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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 기획강연] _취약한 삶의 자리「빈곤과정」 / 조문영(인류학자)

작성자
권미숙
작성일
2023.04.24
조회수
631



Poverty as Process

『빈곤과정』의 저자 조문영 교수는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서울 난곡에서, 중국 둥베이지역과 남부 선전시에서 수많은 가난과 마주치며 빈곤에 천착해 왔다.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 가난을 숙명처럼 얘기하는 부분들도 여전히 강한 인식의 관행으로 남아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든다.”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구조의 문제라는 말도 쉽게 하지만, 한편에서는 가난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얘기도 동시에 많이 한다. 통상 빈곤을 얘기할 때는 빈곤과 복지를 바로 결합 시켜서 ‘수급자’를 많이 떠올리게 된다. 빈곤에 대해서 정의하려는 욕구들이 상당히 강한 것이다. 과정으로서의 빈곤이라고 봤을 때는 특히나 역사성에 관한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고 조문영 교수는 말했다.
빈곤이라는 것을 보다 더 여러 기업의 지층으로 이해해보고자 하는 시도들이 있었다. 폭스콘 노동자의 연쇄 자살 사태와 관련해서 중국 대륙 본토, 홍콩, 대만의 학자들이 의기투합, 집중적인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노동자들이 야간 업무 후 7시에 퇴근하고 8시부터 커뮤니티센터에 와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봉사도 하며 자기의 만족을 찾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노동자의 삶이라는 것도 하나의 세계라고 본다면 복잡한 지형에서 노동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노동자는 비참하게 노동 공장 일만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열정이라는 것이, 이 사람들을 바라보는 연구자든 운동가든 정치인이든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고 해석되는가라는 문제들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조문영 교수는 한 가지 사례를 더 들었다. 바로 동자동. 동자동은 주민 운동의 살아있는 역사이다. 쪽방 주민들은 ‘사랑방 협동회’와 같은 주민자치 조직을 직접 운영하고 있고 ‘주민활동가’라 불리는 이들이 직접 소식지를 만들기도 한다. 1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동자동, 당신이 살 권리』라는 책을 최근에 냈는데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p.117. 이 나라는 내가 진정으로 어떤 인간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빈곤에 관한 문제의식을 어떻게 더 확장해 왔는가? ‘빈곤’의 화두가 전 세계의 국제 질서 안에서 ‘안보’라는 이슈와 계속해서 결합을 하기 시작했다. 빈곤의 이슈와 비즈니스가 본격적으로 만나는 장이 형성된 것이다. 조문영 교수가 흥미롭게 봤던 것은 ‘누가 누구의 빈곤을 실제로 케어 하고 싶어 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이었다.
프레카리아트(Precariat)란 이탈리아어 '불안정하다(Precario)'와 노동자를 뜻하는 영어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합성어이다. 유럽식 복지국가 모델이라는 것이 70년대 후반에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정규직 직장을 가지고 있는 남성 가장과 피부양자라고 불리는 아내로 이루어지는 사회보장 시스템이라는 것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청년 세대는 국가의 입장에서 봤을 때 산업화 발전의 동량이고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대적인 지원들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청년들을 중심으로 청년 주체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청년들과 프레카리아트가 도시 빈민을 만났을 때 긴장이 발생하기도 한다.
“프레카리아트라는 관점에서 주목을 했던 것은 공정에 관한 부분이었다. 청년 세대를 자꾸만 비참이나 약자성, 피해자성이라고만 등장을 시키는데 지금의 청년 세대가 제가 있었던 90년대나 그전 소급해 올라갔을 때 감히 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굉장히 많이 시도하고 있다.”
기존 사회가 아니면 국가가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살아라’라고 규정을 했던 규범성, 정상성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급진적인 도전을 하게 되는 세대가 태어났다는 것이다.

조문영 교수는, 빈곤을 어떤 방식으로 쟁점화해야 하는지 그리고 외면해 왔는지 질문으로 발전시켜 보자고 제안했다. 빈곤 과정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참여자, 연루자로서의 감각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구조의 문제’라는 말은 무책임한 발언이 될 수 있겠지만 빈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과정에서 동료 시민으로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왔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빈곤을 연구한 학자라면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들을 다시 깨우치는 과정들이 있다. 빈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그냥 이런 얘기로 굳어지는 것을 넘어서보자는 생각이 드는 것인데, 빈곤의 인류학 수업을 개설하면서 본격적으로 개입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문재인 정권 때 쪽방촌에 대해 급진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토지를 강제 수용하고 사전에 협의할 필요가 없는 공공주택 특별법으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이어, 동자동 쪽방촌에 대해서 공공 개발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들은 모두 한국의 주거권 운동에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다. 그래서 조문영 교수는 소유주의 재산권과 주거권이 충돌하는 문제에 대해 현장 연구를 했고, 곧바로 출간을 했다.

“책은 하나의 배치물이다. 책이 무엇과 더불어 기능하는지, 무엇과 연결 그리고 접속되었을 때 강렬함을 통과시키거나 막는지가 중요하다. 여러분들이 빈곤을 배치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것을 어떻게 위치시키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우리도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 『빈곤과정』 책을 가운데 놓고 우리의 질문을 만들어보자.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서로의 존재에 기댈 수밖에 없다면, 우리 과제는 ‘독립’이 아닌 ‘상호의존’이어야 한다.”(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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