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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북콘서트 『도시의 발견』 정석 교수를 만나다 -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

작성자
유승연
작성일
2017.05.06
조회수
7122



# 수원 지동 29길
 
김동산, 삼각전파사 | 젠트리피케이션
작사 김동산 작곡 김동산 편곡 김동산
 
황해도 옹진사람 할아버질
만나 여길 내려왔는데
그 사람 49에 담석을 얻어 65에 떠났네
 
그 시절 남문서 야채를 팔던
아는 이에게 마늘을 한 차 사서
한 달을 나눠 판 돈을 매일 베개에 넣고 잤네
 
이제는 우리의 힘든 삶의 자욱도
다툼 없이 정겹던 이웃들도
 
삼십 년 전 잃어버린 자동차셀
제했다던 열세 평 반 보상금처럼
산산히 흩어져 자취도 없이
처량하기 그지없다
 
 
산책하기 좋은 계절이다. 날이 좋아서 혹은 미세먼지 나쁨지수가 적당해서.... 그러나,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서 길을 점령한 자동차들 사이로 몸을 비틀어가면서 걸을 것인가? 프랜차이즈 소매점에 점령당한 특색없는 상가를 산책하며 어떤 경치를 바라볼 것인가? 단골가게가 사라졌다. 동네에서 편안하게 한 잔 하던 단골 호프집도 사라졌고 집밥 지겨울 때쯤 가던 식당도 없어졌다. 주인과도 잘 알고 징하게 수다 떨던 카페도 프랜차이즈 카페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단골가게가 사라졌다
누가 단골 가게들을 우리 동네에서 몰아냈을까? 서울시립대 도시계획과 정석 교수는 최근 저서 『도시의 발견: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도시 지키기』(매디치미디어,2016)에서 “도시는 정치”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정치적으로 계획·결정되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단골 가게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정석 교수의 『도시의 발견』을 주제로 열린 북콘서트는 수원시평생학습관의 독서토론 지도자 양성 과정의 후속으로 만들어진 북콘서트 시민기획단 ‘나침반’이 “골목 이야기”라는 주제로 펼쳐놓은 세 번의 북콘서트 중 두 번째 시간이다. 어린시절 놀았던 정겨운 골목길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추억을 소환하는 공간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모여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석 교수는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학에서 도시공학을 공부했고, 13년 간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에서 근무했다. 북촌 한옥마을과 인사동 보전, 도시경관, 걷고 싶은 도시, 마을 만들기 등 여러 도시설계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04년부터는 동북아 도시연구센터장을 맡아 중국과 북한의 도시를 연구한 경험이 있다.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를 출간했고, 연구 저서로 『서울시 보행환경 기본계획』, 『북촌 가꾸기 기본계획』, 『집은 인권이다』, 『저성장 시대의 도시정책』 등이 있다.

 
공간을 위한 인간, 인간을 위한 공간
북콘서트의 문을 연 것은 『도시의 발견』에도 소개된 바 있는 2016년 EBS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상영작인 얀 겔의 “위대한 실험”이라는 다큐멘터리이다.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덴마크의 도시 공학자 얀 겔이 현대 도시의 개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람이 살 만한 공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초점을 두고 일궈낸 적지 않은 성과를 역사적으로 추적했고 코펜하겐과 멜버른과 뉴욕 등의 선진국 대도시가 인간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과정과 반대로 다카와 충칭 등에서 여전히 개발도상국 마인드로 파괴되는 공간들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현대 도시가 인간적인 삶의 가치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굳이 웅변하지 않고도 설득하는 힘이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서울 인구의 90퍼센트,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도시에서 공간을 구성하는 최대의 가치는 효율이다. 효율성의 이름으로 정작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은 도시 중심에서 점점 멀어진다. 얀 겔은 이렇게 삭막해져가는 대도시 속에서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공간을 고민한다. 자동차가 아닌 인간을 위한 공간을 꿈꾸며, 뉴욕, 다카, 멜버른, 충칭 등에서 그의 작지만 위대한 실험이 펼쳐진다. 수원에서도 2013년 생태교통 수원이라는 행사를 열어 행궁동 일대에 한 달 간 차없는 거리를 실천한 바 있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내걸고 행사장을 누볐던 자전거 버스는 행궁동 한 쪽에 조용히 서 있다. 전기로 운행되는 친환경 벨로 택시가 행궁동 골목길을 다니며 관광객을 실어나른다.
 
수원에도 젠트리피케이션이...? 뮤비 지동 29
다음 순서는 북콘서트 이름에 걸맞게 “지동 29”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 감상이다. 출장 작곡가 김동산과 재생 미술가 천원진, 다큐감독 류승진은 수원에서 가장 집세가 싸면서, 낡은 동네인 지동에서 활동하면서 지동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관찰한다. 봉사한답시고 무책임한 자기만족으로 그려놓은 벽화를 반대하며 그 대신 집수리를 해주고 동네 어르신들의 삶을 그저 듣기만 하는 등, 예술가로서 최대한 소극적인 개입을 시도한다.
그러던 중 유네스코에 등재된 수원화성의 문화재 개발 때문에 평생 일구었던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어르신들의 삶을 목도하게 되고 그 이야기를 출장작곡으로 만들어 가장 진보적이고 SF적인 사운드를 추구하는 음악가 "삼각전파사"와 드러머 최철훈과 협업하여 만들었다.
이 곡은 밀려나고 사라질 상황에 처한 위기의 공간을 위해 '자립음악생산조합'이 발매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자립음악생산조합'은 작은 규모의 음악생산자들이 자유롭게 음반과 공연 등 음악과 관련된 작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음악생산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모여 결성하였다.
 
앨범에 수록된 옥바라지골목, 요기가갤러리, 통영생선구이, 뽀빠이화원, 나무그늘, 경의선 공유지,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서촌, 상수동, 가로수길 등은 너무나도 유명한 곳이지만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음악가들은 이 공간들을 직접 찾아가 그 곳의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만들고, 녹음했다.
 
도시를 움직이는 손-市長과 市場
지하철 노선도는 자본과 권력이 도시를 어떻게 조정하고 변화시키는지를 잘 보여준다. 직선거리로 38킬로미터인 지하철 3호선의 전체 노선길이는 53킬로미터이다. 거의 직선으로 이어져온 노선이 대치동 근처에서 휘어진 이유는 역의 위치를 정하는 데에 정치적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유일한 야당 국회의원인 강남을 전현희 의원은 수서역 근처 철도역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었다. 신논현역 반경 2킬로미터 내에는 지하철 6개 노선 15개역이 있는 반면 수서역 반경 2킬로미터 내에는 3개 노선 7개역이 있다. 요즘에는 돈을 받고 팔기도 하는 지하철 역이름 또한 동네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작용한다. 지하철 2호선에는 잠실새내역, 잠실역, 잠실나루역 등 ‘잠실’이라는 이름이 세 차례 연속해서 등장한다. 성내역이 잠실나루로, 신천역이 잠실새내역으로 바뀐 것이다. 이름만으로는 어느 역이 어느 동네에 있는지 지역주민들도 헷갈릴 정도이다. ‘잠실’이라는 이름의 후광을 노린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이러한 이해관계는 동네 이름에도 적용된다. 최근에 관악구 신림동이 신사동으로 바뀌면서 서울에는 ‘신사동’이 은평구, 강남구, 관악구에 세 개가 있다.
 
송파구 세 모녀가 달동네에 살았더라면...
강남북 균형발전을 내걸고 추진된 서울시 뉴타운 개발사업은 재개발이 전통적인 도시와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은평구, 왕십리 등 뉴타운 시행 지역에서는 어김없이 지가가 폭등했고 빈민들은 삶의 터전에서 내몰렸다. 그 와중에 돈을 번 것은 건설사와 일부 지주들뿐이다. 정석 교수는 송파구 세 모녀가 달동네에 살았더라면 그런 죽음을 맞이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달동네는 가난하지만 공동체가 남아있고 이웃이 있어서 누군가는 삶에 지친 세 모녀에게 위로와 쌀을 주지 않았을까? 앞서 소개한 지동 29에서 “다툼 없이 정겹던 이웃들도(...) 열세 평 반 보상금처럼(...) 산산히 흩어져 자취도 없이”라고 했듯이 주거공동체를 와해시키는 재개발로 도시빈민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자각이 확산되고 있다.
 
홍대앞, 이태원 등 서울의 소위 뜨는 지역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횡행하면서 그 폐해를 실감한 주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개발에서 재생으로 느리지만 정책 방향이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다.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워 도시를 갈아엎는 자본의 탐욕을 막는 유일한 길은 도시의 세 주체 중 하나인 행정과 주민의 연대이다. 대단위 전면 철거에 대한 대안으로 지자체(서울시)에서 주거환경 관리사업, 마을 만들기 사업을 제안했고 느리고 결과도 불확실하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환경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리모델링보다 재건축이 많은 이유는 권력을 등에 업은 자본의 논리가 우선되기 때문이다. 정석 교수는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북촌의 한옥 보전 사업, 수제화 골목으로 시작된 성수동 도시 재생 사업 등 서울의 마을만들기 사업을 소개했다. 폭주하는 시장을 제어하고 나선 것은 자치단체의 응급구조였다. 성수동이 속한 성동구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여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지정하고 임대료 상승을 조정하는 협의안을 마련했다.
 
어디부터 시작할 것인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 마을의 보물이 무엇인지를 알고 우리 마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처음부터 어렵고 거창한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쉬운 것부터 시작하라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책에 소개된 외국의 도시 중에서 수원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정석 교수는 각 사례들로부터 배울 점들을 추출하여 소개하였다. 지진으로 도시를 다시 건설해야 했던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처럼 많은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듣는 것도 중요하다. 차없는 거리를 만들어 도로를 시민들에게 내어준 뉴욕, 버려진 뒷골목에 멋진 카페들을 만들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 되살리기도 했다.
 
 

도시의 현주소-다양성과 양극화
건강한 생태계에서 종의 다양성 확보가 필수적이듯이 도시에도 다양한 종류의 주택이 필요하다. 요즘처럼 경제가 저성장일 때 개발의 증가는 악순환을 가져오는 제로섬 게임으로 귀결된다. 정석 교수는 도심 재개발로 건설된 거대 빌딩에 공실이 넘쳐나는 사례를 들었다. 수요 자체가 적은데 억지로 수요를 일으키기 때문에 남아도는 공급이 필연적으로 악순환을 가져오는 것이다.
 
대한민국 도시 문제의 근원은 양극화이다. 도시에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시골에는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것이다. 국가가 필요한 것이 이러한 시점이다. 정부에서는 법과 제도를 통해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만 쳐다보고 있기에는 너무 늦다. 젊은이들이 눈을 돌려 지방에서 나에게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자체와 주민들을 연결하고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내는데 한 몫을 할 수 있다.
 
광장이 거기 있었다.
강의의 시작에 정석 교수는 광화문 촛불시위 참여 사진을 보여주면서 연대와 단결의 힘을 강조했다. 하지만 광장이 없었다면 그 시민들은 어디에 모여서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을까? 만약 전적으로 자본의 논리에 따라 광화문 광장이 대기업의 소유로 바뀌었다면 모두의 광장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 광장에 서려는 당신이다.
댓글 1
윤한철 2017.05.16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좋고 알찬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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