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식장을 가보면, 졸업생들과 학부모는 강당 의자에 앉아있고, 높은 단상에는 중후한 의자가 죽 배치되어 있다. 교수들과 내빈이 앉을 자리인 것이다. 시간이 되면, 학사행렬이 입장한다. 대체로 ROTC 제복을 입은 건장한 청년 두 명이 국기와 교기를 들고 인도하고 그 뒤로 보직교수들이 가운을 입고 따른다. 물론 그중에서도 총장이 앞장을 선다. 대체로 총장의 가운은 좀 크고 위엄이 있어 보인다. 사회자의 안내와 함께 총장이 단상 위로 오르고 가운데 좌석에 앉는다. 그렇게 하여 식이 거행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총장이 개인적으로 겸손하고 부드러운 분이라 하더라도 위엄이 있어 보이고, 대단한 존재로 느껴진다. 가운을 입은 대학 총장이 대단해 보이지만 그건 군에서 대장의 모습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군 행사장에서 대장들은 빛나는 계급장과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나온다. 일반 병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몸이 얼어붙을 정도이다. 리더는 사람들을 이끌어가야 하므로 실질적인 파워를 발휘하기 이전에 가시적으로 차별화가 되어야 한다. 리더는 한눈에 주변 사람과 달리 보여야 하고 권위가 느껴져야 한다.
리더의 차별화는 주로 공간적 장치와 복장 상의 연출로 만들어진다. 공간적으로 볼 때, 리더는 가장 앞이나 가운데에 자리하고 또 높은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 공간도 넓게 쓰고 조명도 가장 밝게 하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리고 복장도 중요하다. 리더는 주변 사람들과 다른 옷을 입는다. 주변 사람들이 짙은 옷을 입을 때 리더는 밝은색의 옷을 입는다. 색깔의 차이뿐만 아니라, 복장의 질이나 스타일 차이도 중요하다. 리더는 대체로 비싸고 귀한 옷을 입게 된다. ‘짐이 국가’라고 외쳤던 프랑스 왕 루이 14세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하이힐을 신고, 보석을 주렁주렁 달고 화려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처럼 리더가 주변과 차별화하는 것은 대학이나 군대, 국가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과 일반 단체에서도 똑같이 중요하다. 제조업을 운영하는 S 사장은 출근하면 항상 작업복을 입는다. 물론 공장이라 다른 직원들도 작업복을 입지만, 사장이 작업복을 입는다는 것은 차별화가 된다. 그리고 그는 자동차는 고가의 외제차다. 확실한 차별화이다.
그런데 이런 공간적 장치와 복장보다 훨씬 중요한 차별화 전략이 있다. 그것은 리더의 내면에서 나오는 ‘내공’이다. 어떠한 공간적 장치도 어떠한 복장도 리더의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경이로운 힘을 당할 수가 없다. 이런 내면의 힘이 없으면 아무리 높은 단상과 아무리 화려한 복장도 별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내공이 단단한 사람들은 그런 외형적인 차별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수수하게 입고 대중 속에 겸손하게 있어도 옆에 사람들이 “이 사람은 예사 사람이 아니구나.”하고 느낀다. 가만히 있어도 밖으로 풍겨 나오는 미묘한 힘, 그게 있는 것이다. 마치 최고의 고수 셰프가 회를 뜨고 있을 때 느껴지는 그런 포스 말이다. 이런 포스가 있을 때 사람을 설득하고 변화시킨다. 어떤 연구자가 185명의 벤처투자 유치자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꼼꼼히 분석했다. 가장 투자금을 많이 모은 사람은 어떤 식으로 연설을 했을까? 분석을 해보니 개인의 경력도 연설의 내용도 아니었다. 연설하는 사람의 자세였다. 자신감 있어 보이고, 열정이 느껴지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한 사람이었다. [에이미 커디, 프레즌스, RHK, 2016]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힘을 프레즌스(Presence)라고 한다. 우리말로 번역을 하자면 임장감(臨場感)이라 할 수 있다. 라디오에서 음악공연 방송을 듣지만 공연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임장감이라 한다. 바로 리더가 그런 임장감을 보여야 한다. 임장감은 자신이 강하다고 믿는데서 나온다. 자신의 생각, 느낌, 그리고 가치관의 힘을 믿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만하거나 가식적인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힘이 없다. 있는 그대로 진실하게 자신을 믿는 것, 자신의 강점을 스스로 지지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런데 임장감은 내면의 힘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자세로 전달된다. 리더의 눈빛, 몸동작, 말투 이런 것에서 풍긴다. 리더가 가만히 서 있거나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도 뭔가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은 존재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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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조영호 교수의 Leadership Inside 222]가만히 있어도 포스가 느껴지는 리더:화성신문 (ih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