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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보도자료] 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178 - 아는 걸 안다는 것,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것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9.28
조회수
1651

▲ 조영호 아주대학교 명예교수·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장     ⓒ화성신문

당신은 기억력이 좋은 편인가? 아닌가? 필자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 교수 중에 한 분은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셨다. 그분은 오래 전에 만난 분임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척척 기억해내셨다. 그분은 사람 이름뿐만이 아니라 차량번호도 잘 기억하셔서 몇 번은 누구 차인지 금방 알아내셨다. 필자는 그분의 기억력이 정말 부러웠다.

 

필자는 사람 이름을 잘 기억 못 하기 때문에 대신 주소록에 잘 기록을 해 놓는다. 과거에는 종이 수첩에 기록을 했지만 요즘은 휴대폰 연락처에다 한다. 그래서 뜻밖에 만난 사람의 이름이 기억이 안 날 때는 얼른 휴대폰에서 이름을 찾아내서 위기를 모면한다. 가끔은 상대의 특징적인 면이나 가족상황도 주소록에 기록을 해두고 아는 척을 한다. 그러면, 상대는 깜짝 놀라면서 “교수님, 기억력 참 좋으시네요.”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그럴 때면 좀 머쓱해짐을 느낀다.

 

2010년 EBS 다큐멘터리에서 고등학생 중 공부 잘하는 상위 0.1%의 비밀을 방송한 적이 있다. 성적 최상위 800명을 대상으로 이들과 보통 학생들을 비교하는 프로였다. 여기에서 참 재미있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이들에게 기억력 테스트를 했다. 상호 연관성이 없는 20개 단어를 잠시 보여주고 기억을 하라고 주문했다. 그러고는 실제 몇 개나 기억을 해 내는 지 알아보았다. 

 

그런데 단어를 다 보여준 다음에 자신이 몇 개를 기억했다고 생각하는지, 실제 기억하고 있는 단어를 쓰기 전에 그 숫자를 먼저 쓰게 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놀랍게도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숫자를 거의 그대로 알아맞혔다. 6개를 기억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 아이들은 실제로 6개를 기억하고 있었고, 10개를 기억하고 있다는 아이는 10개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통의 아이들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숫자와 실제로 기억하고 있는 단어 숫자 사이에는 편차가 컸다. 심지어는 6개까지 차이가 났다. 자기는 13개를 기억한 것 같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7개밖에 기억 못 해냈다.

 

기억을 하고 있는 것과 기억을 하고 있다고 아는 것은 좀 다른 것이다. 아는 것을 아는 것, 모르는 것을 모르는 것,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메타인지(Meta-cognition)라고 한다. 인지에 대한 인지, 즉 상위인지라는 뜻이다. 인간은 이 메타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능력, 이것은 대단한 것이다. “카라카스(남미 콜롬비아 수도)가 뭐죠?”라고 물으면 많은 분들이 “모르겠는데요.”라고 대답한다. 그것도 금방 말이다. 만일 컴퓨터에게 물어 본다면 자신이 저장하고 있는 자료를 전부 점검 한 후, “자료 없음”이라고 말할 터인데 말이다.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해보니 공부 잘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차이는 인지 그 자체 보다는 메타인지에서 나더라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안다는 뜻이다. 인지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이해하는 것과 기억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메타인지도 이해에 대한 것이 있고, 기억에 대한 것이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뭐를 잘 이해하고 있고, 무엇을 잘 이해 못하는 지 그리고 무엇을 잘 기억하고 무엇을 잘 기억 못하는 지를 잘 안다는 것이다. 

 

메타인지가 높으면 어떻게 되는가? 자신을 잘 바라볼 수 있고(관찰기능) 또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를 관리한다(관리기능)는 뜻이 된다. 나의 강점도 강점이지만, 나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메타인지가 높은 아이들은 가령 “친구 하고 토론하면서 공부한 것은 잘 기억이 되고, 혼자 골방에서 공부한 것은 잘 기억이 안 되더라.” 이런 사실을 알고, 그렇게 공부를 한다. 또 “예습도 중요하지만 복습이 더 중요하구나.” 이런 노하우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물론 그 반대인 아이도 있을 것이다. 

 

메타인지가 높다는 것은 결국 자신에 대한 리더십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이건 어른들이건 마찬가지다. “내가 요즘 자주 까먹네.” “아이쿠!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해서는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네.” 이렇게 자신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고 난 후 대책을 마련하여 실천하면 된다. 자주 까먹는 자신을 위해 “오늘의 할 일” 카드를 작성한다든지, 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은 새로운 경영지식을 얻기 위해 상공회의소 강연회에 참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메타인지도 새로운 개념 같지만, 테스형(소크라테스)이 이미 2400년 전에 이야기하신 “너 자신을 알라.”와 다를 게 없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관찰해 보고, 자신과 대화하다 보면 자신에 대해 알게 되고, 메타인지가 날카로워진다. 인간은 한계가 있고, 두뇌 능력도 쇠퇴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choyho@ajou.ac.kr

2021.09.28 화성신문

http://www.ihsnews.com/newnews/print.php?uid=4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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