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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이 기획한 밀려난 자리 시간을 함께 하고 나서 적어봅니다

작성자
손선희
작성일
2022.07.24
조회수
1038






누군가를 밀어 낸 자리를 차지한 이는 누구일까?

시민기획단 나침반에서 주최한 「독립영화 불시착 in 수원」을 위해 7월 20일, 21일 이틀간 저녁 시간에 학습관을 찾았다. 학습관 1관 1층 극장에서 〈파장동〉과 〈가족의 모양〉 영화 상영을 하고, 이어서 감독과의 이야기 시간이 마련되었다. 신림동에서 온 양승욱 감독, 화서동에서 온 송원준 감독. 비슷한 모양의 안경을 써서 한 시민이 두 분이 닮았다고 해서 웃음으로 따뜻한 시간을 열었다. 훈훈한 두 청년 감독이 펼치는 ‘영화와 인생 이야기’를 함께 했다.

서로 알고는 있었지만 이 자리에서 처음 만난다는 두 감독은 서로의 영화를 칭찬하면서 문을 열었다. 시민들의 질문과 두 청년 감독이 들려주는 진솔한 이야기가 영화관을 가득 채웠다. 두 영화 모두 처음 생각한 제목에서 지금의 제목으로 바뀐 이야기도 들었다.

조선 시대 정조께서 살기 좋은 화성을 만들고자 수원 들어오는 길 입구에 만석거(萬石渠)를 만들고 이곳에 연꽃과 파초를 심었으므로 파초‘파(芭)’자를 사용했다 하며 ‘장(長)’자는 어른이 있다는 뜻에서 더하게 됐다고 한다. (출처: 수원시청 홈페이지) 그 파장동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았지만, 송 감독은 ‘파장’이라는 단어가 이 영화를 만든 의도를 담고 있어 ‘파장동’이라는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파장(罷場)은 여러 사람이 모여 벌이던 판이 거의 끝남 또는 그 무렵을 뜻한다.

신도림에서 사는 양 감독은 개인적인 문제로 고민하는 중에 신도림 재개발과 맞물리면서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집’을 담은 <가족의 모양>을 찍게 되었다고 했다. “난 여기가 싫고 짜증 나고 보기 싫고 치워버리고 싶은데 왜 자꾸 뒤돌아보게 되고 생각이 날까? 그러면 찍어서 남겨 보자.” 해서 영화를 찍었다고 하니, 듣고 있던 한 시민이 “찍고 다 잊어버려!”라고 사이다를 날려 주셨다. “딱 그런 마음이에요.”라고 양 감독이 받았다. ‘이런 자리가 아니면 어떻게 이런 소통과 공감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가족들의 ‘집’에 대한 생각과 집 안 곳곳을 비추면서 영화가 진행되는 <가족의 모양>은 양 감독이 ‘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정성스럽게 담고 있다. 칫솔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도 가족의 얼굴이 그려지기를 바랐어요. 내가 찍어 낸 이 집안의 풍경이 곧 우리 가족의 모양이 아닐까 합니다.”라고 양 감독은 말했다.

양 감독도 영화가 이렇게 만들어질 줄 몰랐다고 한다. 아버지 이야기도 질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집’에 대한 질문만 했어요. 집이 어때? 좋았던 기억이 뭐야? 라고 물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답이 나오고 그 감정들을 받아내는 순간 질문은 같았으나 각자 가지고 있는 것들을 솔직하게 말해 주었어요.”

가족들이 흔쾌히 출연을 허락했다고 한다. 가족들이 이 부분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한 부분이 있었냐는 질문에 “애초에 그런 의견은 안 물어봤어요.”라고 해서 함께 크게 웃었다. ‘감독님 추진력 있으시네!’ 생각했는데, ‘가족이 싫어할 것 같다’하는 장면은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누나의 방은 풀샷으로 찍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가족들이 무슨 말을 했느냐는 질문에 “가족들이 보고 별말 안 했어요. 수고했다. 고생했네! 라고 했어요.”라고 답했다.

<파장동>을 만든 송 감독은 여러 사람이 사는 집단에는 갑과 을이 존재하고, 갑이 을들을 어떻게 분열시키는가를 담고 싶었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파장동’에서 찍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파장동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모두 집을 떠난 2021년 7월 실제로 그곳에서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5일 동안 촬영한 40씬(장면)이 22분으로 편집되어 안타깝다고 했다.

<파장동>은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본사 직원을 따라가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한 시민이 열린 결말을 만드신 이유를 물었다. “본사 직원의 차를 따라잡아서 “저기요!”하고 끝나는 장면도 찍었어요. 불쌍하게 보이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잡았어도 이야기를 못 할 것 같아요. ‘안타까웠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어요.”라고 답했다.

군대를 전역하고 상업 영화를 찍는 스태프로 활동을 시작했다고는 송 감독은 수원미디어센터 수미C단편영화제작워크숍을 통해 연출을 처음 접했다고 했다. 수미C단편영화를 제작하고 나서, 대학교에 진학했고 <파장동>이 3번째 연출작이라고 한다. “독립영화는 나에게 ‘활력소’입니다. 상업 영화는 자본에 움직이는 영화고, 독립영화는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나의 활력소입니다.”라고 말하는 송 감독은 “수원에서 단편영화제작지원이 없어져서 안타깝습니다. 수원에도 영화제가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송 감독은 “수원이 집이라서 그런가? 이 자리가 더없이 편하네요. 어디서도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한 적이 없어요. 처음으로 관객 한 분 한 분 얼굴을 보고 이야기했어요. 초대해주신 나침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영화에 관심 있으신 분은 수원미디어센터에서 시작해 보세요. 저도 거기서 처음 시작했어요.”라고 하면서 더없이 기분 좋은 마음을 전했다.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해서 영화 연출을 전공하게 되었고, 지금은 스릴러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양 감독은 “나에게 독립영화는 ‘순수함’입니다. 남의 돈으로 영화 찍으면 한 문장 한 장면도 쉽게 찍을 수 없어요. 단편에서는 내가 느끼고 표현하고 싶은 대로 찍을 수 있어서 순수함이라고 말해 봅니다.”고 하면서 “코로나로 상영할 기회도 적었고, 상영해도 관객과 이야기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장시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고 했다.

함께 한 시민들도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늦은 시간까지 진행된 이야기에 영화를 참 모르는 나도 이 한여름 밤의 순간들이 오래도록 나의 기억을 남을 것 같다. 더 많은 시민들 함께하지 못한 아쉬운 마음에 두 청년 감독의 이야기를 그냥 묻어두기 아까워 이리 글을 적어본다. 2022년 가을밤을 채울 「사랑의 쓸모」 시간도 지금부터 설레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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