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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 돌봄 강연]돌봄과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주부가 집에서 논다는 말을 듣게 되는 이유를 성별 분업의 역사를 통해 알아본다

작성자
노윤영
작성일
2022.04.17
조회수
1207
코로나 이후 돌봄을 돌아보자는 논의가 많아졌다. 
돌봄 앞에 붙은 단어도 다양하다. 
유아, 초등, 노인 , 가족 등 돌봄은 우리의 삶에 밀접하게 닿아있다. 

나침반 기획 강좌 <돌봄이 없는 돌봄>이 중반을 지나고 있다. 매번 70명이 넘는 수강생이 줌으로 들어온다. 돌봄의 네 번째 주제는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을 쓴 정아은 작가가 말하는 성별 분업과 역사다. 정아은 작가는 헤드헌터, 번역가, 소설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져왔지만, 자신의 첫 번째 정체성은 ‘엄마’라고 소개한다. 

가족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한 질문이 강연의 시작이었다. 가족 하면 많은 사람들이 3인, 4인 가구를 떠올린다. 정아은 작가는 엄마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이 나온다고 말했다. 아빠는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모습, 아이는 푸른 자연 속에서 순진무구한 얼굴 또는 공부하는 학생의 사진이 대부분이다. 사회에서 기대하는 가족 구성원의 이미지다. 

작가는 언어에 대해서도 짚어봤다. 남자는 결혼할 때부터 아이를 키울 때까지 “돈 벌어야겠다”는 말을 듣는다. 반면 자녀가 있는 여성이 듣는 말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아이가 어릴 적에는 ‘집으로 들어가라’라는 말을, 학령기가 끝날 즈음에는 ‘돈 벌러 집 밖으로 나가’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사회가 남자에게 주는 일관된 메시지는 돈이고, 여자는 가족의 필요성에 따라 달라진다. 

정아은 작가는 큰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퇴직 후 얼마간은 아이를 맡기던 예전의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느 날 친구에게 전화로 “야, 너 요즘 집에서 논다며?”라는 말을 들었다. 작가는 잠시 머뭇거리다 ‘어. 나 집에서 놀아’라고 대답했다. 빨래를 널고 있을 때였다. 작가는 그때의 불편함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여자일과 남자일로 나뉘는 답답한 소리의 기원이 궁금해졌다. “내 문제의식은 한 가지였다. 엄마들은 왜 온종일 가사를 하고도 집에서 논다는 말을 듣는가?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감정적 토로나 언어적 배려의 차원보다 더 깊이 들어간 무엇이 필요했다. 

모든 일의 핵심에는 돈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책 머리말 中 작가는 여자와 남자가 다른 소리를 듣는 이유를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찾았다. 강연은 14세기 중반의 유럽으로 갔다. 영국에서 자본주의가 발화됐기 때문이다. 중세를 떠받치고 있었던 농노의 몸값은 페스트로 치솟았다. 그 당시 사람들은 여러 세대가 한집에 살며 마을을 이루었다. 바깥일 하면서 집으로 들어와 볼일을 보는 등 바깥과 집의 경계가 흐릿했다. 자급자족하면서 옆집과 나누는 형태가 점점 대단위로 바뀌기 시작했다. 

 두 번의 인클로저 운동과 산업혁명으로 농사를 짓는 땅은 줄어들었다. 땅을 되찾기 위해 여성들이 영주에게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여기서 마녀사냥이 일어났다. 돈 많은 과부, 약초로 치료하는 노파, 산파 등이 희생자였다. 주로 밖에서 일하는 여성들이었다. 공장이 있는 도시로 사람들이 모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은 집에 있는 편이 낫다고 국가는 판단했다. 남자 노동자가 집에서 잘 쉬어야 공장이 잘 돌아가기 때문이다. 여성은 밥, 빨래, 아이를 키우는 재생산의 역할을 하게 됐다. 예전에는 함께 하던 일을 집에서 혼자 하게 됐다. 돌보는 일이 개인화된 여성에게 돌아갔다. 돌봄이 점점 보이지 않게 됐다. 

정아은 작가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면 할수록 자본주의는 공고해진다고 말했다. 엄마는 재생산을 무상으로 하고, 아이들은 소비를 욕망하는 존재로 오랫동안 있다. 사람들은 광고를 보면서 끝없이 새로운 제품을 욕망하게 된다. 작가는 지난 강의에 수강생으로 참여했다면서 국가가 돌봄을 보조해야 한다는 대안도 짧게 제시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라는 지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알면 대응하기가 쉽다. 새로운 돌봄을 향해 나아가려면 현재의 좌표를 짚어주는 일도 필요하다. 작가는 그걸 퍼즐을 맞춘다고 표현했다. 

강의가 끝나고 실시간 채팅이 계속 올라왔다. 
 - 세탁기의 배신…. 이라는 책이 생각나네요. 
 - 요즘은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청년들, 여성, 돈 버는 노동자도 진짜 다 불쌍해요. 
 - 아이를 사교육으로 몰아서 아이를 스카이로 보내야 능력 있는 엄마라고 추켜세우는 것도 보여지는 가치로 환산하고픈 맘을 이용하는 것 같아요. 
 - 돌봄노동은 정말 힘든 것 같아요. 감정을 갈아 넣어야 하고, 나를 지워야 하는 게 본질인 노동인 듯해요. 끝없이 나를 드러내도록 교육받았는데. 나를 지우지 않으면 돌봄을 할 수가 없어서 힘들어요. 
 - 노인 문제도 결국은 여성의 문제입니다. 여성이 더 빈곤하고 더 오래 살기 때문이지요. 작가님의 말씀대로 조금씩이라도 통념이 바뀌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자본주의가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돌아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동체의 퇴색된 의미를 되살리려는 많은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잖아요. 여기 계신 여러분들도 그러시리라 생각됩니다. 우리 모두 파이팅이에요! 

돌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도 세대, 성별, 지역마다 다르다. 돌봄에 대한 인식차는 개인적 경험의 차이와 깊은 관계가 있다. 나같은 경우에는 돌봄의 수혜자라고 하면 노인이 먼저 떠오른다. 어린아이가 있는 이들은 육아 및 가사일이 돌봄일 것 같다. 

돌봄에 노동이 붙으면 어떨까?
돌봄 노동자 중 대부분은 여성이다. 
집에서 논다는 거짓말이 깨질 때 우리의 돌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다음 강연은 정희진 문학박사의 보살핌 윤리의 쟁점들-몸/증상, 관계적 자아, 고통이 주제다. 정희진 선생님이 들려주는 돌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댓글 1
유승연 2022.04.26

강연 내용을 잘 정리해주셔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여자로써)뭔가 억울하게 살아온거 같은데 정아은 작가가 잘 표현해주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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