을 수도 있구나.’하는 것을 느끼는 순간, 살아있는 이 순간, 이곳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과거에는 현재를 곰곰이 음미할 시간이 없었다. 항상 먼 미래를 생각하며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것이 발전이고 성장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신체적인 고통을 느끼다 보니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 것이다.

 

다음으로 K 씨가 느낀 것은 ‘사람의 소중함’이다. 그는 자신이 아픔을 겪고 있다고 하니 주변에서 걱정을 해주고 위로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분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내 주변에 ‘진정으로 나를 생각해주고 나와 함께 해야 할 사람이 얼마나 있지?’ 하면서 휴대폰 주소록에 있는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살펴보았다. 주소록에는 2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K 씨는 과감히 정리했다. 결국 500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 분들에 대한 소중함은 더욱 커졌다.

 

그리고 세 번째로 K 씨가 얻은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너무 인색했어.’ 자신에 대해 별로 해준 게 없었다고 느낀 것이다. 자신이 힘들게 일했는데도 별로 위로도 안 해주었고, 보상도 안 해주었었다. 그래서 이제는 일단 자신에게 먼저 베풀기로 했다. 부인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여보, 이해해. 나를 위해서 티셔츠 하나 샀어.”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또 많은 것을 배운다. 좋은 것도 경험하고 나쁜 것도 경험하고, 또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충격을 입기도 한다. 책 한 권을 읽고 감동을 하기도 하고, 어떤 수업을 듣고 ‘맞아. 그거야’ 하면서 새로운 삶을 설계하기도 한다. 크게 보면 모든 것이 학습인데, 학습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누적적 학습이고, 다른 하나는 전환적 학습이다. 누적적 학습은 우리의 지식이나 역량을 계속 쌓아가고 늘려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좀 더 많이 알게 되고 좀 더 잘 하게 되는 과정이다.

 

전환적 학습(Transformative Learning)은 누적적 학습과 다르다. 살아 온 방향을 바꾸는 것이고,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다. 삶의 근간이 되는 철학이나 가치관 같은 준거(Frame)를 재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콜롬비아 대학의 잭 메지로우(Jack Mezirow: 1923-2014) 교수는 학습의 백미는 이 전환학습에 있다고 생각하고 1970년대부터 그는 이에 대해 연구를 하였다. 

 

메지로우 교수에 의하면, 전환적 학습은 남이 하란다고 해서 되지 않는다. 본인이 경험을 해야 하고 본인이 느껴야 한다. 그래서 큰 병을 앓고 난 사람이라든지,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들이 전환적 학습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경험을 한다고 해서 항상 좋은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K 씨처럼 바람직한 전환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큰 사고를 겪거나 어려운 일을 당하고 난 후에 기존의 가치관을 바꾸기는커녕 더욱 집착하고 폐쇄적으로 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낙담하고 좌절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전혀 학습을 못한 사람들이다.

 

문제는 성찰 능력이다. 자신을 바라보고,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하면서 생각해보는 능력이다. 성찰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기회가 있을 때 자신이 어떤 편견으로 살아왔는지, 어떤 것을 놓치고 살아왔는지를 금방 깨우치고 기존의 프레임을 바꾼다. 바꾸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차원이 높은 상위 프레임으로 자신의 프레임을 높여나간다. 자신만을 생각하다, 공동체를 생각하게 되고, 또 공동체를 생각하다, 지구 전체를 생각하게 된다면 그것은 프레임의 차원을 높여나가는 전환학습이다.

 

사람을 개발시킨다는 점에서 리더는 교육자이다. 부하들의 지식을 향상시키고 기능을 숙달시킨다면 그는 훌륭한 리더이다. 

 

그런데 더욱 훌륭한 리더는 부하들의 관점을 전환시켜주고, 새로운 가치관을 성찰시키는 리더이다. 가끔은 ‘왜 사느냐?’ ‘무엇이 소중한 것이냐?’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하고, 가끔은 전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고민을 하게 해야 한다.

 

choyho@ajou.ac.kr

2021.10.05

[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179]어느 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느낄 때:화성신문 (ih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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