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원시 글로벌 평생학습관

통합검색

수강신청

수강후기

[나침반 기획강연] _취약한 삶의 자리「황노인 실종사건」 / 최현숙(구술생애사 작가)

작성자
권미숙
작성일
2023.04.21
조회수
578



?취약한 삶의 자리 1_최현숙 작가

‘나는 왜 가난과 고난을, 고통을 듣고 관찰하고 쓰는가? 아니, 그전에 왜 쓰고 싶은가?’

최현숙 작가는 16년째 구술생애사 작업을 해오고 있는 작가이자 소설가이다. 10대 초반에 중학교 백일장에서 시를 썼는데 장원이 되면서, ‘나에게 글을 쓰는 능력이 있나’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았다. 10대 초반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글 쓰는 사람의 삶은 단칸방에 살면서 방에서는 글을 쓰고 방 바깥에서는 현장을 쫓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때 했던 생각대로 지금, 원룸에 혼자 살면서 글을 쓰고 현장을 쫓아다니는 일들을 하고 있는 중이다.

최현숙 작가는 특히, 노인들의 목소리를 사회에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가능하면 노인들의 이야기를 변형하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노인들의 생각을 인정하고 수긍하면서 후배 여성의 위치에서 봤을 때, 이런 노인들의 말을 어떻게 담아내고 써내려갈지 생각한다. 그리고 『황노인 실종사건』에서도 보듯, 노인들의 사사로운 이야기들은 숨길 것이 아니라 계속 드러내야 한다고도 말한다.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겪었던 상처, 어두움, 결핍 등은 그 사람의 가장 중요한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쓰는 것에 있어 나 자신을 찾아가는 것과 나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현숙 작가는 최근 출간한 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황노인 실종 사건은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소설을 읽은 분들이라면 노인들의 일상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알아들으실 것이고, 아직 안 읽으신 분들은 이 강의를 듣고 나서 나중에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린다.”

『황노인 실종사건』은 노인의 영역과 젊음의 영역을 구분해서 살고 있는 사회 현상들을 보여주고 있다.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미경이 관리하는 대상이자 구술생애사 취재 상대였던 "황문자" 노인이 사라지고 이를 뒤쫓으며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을 담고 있다. 미경은 황 노인을 뒤쫓는 과정에서 자신이 관리하는 다른 노인들의 삶을 되짚고, 그들의 삶은 물리적이거나 상징적으로 황 노인의 삶과 연계되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가난이 어떤 방식으로 자라나는지 돌이켜보게 한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가족 간에 온갖 갈등과 원망으로 둘러싸인 채 살아가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복잡함들 속에서도 가족 관계를 계속 유지하게 하는 중요한 하나가 바로 부자들에겐 ‘돈’이라고 본다. 가난한 사람들은 이런 돈조차도 없이 가족 관계를 유지하거나 갈등하고 결국 해체되면서 살아가고 있다. 젊은이들은 죄책감과 단절, 단호함들 속에서 서로 분리되고 격리되고 있다. 여기서 최현숙 작가가 주목한 것은 가부장제 사회에 있는 모든 사람들과 그 안에서 만난 가난한 노인들, 그들의 일상이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끊임없이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결단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했다.

‘자유 죽음’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는 의미의 자살이다. 2018년부터 연명의료 거부가 법제화되기 시작했고 작년부터는 안락사, 존엄사, 조력사 등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었다. 죽음을 끊임없이 사유한다는 것은 죽음이 올 때까지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이다. 가난한 사람도 행복하고 존엄하게 살 권리를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가 그런 권리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모두 다 같이 책임이 있다. 가난한 사람, 늙은 사람, 장애인 안에서 삶의 의미와 즐거움을 찾아서 함께 나누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빈곤과 늙음, 소외를 ‘비참’이니 ‘불쌍’이니 이런 식으로만 말하지 말고, ‘그들 속에 어떤 욕망이 있는가, 그들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를 확인하면서 그것을 함께 나누는 것이 삶의 행복이다.








댓글 0

Quick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