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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작성자
손선희
작성일
2022.09.03
조회수
997



언제나 그러하듯 지나고 나면 잊히고 또 그리 연이은 계절과 다음 해를 맞이한다. 2022년 여름도 그러하겠지만 올여름은 <저주토끼> 덕분에 다양한 색의 감정이 입혀졌다. SF소설이 주는 매력과 함께 한 시민들이 쏟아낸 생각과 질문들은 오래도록 잔상으로 남을 것 같다.

말랑말랑한 ‘사랑’ 이야기나 서스펜스 가득한 메디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 공상과학소설은 할리우드 영화로 충분했다. 그러던 나에게 학습관 홈페이지에서 「하루 한 번, SF」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클릭한 순간 나의 SF소설에 대한 관념이 바뀌었다. 들어간 화면에서 만난 ‘온라인 북클럽 시즌1’은 처음으로 만난 신선한 형식의 플랫폼이었다. <저주토끼> 속 단편을 하루에 한 편씩 읽고 기억에 남는 문장과 단상을 오픈 채팅방에 남기는 방식이었다. 28명이 오픈 채팅방에 참여했다.

오픈채팅방이 열리기 전인 8월 초, <저주토끼>를 읽었다. 오픈채팅방에 올리기 전날 다시 한번 다음 날의 단편을 정독했다. 잔상이 진한 문장이나 이해가 잘 안되는 문장을 골랐다. 내 생각을 적기도 하고 함께 하는 이들에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물어보기도 했다. 여는 이(시민기획단 나침반 노윤영 님)의 친절한 참고 자료(다양한 책과 영화) 소개에서 강한 내공이 느껴졌다.

시민들이 올리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이런 경험과 이런 문장이 연결되는구나!’, ‘이거였어?’ 하는 생각의 연속이었다. 정보라 작가의 글을 읽는 것과 또 다른 톤으로 흥미 있는 시간이었다. ‘유투공’ 프로그램에서도 늘 느꼈던 감정이었다. ‘유투공’이 잔잔한 호수의 물결이었다면, 20여 명이 넘는 이와 함께 하는 「하루 한 번, SF」는 거센 바다의 파도였다. 잔잔할 때도 있도 조금 거칠 때도 있고 폭풍 전처럼 조용할 때도 있었다. 그들과 나눈 이야기는 저작권 침해가 염려되어 여기에 풀 수가 없음이 그저 안타깝다. 궁금하면 시즌2에 꼭 합류하기를 바란다.

2022년 8월 16일에서 30일, 다음 날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보름이었다. 30일 오후 3시, <정보라 작가와의 북토크> 전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이 모여 리허설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은 SF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 이들이 <저주토끼> 온라인북클럽을 덕분에 SF소설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나는 이제 정보라 작가의 다른 책도 읽고, 한국의 다른 SF 작가들도 궁금해졌다. ‘윤영 님 감사해요!’

9월의 첫날 저녁 7시 줌에서 ‘정보라 작가’를 만났다. 그녀는 유쾌했다. 심지어 개그 코드까지 보였다. 한국의 SF 작가 연대기를 보여주며 들려준 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윤영 님의 잘 정리된 질문으로 작가에게서 <저주토끼>와 부커상 시상식 참여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번역가 안톤 허와의 이야기는 시트콤이었다. 20분 같은 2시간이 지나고 그렇게 아쉬운 시간이 마무리되었다. ‘이건 왜 이렇게 쓰셨나요?’, ‘이건 무엇을 의미하나요?’라는 우리들의 질문에 정보라 작가는 답했다. “책이 작가의 손을 떠나서 독자에게 가면 이야기에 대한 해석의 권리는 독자에게 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해석이 100% 맞아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른 것이 정상입니다. 한 명의 독자가 여러 개의 해석이 있는 것이 맞아요. 하나의 글에 하나의 해석만 있으면 그것은 교과서죠. 정보전달을 위한 책, 매뉴얼이지 않겠습니까? 소설에 여러 가지의 해석이 있으면 저에게는 상당히 영광입니다.”

정보라 작가님, 시민기획단 나침반(노윤영 님), 함께 한 시민, 수원시글로발평생학습관 모두 멋졌어요! 시즌2에서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합니다.
댓글 1
노윤영 2022.09.05

선희 선생님. 정성스러운 후기. 잘 읽었어요. 끝까지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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