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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보도자료] 조영호교수의 Leadership Inside 247_스트레스 테스트, 남의 일이 아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03.20
조회수
823/1

실리콘밸리은행(SVB)은 1983년 뱅크오브아메리카 경영자 출신인 빌 비거스태프(Bill Biggerstaff)와 로버트 메디어리스(Robert Medearis)에 의해 실리콘밸리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산타클라라에 설립된 은행이다. 

 

두 설립자는 전통적인 은행 사업보다는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하고 있는 꿈나무 기술 기업들을 위한 금융기관을 운영하고 싶었다. 지난 40년 동안 실리콘밸리은행은 스타트업 기업들의 자금줄이 되어 실리콘밸리 경제를 일으키는 데 크게 이바지했고, 자신도 크게 성장하여 규모로 보아 미국 은행 중 16위가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자라온 이 은행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단 3일 만에 파산선고를 하고 말았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이 은행은 최근 몇 년 사이 천당과 지옥을 경험하게 되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기술 기업들은 재미를 많이 보면서 모은 돈을 이 은행에 맡겼다. 은행은 좋았지만 이 돈을 마땅히 투자할 데가 없어 미국 국채를 샀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채 가치는 자연히 떨어지게 되었다. 국채는 금리가 정해져 있는데 은행 금리가 올라가니 국채의 매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국채도 안전을 담보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작년부터 영업이 어려워진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은행은 가지고 있는 국채를 헐값에 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거래기업들은 은행이 더 어려워지기 전에 자신들이 예치한 돈을 앞다투어 인출하게 되었다. 소위 뱅크런이 일어난 것이다. 뱅크런은 은행이 망한다는 소문을 듣고 너도나도 은행으로 달려가 자신이 맡긴 돈을 인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이제는 밖에 나가 달릴 필요도 없다. 컴퓨터 앞에서 클릭 하나면 인출이 일어나는 시대가 되었으니 뱅크런의 속도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진 것이다.

 

시장 경제에서 문제가 있는 기업은 망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은행이 망하는 것은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그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멀쩡한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2008년 경제 위기도 금융기관들의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생긴 위기였다. 그래서 은행의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노력이 배가 되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스트레스 테스트’이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은행이 스트레스 상황, 즉, 위기 상황에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는가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테스트를 하고 거기서 나타나는 취약점을 보완해 나가는 기법이다. 이는 원래는 의학 분야의 심장기능 검사나 IT 분야의 전산망 검증 등에 활용되던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금융 분야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되었다.

 

우리나라 금융감독원은 근래 들어 은행들에 대해 배당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최근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배당을 꾸준히 늘리는 추세였다. 2019년에는 전체 순이익의 25~27%를 주주에게 돌려줬다. 경영실적이 좋아서 주주들에게 배당하는데 무엇이 문제야 하겠지만,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배당이 은행의 건강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이 이런 판단을 한 근거는 자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결과였다. 

 

그런데 스트레스 테스트는 은행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 기업에서도 스트레스 테스트는 필요하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외 의존도가 높아서 환율 변동에 따라 영업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기업은 불리한 상황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테스트해 보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2022년 4월 한국신용평가가 18개 산업의 127개 기업을 상대로 환율 변동에 따른 시나리오 테스트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전년 대비 약 5% 오른 1천200원으로 가정할 경우, 조선과 반도체, 자동차, 호텔 등 산업의 영업이익률은 1%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유를 주요 원료로 사용하는 발전업과 정유업 등은 환율 상승 시 실적 저하가 심화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평균 환율이 1천200원으로 상승한다면 영업수익률은 약 1.2%P 감소 된다. 이런 식으로 여러 상황을 설정하고, 각 상황에 우리가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라면, 대기업의 수주액이 떨어지는 경우 어디까지 우리가 버틸 수 있고, 더 이상 문제가 될 경우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해 낼 것인가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 건강 문제로 보험을 들어 놓듯이 말이다.

 

choyho@ajou.ac.kr


[원문보기] [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47]스트레스 테스트,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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