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원시 글로벌 평생학습관

통합검색

수강신청

수강후기

독립영화 불시착 in 수원_밀려난 자리

작성자
유승연
작성일
2022.07.25
조회수
1124






트레이닝복 입고, 슬리퍼 신고 동네 산책하듯 편안하게 독립영화를 만나는 자리, 다양한 영화 생태계를 살리는 자리, 그 속에 있고자 시민기획단 나침반이 준비한 <독립영화 불시착 in 수원>이 열렸다. 이 행사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설립한 독립·예술영화 유통배급지원센터 “인디그라운드”의 커뮤니티시네마 기초지원을 받았고 수원시 글로벌 평생학습관의 1관 101호 씨어터에서 진행되었다.
“밀려난 자리”라는 주제로 7월 20일에는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고양이들과 행복한 작별을 꿈꾸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분투기를 그린 “고양이들의 아파트(감독: 정재은, 출연:이인규, 김포도)”를, 7월 21에는 재개발 구역 파장동에서 투쟁과 연대를 하며 살아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를 그린 “파장동(감독: 송원준, 출연: 김우겸, 손용범)”과 재개발을 앞둔 신도림의 주택에서 15년 살아온 감독과 가족의 이야기 “가족의 모양(감독:양승욱)”을 상영했다. 또한 상영 후 감독이나 출연자가 나와 관객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첫째 날은 영화에 출연한 이인규 작가가 관객을 만났고 둘째 날은 송원준 감독과 양승욱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하여 수원에서 독립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1일차
“고양이들의 아파트”

둔촌주공 아파트는 1979년 준공했고 2018년 1월 주민들의 이주를 완료했으며 그로부터 2년여가 지나 2019년 12월 완전 철거되었다. 영화는 (고양이를 돌보기 위한) 모임의 결성부터 아파트가 소개되는 과정에서 고양이들을 다른 단지로 이주시키거나 입양보내기 위해 구조하는 과정, 아파트 건물이 철거되고 터만 남은 후에도 계속해서 고양이들을 돌보는 여정을 담고 있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나침반 김정희 님의 사회로 관객과의 만남의 자리가 이어졌다.

“그래서 저 고양이들은 어떻게 되었는데요?”

고양이들을 돌보는 모임인 “둔촌냥이”의 대표 활동가이며 이주 후에도 당번을 정해 고양이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돌보는 이인규 작가가 관객들과의 대화에 참석하여 영화를 본 소감을 나누고 위의 질문을 포함하여 관객들의 질문에 성실하고 재치있게 답변했다. 정확한 (서식) 개체수를 파악하기 어려워 비율을 말하기는 힘들지만 대부분의 구조된 고양이들은 다른 단지로 이주하거나 입양되었으며 원거리 이주(별도의 공간에 계류장을 마련하여 계류 방사하는 방법)를 했고 나이가 많거나 건강이 좋지 못한 일부는 하늘나라로 가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이사다닌 기억을 꼽아보니 열 번이 넘는다. 경제가 발전하고 도시가 개발되는 나라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내가 살았던 동네 중에서 지금도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곳은 거의 없다. 둔촌주공 아파트는 이인규 작가의 사진책 속에, “고양이들의 아파트”라는 영화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어떻게 이렇게 기록으로 남길 생각을 했을까?

“내가 사랑하는 공간이, 내 추억이 서린 곳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게 너무 슬펐어요.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둔촌주공 아파트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낸 이인규 작가에게 그곳은 고향이었다. 둔촌주공을 사랑하는 마음을 애향심이라고 서슴없이 표현할 정도로. 그러한 곳이 사라진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아파트 단지의 사계절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그곳에 사는 12가구를 인터뷰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집의 모습과 삶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안녕, 나의 둔촌주공 아파트” 4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디자인과 건축을 전공한 이인규 작가는 둔촌주공 아파트를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고 둔촌주공 아파트를 가상공간에서 재생하기 위한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안녕 나의 둔촌주공 아파트”

둔촌냥이 활동을 하고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둔촌주공의 변천사를 쓴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굿즈를 만들어 펀딩도 하고 동물보호협회와 연계해 적극적인 구조 활동을 벌여 사회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영화에는 둔촌주공에 살면서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돌보던 캣맘들과의 갈등, 인근 지역 주민들과의 미묘한 신경전 같은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오랜 시간 어렵게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킨 고양이 중 한 마리가 다시 둔촌주공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관객들 사이에서 안타까운 탄성이 나왔다. 작가도 대화 시간에 그 점을 언급하며 고양이들이 서식지를 떠나지 않으려는 정주 습성이 있다고 했다.

“둔촌냥이 활동을 하며 잃은 것과 얻은 것은?”

관람 후 관객들로부터 질문 세례가 쏟아져 놀라고 반가워하면서도 당황한 중에 이인규 작가가 가장 어려워한 질문 중 하나, “둔촌냥이 활동을 하며 잃은 것과 얻은 것은?”이라는 질문에 시간을 잃었고 사람들, 세상을 많이 알게 되었다고 답했다. 그에게 둔촌주공 아파트 단지가 갖는 의미가 단순히 물리적인 주거공간이 아니라 추억과 이웃, 삶이 녹아있는 곳이듯 그곳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그곳에 살던 인간주민과 동물주민(고양이?)을 돌보는 일은 아마도 오랫동안 삶의 일부가 될 것이다.


2일차
“파장동”
“가족의 모양”
"파장동"은 재개발이 진행중인 수원시 파장동을 무대로 한 극영화이며 "가족의 모양"은 재개발 논의가 진행 중인 신도림역 인근의 15년간 거주한 주택을 무대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나침반 노윤영님의 사회로 관객과의 만남의 자리가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는 영화과 졸업작품으로 두 감독 모두 늘 놀던 동네, 오랫동안 살던 집을 무대로 영화를 촬영했다. 익숙한 공간을 바라보는 낯선 시선, 사라지고 밀려나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을 넘어 미래를 향하는 꿈까지...두 영화가 전하는 개발의 뒤안길, 밀려난 것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미장센으로 승부하는 따뜻한 영화 VS 액션으로 승부하는 진정성있는 영화

상대 영화에 대한 감상을 묻자 양 승욱 감독은 촬영이 좋았고 “파장동”의 마지막 자전거 액션에 감탄했다면서 꼭 찍어보고 싶은 장면이라고 했다. 송 원준 감독은 “가족의 모양”은 내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이며 우리 형이라면 (양 감독의 누나처럼) 저런 따스한 말은 절대 안할 거 같다면서 집을 찍은 장면들이 감명 깊었다고 했다.

모두를 사로잡은 거미줄

병으로 일찍 사별한 아버지의 부재는 집에도, 가족들에게도 그림자를 남겼다. 인터뷰에서 누나는 아무 것도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겨울’이라고 표현했고 가장이 된 어머니는 방 한구석에 방치된 결혼사진에 거미줄이 내려앉도록 기억을 박제하고 살아야 했다. 꺼낸 액자에 거미줄이 달려있는 장면을 관객들도, 송 감독도 최고의 장면으로 꼽았다. 사실 이 장면은 우연히 찍게 되었는데 낮에 혼자서 비어있는 어머니의 방을 찍다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떨까 싶었다. 바닥에 누워보니 가구 사이에서 결혼사진 액자를 발견했고 꺼내보니 거미줄이 매달려있어 슬픔을 느꼈다. 그리고 뒤이어 많은 감정이 밀려왔다.

파장의 모양, 가족의 파장

제목을 정한 이유를 묻자 양 감독은 많은 고민을 했는데 나란히 걸린 칫솔걸이에서 가족들 얼굴을 그릴 수 있듯이 내가 찍어낸 풍경들이 결국 우리 가족의 모양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가족의 모양”으로 제목을 정했다고 했다. 여러 사람들이 살아가는 집단(파장동) 속에서 갑이 (금전을 무기로) 을을 균열시키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고 (경제논리가) 집단 내에 그러한 ‘파장’을 일으킨다는 이중적 의미도 담아서 영화의 제목을 동네 이름인 “파장동”으로 정했다고 송 감독은 답했다.

5일 VS 7개월

재개발이 시작되기 전에 파장동에서 찍고 싶어서 서둘러 시나리오를 완성해서 로케이션 지원 사업에 신청했다. 생각보다 촬영장소 허가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로케이션 매니저를 지원받았다. 동네를 통째로 빌렸으므로 최대한 빠른 시간에 마쳐야 해서 5일 동안 바짝 찍었다. 고생하면서 아파트 뼈대를 세운 건물도 찍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버려야했다.
“가족의 모양”은 찍고 편집하는데 7개월이 걸렸다. 인터뷰는 금방 찍었는데 집을 찍는데 시간이 걸렸다. 집이 칙칙해 보이는 것이 안타까워 최대한 예쁘게 찍고 싶어 햇볕이 드는 찰나의 시간에 찍었더니 근사하게 나왔다. 집에 볕이 드는 시간이 짧아서 여러 날 촬영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그것을 통해 감독의 마음 상태가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낡은 갈색 나무 창틀에 내려앉은 햇살, 오래되어 군데군데 뜯겨 나간 벽지,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고기를 구워먹던 깨어지고 부서진 흰색 타일이 깔린 계단 위 공간...관객들도 집의 곳곳을 보여주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장면에 탄성을 연발했다.

감독에게 독립영화란?

송원준 감독에게 독립영화는 활력소이며 감독이 하고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고 시민들이 독립영화를 볼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피력했다. 양승욱 감독은 독립영화는 순수한 비판이라고 하면서 감독이 어떻게 느끼고 표현하는가를 나타낼 수 있고 독립영화에서 배운 것들을 상업영화에서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독립영화가 한국영화의 희망이며 미래라는 것을, 두 씩씩한 감독들의 패기에서, 수원 관객들의 열기에서 단단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댓글 1
박찬선 2022.08.05

말로만 듣던 '커뮤니티 시네마'가 무엇인지 알게되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좋은 시간 만들어주심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Quick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