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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책 읽는 마을이 희망이다

작성자
고준우
작성일
2013.04.16
조회수
5133



사람을 꿈꾸는 도시, 그 도시를 꿈꾸는 사람 

 (4월 명사특강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책 읽는 마을이 희망이다후기)

 

세계를 호령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Alexandros the great)에 대해서 한번쯤 들어보신 적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유럽 세계부터 인도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영토를 정복했던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알렉산드리아(Alexandria)’라는 도시를 점령지 곳곳에 지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고 번성했던 것이 오늘날 이집트에 위치한 알렉산드리아입니다. 이 알렉산드리아에는 당대 최대의 도서관이 존재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 일일이 손으로 옮겨 써야 했던 책이 70만권이 있었다고 하니 그 크기를 짐작해 볼만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들 책들이 그리스의 작품들만이 아니라 지중해와 중동, 인도의 작품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 문화와 중동의 문화, 나아가 인도의 문화까지 이질적인 문화권들을 하나로 묶어 세계를 하나의 도시처럼 융화시키려 했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신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오늘날은 어떨까요? 수많은 세계도시 중에서 그 영향력을 최고로 평가 받고 있는 뉴욕이 그 옛날 알렉산드리아에 견줄만하지 않을까요? 뉴욕에서 관광객과 뉴요커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공장소 중 하나가 바로 뉴욕공공도서관(The New York Public Library)이라고 합니다. 뉴욕공공도서관은 모든 자료를 모든 방문객이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 소위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도서관이라고 불리는데요, 역시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서로 공존하고 있는 개방적인 도시, 뉴욕의 정신이 반영된 부분입니다. 이처럼 도서관은 한 도시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가치관을 상징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원은 어떨까요? 수원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가치들을 집약해서 보여줄 수 있는 도서관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인권과 헌법정신, 그리고 인문학적 가치를 반영한 "시민사회자료관 도요새 책방"입니다. 비록 보유한 자료의 수는 위의 도서관들에 비할 바가 안 될지 모르지만, 시민들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자 인문정신 함양을 위한 배움의 장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는 위의 세계적인 도서관들 못지 않습니다.

 

염태영 수원시장님께서 2012사람이 우선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지었다는 도요새 책방.

그런데 이 도요새 책방의 설립에 많은 기여를 해주신 분이 한 분이 더 계셨으니, 그분이 바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님입니다. 박원순 시장님은 도요새 책방이 소장하고 있는 많은 민주화 운동 관련 자료들을 기꺼이 기증해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에게 학교에서 권장했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우연치 않게 인연을 맺게 된 도요새 책방으로부터 문자가 날아 들어왔습니다. 바로 박원순 시장님께서 2013413, 도요새 책방 개관 1돌을 기념해 수원시 평생학습관에 직접 찾아오신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박원순 시장님의 소통하는 행정과 인권변호사로서의 행보에 관심이 있었던 저로서는 놓치기 힘든 기회였습니다. 결국 저는 한 달음에 수원시 평생학습관으로 달려오게 되었습니다. 박원순 시장님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시장님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위대한 서울은 어디에서 오는가?” 무엇이 위대하다는 것일까?? 질문이 뇌리에 스쳐 지나가기가 무섭게 시장님께서는 서울특별시와 함께 꿈꾸고 있는 이야기들을 보따리에서 풀어놓으셨습니다. 박원순시장님이 위대한 서울을 만들기 위해서 준비해온 것은 다름 아닌 시민들의 삶의 즐거움’, ‘활력(活力)’을 도시에 불어넣는 것이었습니다.

 

삶의 공간을 활력 있게 하기 위한 다양한 문화 축제나 여가 활동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민청과 같은 교류 공간을 마련한 것은 바로 그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정책들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서울의 다양한 특색사업들이 하나의 의미를 통해 관통되면서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사는 것이 즐거워 미칠 것 같은 공간’,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정도인 공간’, 그것이 바로 박원순 시장님께서 꿈꾸고 있는 서울특별시였던 것이고, 시장님께서 추진해온 정책들이 지향하는 바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수많은 정책들 중에서도 시장님께서 가장 중요시했던 것은 바로 인문학적 사고 방식’, 즉 잘 먹고 잘 사는 법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존귀함을 깨닫는 법이었습니다. 그를 위해서 시장님이 들인 노력도 각별한 것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는 도서관을 늘리는 일이었습니다. 거점식 도서관, 즉 큰 구역의 중심에 놓인 큰 도서관이 아니라 각 동네마다 있는 조그마한 도서관을 확충해나감으로써 시장님은 각 동네에 적어도 하나의 도서관을 세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는 인문학 강좌를 꼽으셨습니다. 각 동네 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좌를 개최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적 감수성을 기를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동네에 하나씩 도서관을 만들고, 그 안에서 인문학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수많은 정책 중에서 왜 이 부분인지 새삼스럽다고 느껴지는지 모르겠지만, 학생인 제게는 크나큰 의미가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잠시 어려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프랑스의 들뢰즈(Gilles Deleuze)라는 철학자는 나무-뿌리 모델을 비판했다고 합니다. 나무-뿌리 모델이 뭐냐구요? 그것은 겉보기에는 다양한 맥락(뿌리)으로 보이지만 정작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단 하나의 원류(줄기)로 환원되는 구조를 말합니다. 그는 이러한 구조에서는 맥락과 맥락이 연결되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생성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리좀(Rhizome) 모델을 제시한 사람이었습니다. 리좀 모델은 또 뭐냐구요? 칡을 생각해보십시오. 땅 밑에서 촘촘하게 서로 엉켜있는 그 뿌리! 바로 그게 리좀입니다. 그는 뿌리들이 엉켜있는 리좀처럼 맥락들이 엉켜서 끊임없이 새롭고 놀라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공동체를 꿈꿨습니다.

 

사실 오늘날의 대한민국 교육제도가 바로 나무-뿌리 모델이 아닌가 싶습니다. 겉보기에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탐구, 과학탐구 다양하게 보이지만 정작 그 근원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단 하나의 결과로 수렴합니다. 바로 대학입시, 취업준비입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좁은 하나의 길로 내몰리다 보니 서로 경쟁하고 충돌하면서 상처 입고, 그 배움의 넓이조차도 주어진 교과목을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나무-뿌리 모델인 교육제도를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훌륭하게 보완해낼 방법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도서관이었던 겁니다. 도서관이야 말로 모든 맥락이 연결되는 훌륭한 공간이 아니던가요. 과거의 사람들의 생각이 책을 통해 현재의 사람들의 생각과 연결되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와 토론, 건전한 비판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생각을 연결합니다. 그러면서 새롭고 놀라운 생각들이 무궁무진하게 생성되는 것이지요.

 

 

여기서 저는 박원순 시장님의 생각이 참 깊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시장님께서 비판하셨던 획일적인 교육을 그는 교육제도가 아닌 새로운 정책을 통해서, 공동체에 인문적 정신을 심어줌으로써 각 동네의 도서관을 그 옛날 수많은 철학자가 꿈꾸고 소통하고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냈던 아테네 학당(School of Athens)’처럼 만들어낸 것입니다.

 

인문학을 정의 내리는 방법이 많이 있지만, 저는 인문학이란 대상을 낯설게 하는, 새로운 생각들을 말이 되게 풀어내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제 관점에서 볼 때 박원순 시장님은 기존에 주어졌던 눈에 보이는 것들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들을 만들어냈으니 이미 훌륭한 인문학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연을 끝낼 때 시장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Good to Great(‘좋음에서 위대함으로)’, 그것은 잘 먹고 잘 사는 법’, ‘눈에 보이는 것’(Good)에서 자신의 삶을 존귀하게 만드는 법’,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Great)를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 말로 시장님이 가장 처음에 던졌던 질문의 답이었습니다.

 

위대한 서울은 어디에서 오는가?”

“(눈에 보이는) 서울시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행복을 꿈꿀 수 있을 때, 그곳에서부터 온다

 

글_창현고등학교 3학년 고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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