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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획단 나침반 기획강좌] 너라는 오브제 2 너라는 생활_김혜진 작가

작성자
박순옥
작성일
2023.11.28
조회수
555
시민기획단 나침반 기획 강좌 두 번째 손님으로 김혜진 작가님을 모시고 <너라는 생활> 단편집 이야기를 중심으로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헤진 작가님은 2020년 <9번의 일> 이라는 장편 소설로 섭외를 했었는데 코로나로 대면강좌가 전면 중지 되었던 시기여서 못 뵈었는데 이번에 <너라는 생활>로 다시 섭외를 하게 되어서 매우 반가웠다.

Q 책을 읽으면서 수없이 많은 너를 떠올렸고 나에 대해서 공명을 했어요. 작가님과 가장 닮은 인물이 있을까요?A 소설을 쓰면 모든 소설이 다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100% 다 내 얘기거나 내가 경험한 얘기라기보다는 저의 어떤 세부가 그 안에 조금씩은 들어있기 때문에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1인칭의 나인 거지만 제 모습이 어떤 소설에서는 2인칭인 너일 때도 있고 또 나일 때도 있고요. 사실 너와 나를 구분을 해놓긴 했지만 저는 소설들을 쓰면서 저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된 것 같거든요. 나라는 사람이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하는구나, 혹은 여기까지는 좀 포용할 수 없는 사람이구나, 혹은 의외의 면이 있네?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인물이 나와 가장 비슷하다 이렇게는 어려운데 이 안에 제 모습들이 다 들어있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등장하는 상당수의 나는 뭔가 몹시 못마땅하고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어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일까요?A 소설 쓰면서 어쨌든 관계라는 거는 희생이 필요하잖아요. 이 사람과 관계를 좀 지속을 하려면 아주 가까운 사이에도 100%로 늘 언제나 좋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가 그런 걸 잘 못하기도 하요. 타인을 용납하기가 되게 힘든 순간들이 있고 어쨌든 용납을 해야지만 이 관계가 유지가 되는데 나는 왜 잘 안 될까? 이게 이렇게 어려울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내가 힘든 만큼 상대방도 또 힘들겠지? 나와 똑같이 힘들겠지 이런 생각들도 좀 하게 됐고요. 그러니까 멀리서 보면 되게 좋은 관계들이 있잖아요. 노부부가 손을 잡고 가는 어떤 모습을 보면 정말 너무 아름답다 좋다! 이렇게 생각을 했다면 요즘에는 저렇게 되기까지 무슨 일을 겪었을까? 이런 생각이 좀 들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좀 들거든요. 그래서 제 자신에 대해서 좀 알고 싶기도 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이런 좀 고민을 좀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소설집은 좀 관계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어요.그래서 그 관계가 꼭 남자 여자 연인 관계도 있지만 친구 사이도 있을 테고 또 동성 연인일 때도 있을 테고 또 형제일 때도 있고. ‘너’라는 게 ‘나’와 현재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양하게 그려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Q 작가님에게 주거 공간이란, 집이란 뭘까요? 참고로 이번에 <축복을 비>는 마음에도 공간 집에 대한 단편 8편이 나와 있잖아요. 그래서 좀 연결시켜서 좀 얘기해 주세요.A 저는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을 하고 서울에 대학 진학을 하면서 올라오게 됐는데 학교 다닐 때는 그냥 조그마한 자취방에서 지냈어요. 20대 초반이기도 하고 서울 살이가 길어지고 나이도 들고 하면서 주거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주변의 친구들도 그만그만한 집에 살고 그게 아무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잘 모르고 그냥 다 똑같았는데, 어느 순간이 되니까 결혼하는 친구들은 결혼을 하고 또 직장 다니는 친구들은 또 집을 구입하게 되고 그 시기에 주거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만 고민했던 건 아니고 친구들 동기들이 늘 했고 거기에는 서울이라는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 내가 안정적인 주택 혹은 주거를 가지는 게 가능할까?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그런 고민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집에 대한 이야기가 있죠.
Q 소설에서 ‘생활을 위태롭게 만드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신다면요?A 제 생활을 위태롭게 만드는 사람은 늘 저인 것 같아요. 제가 누구를 만나는지 뭘 하는지 그 선택하는 게 다 제가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어떤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딱 왔을 때 그게 그 사람 때문인 것 같지만 어쨌든 제가 만나기로 결심을 했기 때문에 최초의 것을 올라가다 보면 결국 제가 아닌가?
Q <너라는 생활>에서 작가님이 화자이신 건가요?A 1인칭으로 쓰여졌으니까 제가 화자가 됐다고 생각하고 쓰긴 쓰는 거죠. 근데 그 모습이 저와 일치하는 소설들도 있고 오히려 너에 더 가까운 모습일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좀 알려면 타인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혼자 있을 때는 되게 너그럽고 착하고 멋진 사람이고 난 이러이런 것도 다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타인과 관계를 할 때는 자기가 어느 정도까지 수용이 가능하고 어떤 부분에서 화가 나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이런 것들을 알게 되잖아요. 나에 대해서 그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나와 너의 경계를 좀 세워놨는데 이 소설은 제가 저를 알기 위해 쓴 것 같습니다.
Q 나와 주인공들이 재개발 지역이나 그 주변부에 살고 있어요. 그 이유가 있을까요? A 제가 주로 그런 데 살았었고 학교 다닐 때는 좋은 데 살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데뷔하고 나서도 그렇죠. 그러니까 이렇게 써놓으면 이러는데 그래도 괜찮았거든요. 사는 동안은 되게 만족했고 그냥 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사를 계속 다니고 지난 집들을 떠올려보면 그 집들이 외관은 좀 초라하고 그랬을지 모르지만 나한테 준 게 많구나 내가 그 집에서 받았던 것들이 좋은 것들이 참 많았구나 그런 생각을 새삼 하게 되거든요. 빌라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제가 빌라에 많이 살았기 때문이고 재개발 지역에서 한 번 살았던 적도 있고.너와 나의 관계가 좋은 관계일 수 있잖아요. 우린 천생연분이야. 혹은 우리의 사랑으로는 모든 걸 다 이겨낼 수 있어. 이렇게 생각을 하더라도 뭔가 주거가 흔들리거나 어떤 그 관계가 위험한 순간 속에 탁 놓였을 때는 그들의 의지만으로는 그 관계를 유지하기가 좀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Q <너라는 생활>을 읽으면서 되게 좀 마음이 따끔거렸거든요. 소설에 허약한 존재가 많은 것이 아닌가? 그리고 갑질 아닌 갑질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허약한 존재를 대하는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 그런 고민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세상 속에서 허약해지면 어떡하나 되게 따끔거린다는 느낌을 좀 받았던 것 같고요. 그런 존재를 바라보시고 쓰실 때 어떤 마음이신지요?
저는 학교에서 일을 하고 있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데 너무 치열하게 경쟁하는 아이들을 보면 되게 안쓰럽고 허약해지지 않게 살아남기 위해서 공부하는 느낌을 많이 받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요?
A 고맙습니다. 사실 저도 무슨 해답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어떤 순간에 내가 타인을 되게 견디기 힘들 때 혹은 내 마음이 지금 옹졸한 걸 알면서도 컨트롤이 안 되는 것은 내가 나쁘다기보다도 좀 허약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약한 사람이 나쁠 수 있잖아요. 선하다는 거는 강한 거랑 또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선한 판단을 내리고 그것을 실행할 때는 좀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엄청 강한 사람이듯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강하지 못한 인물들인데 저랑 더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고 오히려 우리 주변에 많다는 생각들도 했던 것 같습니다.
Q 좋아하는 책이나 작가가 있다면? A 좋아하는 책은 최근에는 <환상의 빛> 좋아합니다. 필립 로스 책도 좋아하고요. 이승우 선생님 단편을 되게 좋아했어요. 오정희 선생님 단편도 많이 읽었고요.

Q <딸에 대하여>는 동성애 이야기인데 어떻게 쓰시게 되었는지요?A <딸에 대하여>는 동성애에 대한 얘기가 나오긴 하는데 엄마가 화자인 소설이거든요. 엄마와의 관계가 되게 힘들었어요. 20살 때 쯤 엄마가 글 쓰는 걸 워낙 싫어하셨기 때문에 예대에 진학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게 했었고 데뷔하고 나서도 동아일보 되고 나서도 신춘문예 했으니 그만해도 되지 않냐 그리고 중앙역 책 나오고 책 한 권 냈으니 이제 그만해라. 제가 직장을 다니기를 원하셨고 엄마와 저와의 갈등을 해결하고 싶었던 게 있었어요.왜 엄마는 내가 이해가 안 될까? 자식의 삶을 받아들여지는 게 이렇게 어려운가라는 생각을 했고, 동성애라는 거는 엄마가 가장 받아들일 수 없는 걸로 설정을 한 거여서 그러면 딸이 이렇게 이것까지 하는데도 엄마가 이해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하면서 썼고요. 소설 바깥에서는 제가 엄마가 돼서 쓴 거니까 엄마를 이해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나이 때 엄마면 어떤 생각을 할까? 제 나름대로 이해해보려는 시도였던 거죠. 지금은 약간 포기하시고 지켜봐 주시는 것 같아요.
Q <딸에 대하여>가 영상화된 걸로 알고 있거든요. 원작자들은 영화에 어느 정도 영향 있는지 그게 궁금하고 작가님의 장편을 좋아하거든요. <중앙역>하고 <9번의 일>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목소리 정말 굵은 작가가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장편을 쓰실 계획이 있으신지요?
A 장편은 해야죠. 계약이 있기도 하고 마감들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지키려고 하는 편이고요. <딸에 대하여>가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이 됐었어요. 저는 영화에 대한 소식은 잘 모르다가 상영이 된다고 제작자분이 연락이 와서 보고 왔어요. 영화 시나리오나 이런 데 제가 관여하지는 않았거든요. 어떤 작가들은 같이 참여하기도 하시는데 저는 잘 모르기도 하고 제 일도 바쁘니까 따로 하지는 않았는데 저는 참 좋았습니다. 원작이 있으면 영화를 만들기가 부담스럽다고 하더라고요. 비슷한 듯 하면서도 어딘가 다르고, 소설에 없는 장면들도 들어가 있어서 좋았거든요. 개봉은 내년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개봉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Q 소설이 주는 힘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소설을 10년 넘게 또 써오셨는데 소설이 독자에게 주는 힘과 또 선생님 본인에게 주는 힘 좀 이렇게 나눠서 조금 얘기를 해 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A 소설을 쓰면서 넓은 세계를 늘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 온 것도 그런 것 중에 하나겠죠. 소설의 내용은 다 다르지만 소설 쓸 때 제가 저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 글쓰기는 나라는 사람을 좀 알아가는 작업인 것 같고. 어떤 소설이든 나를 읽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똑같은 소설을 읽고 다 감상이 다른 이유는 살아온 게 다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읽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 같습니다. 독자들이 책에 대해서 감동적인 얘기를 하신다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제가 감동을 느끼는 거거든요.

한 시간 반 동안의 대화. 평소 지근 거리에서 만나기 어려운 작가님들을 특별히 만나게 된 기회여서 그런지 긴장감이 더했던 것 같다. 즉석에서 많은 질문에 성실히 답변을 해주시려 노력하신 작가님과의 시간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작가님 말대로 나의 세계도 더욱 확장이 되지 않았을까? 당장에 보이진 않겠지만 어느 순간에 발현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니 모든 순간은 아름답고 특히 나침반의 시간은 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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