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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 기획강연]사랑의 쓸모- ‘혐오를 넘어 환대로 - 역사 속 인종혐오 들여다보기 ’

작성자
노윤영
작성일
2022.09.21
조회수
64



가을이 온 듯 만듯하다. 성장하는 여름보다 사랑하기 좋은 가을에 마음이 기운다. 나침반 기획 강좌 <사랑의 쓸모> 두 번째 강연이 9월 14일에 줌으로 열렸다. 염운옥 경희대 글로컬 역사문화연구소 연구 교수가 <혐오를 넘어 환대로>라는 주제로 50여 명의 수강생과 온라인으로 만났다. 염운옥 교수는 2019년에 <낙인찍힌 몸>을 출간했다. 몸의 차이와 차별적 역사를 풀어낸 <낙인찍힌 몸> 중 인종 혐오를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혐오의 한자는 싫어할 혐(嫌)에 미워할 오(惡)다. 미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혐오다. 자신이 속한 그룹의 반대편에 있는 집단을 필요 이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혐오는 주류에 속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강사는 말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싫어하는 원초적 혐오가 아닌, 정체성으로 배제하는 현상을 사회적(투사적) 혐오라고 한다. 사회적 혐오는 본능이 아니라는 문장이 반복해서 들렸다.

2021년 한국 체류 외국인은 미등록 체류 인원까지 포함하면 2백 오십만 정도다. 해외에 있는 한국인은 8백만 정도 된다. 한민족은 이제는 한 민족이 아니다. 이제는 다문화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무심코 뱉는 말로, 인종 차별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다른 민족들이 어울려 사는 나라가 됐다. 아시아인으로 해외에서 차별과 혐오를 받는다. 우리는 인종 차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숨을 쉴 수가 없어! BLM(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조지 플로이드가 2021년에 사망했다. 경찰은 8분이 넘게 흑인의 목을 무릎으로 눌렀고, ‘숨을 쉴 수가 없다’라고 외치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숨을 쉴 수가 없다’에는 구조적인 문제이자 은유적인 표현이다. 사회적인 불평등으로 천천히 스미어 마침내 목을 죄어오는 폭력이다. 이번 사건은 미국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백인은 자신을 돌아보거나, 소수자 우대 정책을 내세우며, 역차별이라고 반박했다. 염운옥 교수는 역차별을 가공된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강조했다.

*BLM(Black Lives Matter)운동 : 2013년 미국에서 흑인 남성 트레이본 마틴을 총격으로 숨지게 한 백인 남성이 무죄 판결받으면서 해시태그로 시작된 운동

흑인 차별은 노예제의 역사와 같이한다. 유럽 강대국의 정책 식민주의 역사는 노예제와 더불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콜럼버스의 동상을 끌어 내렸고, 영국에서는 노예 상인으로 돈을 벌어 자선 사업을 한 콜스턴의 동상을 훼손한 채로 박물관에 보관했다. 차별의 역사는 언젠가는 드러난다.


인종과 인종주의에 관하여

미국 내 코로나 사망자 중에는 흑인의 비율이 높다. 의료보험도 없고, 빈곤율,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근로자가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오래된 차별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무차별 폭력이 증가했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묻고 따지지도 않고 가해지는 폭력이다. 인종주의는 인종 차별로 연결된다. 인종주의의 역사는 인종이라는 분류 체계로부터 왔다.
인종(race)은 16세기쯤, 가축의 혈통을 나타내기 위해 유럽에서 나온 단어다. 인류를 인종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말을 처음으로 한 사람은 프랑스 여행가 베르니에였다. 유럽인의 호기심은 식민지 시대를 맞으면서 분류를 통한 지배로 이어졌다. 피부색에 따른 린넨의 분류학과 빙켈만의 백색 미학이 합쳐지면서, 백인은 자신을 우월한 인종으로 격상시켰다. 피부색이 하얄수록 더 아름답고 뛰어나다는 전제는 흑인 노예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비극적인 인류 역사의 시작이라고, 염운옥 교수는 강조했다.

사소한, 사소하지 않은

몇 년 전에 의정부 고등학교의 졸업 사진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가나의 장례식 의례인 관짝 춤을 따라 했는데, 흑인 분장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모르고 한 것이라는 입장에, <블랙 페이스>라는 사건을 언급하며, 인종 차별이라는 반박이 있었다. <블랙 페이스>는 1830년대에 미국에서 인기 있었던 쇼에서 널리 쓰였다. 흑인이 아닌 배우가 흑인 분장을 하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하고 입술을 두껍게 그렸다. 흑인을 희화화시키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노예제의 폐지 이후에도 흑인의 차별은 미디어로 확산됐다. 현재는 미국 사회에서 강하게 금기시되고 있다.

공중파 다큐멘터리의 포스터가 시청자의 항의로 바뀐 적도 있다. 인류 진화를 다섯 인간으로 나타냈는데, 마지막 단계의 사람을 유독 하얗게 그렸다. 백인 우월주의는 여전히 견고하다. 강연 중 ‘백옥 같은 피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염운옥 교수는, 표현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백옥 같은 피부’가 단정적인 표현ㄱㆍ다

과 연결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백옥 같은 피부를 가져서 훌륭하다 같은 표현 말이다.

당신은 비닐하우스에서 살 수 있습니까?

우리나라에 있는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는 50만 명으로, 체류 외국인의 20%를 차지한다. 그들은 한국인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 구제역 살처분하거나, 깻잎을 따고, 어선에서 생선을 잡는다. 우리 삶의 기본적인 부분을 그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있는가? 그들의 존재 자체로 환대했는가?
위험을 외주화하는 이들은 무얼 하고 있는가? 지금도 어느 비닐하우스에는 이주 노동자들이 살고 있다. 올겨울에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추위에 죽는 이들이 없어야 한다.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다르게 그러나 같게

한국에서 다문화를 말할 때, 미국인과 유럽인은 들어가지 않는다. 다문화 당사자가 차별이라고 느낀다면, 우리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세한 공격을 던지는 이가 되기 싫다면 말이다. ‘다문화’에 사람이 붙으면, 다문화 대신에 이주배경이 좋다. 이주배경 가정을 몇 번이고 되뇄다.

강연이 끝나고 채팅창에 질문이 계속 올라왔다.

“차별과 혐오의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세계화된 사회에서 자신을 인종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겉으로는요. 인종 차별을 하면 안 돼. 그 정도까지는 합의가 됐어요. 혐오와 차별의 감정을 품더라도, 공적인 자리에서는 드러내지 못하죠. 그 대신, 속으로 하거나, 농담처럼 하는데요. 가볍게 농담처럼 던지는 차별의 말을 ‘미세 차별’이라고 해요. 갑자기 턱, 하고 숨이 막히는 말들이 있어요. 이슬람교도는 다 테러리스트 아니야? 이런 말들이요. 그러면, 반문해요. 질문으로 만들죠. ‘네? 뭐라고요?’ 본인도 자신이 옳지 않다는 걸 알거든요. 그냥 넘기지 않는 것, 역사의 뒤로 가지 않겠다는 것이죠.

“ 일본을 통해 유럽식 문화가 전해질 수도 있었겠지만, 한국인들도 원래 하얀색을 좋아했던 거 아닌가요? ”
- 제가 공부한 바로는 한국인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인식했는지에 대한 자료는 구한말부터 식민지 이전까지 연구가 됐어요. 문호 개방을 하고, 근대화하는 과정에서, 유럽인들이 강자라고 받아들였죠. 아프리카 흑인들을 열등하게 판단한 시점도요.

“노키즈 존에 대하여”
- 얘기하기 어렵지만, 노키즈 존이라는 설정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그럼 노장애인, 노흑인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거든요. 설정 자체가 차별이라고 생각합니다.

“<낙인찍힌 몸>을 쓰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 저는 역사를 전공했고, 그중에서도 어둡고, 그늘진 곳에 관심이 많았어요. 웹진에 기고했는데요. 십 년 전에 인종주의에 관해 공부할 때, 제 책이 많이 회자될지는 몰랐어요. 시민들과 제 책으로 만난 점은 감사하지만, 책이 덜 팔리는 게 좋죠. 인종주의가 사라진 세상이 좋은 거잖아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고용주들에게 인권과 차별, 혐오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할 거 같아요. "
"독일 광부, 간호사로 시작한 우리 역사를 떠올려 봅니다."

염운옥 교수는, 혐오를 넘어 환대로 가는 방법을 말했다. 혐오를 키우는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첫 번째다. 세상이 뒤숭숭해질수록 희생양을 찾게 된다. 관동 지진 대학살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누구도 제외되지 않는 것. 일정한 나이가 되면 누구나 받는 투표권이 있다. 우리들의 권리는 같은 무게다.

“두 시간이 넘었는데, 아직도 많이 남아계시네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강연을 끝냈다. 사회를 맡았던 시민기획단 나침반 안수희 선생님이 <낙인찍힌 몸>을 화면에 비췄다. 묵직하고 좋은 내용이 많다며 책을 권하는 마무리 멘트에, “책 꼭 읽겠습니다. 오늘 강연 좋았습니다.”라는 답들이 채팅창에 올라왔다. 멀어져간 사랑이 돌아올 것만 같은 밤이다.

"세상이 멈추자 당신이 보였다"라는 주제로, 이향규 런던한겨레학교 교장이자 작가의 강연이 9월 21일 수요일 저녁 7시에 줌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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