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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나에게 …이다

작성자
손선희
작성일
2023.09.11
조회수
402



몇 번을 시도했으나 사정이 여의찮아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발을 담그지 못했다. 드디어, 우주의 기운이 도와 10명을 모으는 강좌에 10번째로 접수를 했다. ‘휴~’라는 안도의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런 줄 알았는데, 내가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인기 강좌여서 두 명을 더 받았다고 한다.

제목도 참 좋다. <힐링에세이, 숲>이다. 부제가 ‘자연을 걷는 시간, 자연을 읽는 시간’이다. 영흥수목원을 함께 산책하고, 신혜우의 『식물학자의 노트』를 낭독하고, 일상에 대한 사려 깊은 수다를 나눈다고 홍보물에 쓰여 있다.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3층 가든교육실을 찾느라 헤매었다. 5분 지각했다. 다행히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수강생들과 우르르 함께 들어가 덜 부끄러웠다. 처음 만난 방숙진 강사는 조용하면서 단아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숲은 나에게 …이다’라고 쓰여 있는 목련 나뭇잎을 두 손으로 잡고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살뜰한 방숙진 강사가 준비해 온 것이다. 함께 한 이들의 자기소개이다.

하나, 숲은 나에게 ‘생존’이다. 숲에서 걷는 것은 나에게 중요한 일과이다.
둘, 숲은 나에게 ‘명상’이다. 나에게 명상하는 시간을 준다.
셋, 숲은 나에게 ‘내가 살아있구나!’라고 느끼는 힘을 준다.
넷, 숲은 나에게 ‘여기 계시는 선생님들’이다. 선생님들 덕분에 산에 가고 걸어요.
다섯, 숲은 나에게 ‘멍때리는 시간’이다. ‘숲 멍’을 준다.
여섯, 숲은 나에게 ‘옹달샘’이다. 정신적 갈증 회복제이다.
일곱, 숲은 나에게 ‘새 생명을 주는 곳’이다.
여덟, 숲은 나에게 ‘기분전환이’다.
아홉, 숲은 나에게 ‘유년 시절’이다. 나에게 산은 놀이터였다.
열, 숲은 나에게 ‘호흡 같은 곳’이다.
열하나, 숲은 나에게 ‘벅찬 즐거움’이다.

소개를 마치고 영흥숲공원을 잠시 산책했다. 센스있는 한 분이 우산 겸 양산을 4개나 대여해 왔다. 색도 예쁜 분홍 양산을 둘씩 함께 썼다. 조금은 강한 가을 햇살을 살짝이 막으며 걷고, 명상하고, 멍때리고, 호흡하고, 재잘거렸다. 밤송이도 보고, 좀작살나무의 아름다운 보라색 보석 열매도 보고, 아까시나무로 생일 축하 노래도 불렀다. 아주 예쁜 꽃을 보았는데 무슨 꽃인지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안타깝다. 다음 시간에 다시 물어봐야겠다.

산책길 옆 조금 넓은 공간으로 들어섰다. 강사님이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면 밧줄이었다. 줄다리기라도 하시려나 했는데, 둥글게 연결된 줄이었다. 모여서 두 손으로 잡고 원을 만들고, 뒤로 몸을 젖히고, 한 손으로 잡고 팔을 펼치고, 허리에 걸쳤다가, 종아리에도 걸쳐보았다. 오늘 처음 본 사람들도 있는데 서로를 믿고 끈 하나로 연결 지어진 바깥 놀이시간이 참 좋았다.

교육실로 돌아와 신혜우의 『식물학자의 노트』 프롤로그 일부를 돌아가며 읽고, 소감을 나누었다. 이어진 마무리에서 ‘짠!’하고 나타난 비밀병기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따뜻한 캐모마일 차 한 잔이다. 강사님이 목련 나뭇잎 위에 투명하고 동그란 잔을 하나씩 올리고 그 안으로 쪼르르 정성을 담아 차를 따라준다. 차향과 어우러진 모두의 편안함, 감사함, 그리고 다정함이 보이시나요? 멋진 <힐링에세이, 숲>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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