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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공방의 대나무 워크숍] 대나무 공예의 숲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작성자
유승연
작성일
2017.03.02
조회수
7727



몸 풀기를 위한 퀴즈 하나, 대나무는 나무일까, 풀일까?

나무라는 이름에 낚인 당신, 과연 정답일까? 조조처럼 이름이 나무인데 진짜 나무라면 퀴즈를 내지도 않았을 거라고 믿고 풀이라고 찍은 당신, 조조의 승리다. 일반적으로 땅위줄기가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생존하는 다년생 식물이며 가로로 부피 성장을 하는 부름켜 조직이 있는 식물을 나무로 분류한다. 겉보기엔 틀림없는 나무지만 부름켜가 없는 대나무와 야자는 식물 분류학상으로 풀에 속한다.

수원시 평생학습관이 생긴 지 어언 5년이 되어가지만 처음 열린 대나무 공예 강좌는 수강 문의와 신청이 쇄도하여 일찌감치 마감이 되었고 학습관에서는 치열한 고민을 거쳐 수강 인원을 늘리는 결정을 내렸다. 단, 이번에 듣지 못했다고 슬퍼하지는 말 것. 여름학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이 기사가 작성된 것도 그런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이다.

1월 7일(토요일)부터 총 3회에 걸쳐 진행된 대나무 워크숍은 첫 번째 시간에 대나무 받침, 두 번째로는 둥지 바구니를(정말로 새 둥지처럼 생겼다. 눈이 어두운 참새 몇 마리는 충분히 꼬여 잡을 수 있을 듯…), 마지막으로 LED등이 들어간 누에고치 조명 만들기로 진행되었다.


비밀의 대나무숲 곡성에서 연장챙겨온 사부님

앞서 소개한 대나무 퀴즈로 공예 강의를 시작한 한창균 선생님은 다른 이유(?)로 유명해진 곡성에서 학습관 강의를 위해 기차를 타고 왔다. 수업 재료인 대나무를 잔뜩 짊어지고서…오래전부터 손으로 작업하는 일을 해온 한창균 선생님은 도공, 목공에 거쳐 죽공(대나무 공예)까지 이르게 된 대나무 공예작가이다. 풀 다루는 법은 임채지 초고장(짚 풀로 기물을 만드는 장인)에게서, 대나무공예의 예술과 현실을 노승걸 대나무 공예 명인에게서 배웠고 곡성으로 들어와 홀로 대나무 작업을 하고 있다. 순창, 서울 등지에서 워크숍을 통해 대나무 공예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천 원짜리 몇 장이면 ‘다있소’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대나무 물건들을 직접 만드는 이유는 백만 가지도 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재료이다.

우후죽순이라는 말도 있듯이 하루에 1센티미터가 자라 40~50일이면 다 자라서 높이가 15미터에 이르며 수명은 3~4년 정도인 대나무를 채취하는 시기는 대나무 공예의 질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대나무 속의 수분이 다 내려간 11월 말 이후로 벌채하는 것이 가장 양질의 대나무를 얻는 방법이다. (실제로 선생님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가 겨울이라고…1년 치 재료를 이때 쟁여놔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저렴한 대나무는 연중 채취한 동남아산으로 쓰다보면 검은색 곰팡이가 피거나 기름 같은 얼룩이 배어나 계속 쓰기가 어렵다.


쪽치고, 배따고, 모따기…

벌채한 대나무는 적당한 길이로 자르고 속을 깨끗이 씻어둔다. 속이 빈 대나무는 작은 새들이 둥지를 틀기 좋은 환경이다. 어쩌면 살았을지도 모를 새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세척은 필수이다.

대나무를 공예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가공이 필요하다. 세척하고 그늘에 말려둔 대나무를 도끼처럼 두꺼운 대칼로 결을 따라 벌리듯이 반으로 쪼개고, 쪼갠 것을 다시 쪼개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필요한 폭으로 가공하는데 이것을 ‘쪽을 친다’고 한다. 쪽을 친 후 탄력성이 떨어지는 속대를 분리하고 겉면을 필요에 따라 얇게 떠내는 ‘배를 딴다’는 과정으로 넘어간다. 폭은 만들 제품에 따라 정하면 된다. 세로로 쪼갤 때 마디부분에서 압력을 잘 주어 깨끗하게 쪼개는 것이 중요하다.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3년 이상 대를 다루어야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는 작업이란다. 선생님도 수없이 손을 베었고 망친 대나무를 이어놓으면 지구를 일곱 바퀴 반 돌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이어지는 ‘모따기’는 매끄럽지 않은 양 옆 모서리를 다듬어주는 과정이다(야스리로 날 다듬는 과정도 살짝 보여주는 센스~). 톱날처럼 생긴 모따기칼은 생산되는 곳이 별로 없어 일본에서 어렵게 구했다고 한다. 모서리를 다듬은 댓살은 필요에 따라 얇게 떠낸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제대로 된 재료를 사용하고 숙련된 공예가의 손길로 만들어진 제품(제품보다는 작품이라는 말을 붙여야 할 것 같은데)에 값을 매기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바구니의 기원이 새 둥지라고 생각돼요. 생명체가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공간, 사람에게도 바구니가 그런 의미가 아닐까요?”

두 번째 시간에 만든 바구니는 정말로 둥지를 닮았다. 귤을 담으면 새알처럼 보이고 과자를 담으면 어디서 새가 날아와 쪼아먹을 것 같은 바구니는 선생님의 소망처럼 딸에게 대를 이어 물려줄 수 있을 것 같다.

대나무는 30~40개의 마디가 있는데 마디마다 생장점이 있다. 마디 당 하나의 가지가 나오며 좌우로 엇갈려서 난다. 가지가 났던 자리에는 흉터처럼 남는 눈자리가 생긴다. 가지가 나오는 선을 찾아서 그 부분에서 쪼개어 준다. 마디는 대나무가 성장하는 고통이고 괴로움이다. 대나무는 성장하느라 고통을 겪고 그것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흉터를 남기고 그 곳이 가장 약한 부분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데가 있다. 대나무의 마디에는 고통을 이겨낸 숭고한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선생님의 작품 속에서 마디는 조화를 이루면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위치에서 그 소박한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다.

 

대나무는 부러지지 않는다, 휘어질 뿐이다….인줄 알았는데…?


첫날 수업.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대나무 공예의 시작은 삼각형이나 육각형에서 규칙에 따라 댓살을 끼우고 이어가면서 점차 확장해가는 방식이다. 그러나 삼각형이 끝나자마자 씨줄과 날줄을 교차하는 것부터 헷갈리기 시작했다. 하나씩 교차하거나 두세 개씩 교차하는 방식으로 견고한 기초와 아름다운 무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잠깐 다른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잘못 엮여서 밑으로 갈 댓살이 위로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엉엉 울면서 가져가면 선생님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매의 눈으로 발견해서 댓살을 풀어나간다. 여기부터 다시…유연하게 댓살을 휘어가면서 사이로 집어넣고 빼고…부러지지 않게 물을 축여가면서 부지런히 손이 움직인다.

“무리하게 휘면 대나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부러져요. 당장은 부러지지 않는다 해도 무리가 쌓이면 위의 윗줄에서라도 꼭 부러집니다. 살살 얼러가면서 끼워주세요.”

쌓인 스트레스가 나중에 드러나 결국은 부러지고 만다는 것은 인생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농사가 끝난 겨울, 창고에 모여서 바구니를 짜면서 이야기꽃을 피웠을 할머니들을 상상해본다. 살림에도 보탬이 되었겠지만 내 몸에도 지혜로운 선택이었다.

 

두 번째 수업.
첫 번째 작품보다는 쉽다는 선생님에게 낚였다. 더 꼬여만 가는 교차 순서와 몇 개의 댓살을 한데 모아 휘어 감는 고난도 꺾기 기술… 겹쳐 모으는데도 순서가 있고 꺾는 방향과 각도도 세심하게 정해야 완성품이 예쁘게 마무리된다. 아니, 그전에 완성조차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부러지지 않게 물을 적셔가며 대나무를 꼬는데 왜 내 허리와 등이 따라서 휘어가는지…?

 

마지막 수업.
이번엔 정말 쉽다는 선생님에게 마지막까지 낚였다. LED 전구와 소켓까지 조립해야 하는 고난이도의 제조 과정이 추가되었다. 물론 그 외 누에고치 형태 만들기는 대부분 큰 어려움 없이 해냈지만 완성품을 보니 누에고치가 좌우대칭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가 하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기도 해서 서로 웃음이 나왔다. 죽물은 조립하면서 당겨주기, 마무리 다듬기에 따라 완성도가 결정되므로 장에 내다팔았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팔리지 않고 남아있는 비운의 물건이 되기도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



대나무 공예로 대동단결, 거북이 공방의 겨울나기

진도를 못 따라오거나 수업에 참석 못 한 수강생들을 위해 수업 시작 전과 끝난 후의 시간을 할애하면서 몇 번이고 반복해주는 선생님의 열정으로 우리들의 어설픈 작품들은 점차 모습을 드러냈고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자신의 손으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댓살 재료부터 부속품, 심지어 피스를 박을 위치를 표시하고 고정을 도와주는 하드보드지와 꼬지까지 꼼꼼하게 준비해온 수업 재료를 보면서 감탄하던 것도 잠시, 마침내 마지막 작품인 누에고치 조명을 만들고 콘센트에 꽂는 순간 다른 사람들은 모두 불이 들어오는데 내 것만 안 켜져서 놀란 내게 누군가가 스위치를 켜라고 알려주었다.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따스한 노란색의 LED 전구에 불이 들어오고 우리 모두는 박수를 짝짝짝!!! 세 번의 수업으로 정이 들었나보다. 아니, 자세히 보니 목공수업에서 낯이 익은 얼굴도 있고 오픈데이 때 보았던 사람들도 있다. 역시 거북이공방 이즈 뭔들~?

집에 돌아와 책을 읽는 남편에게 둥지 바구니에 귤을 담아 건넸다. “오, 이거 당신이 만든 작품인가 보네? 운치있고 좋은데?”

누에고치 조명의 스위치를 켜자 대학생 아들이 “우와, 엄마가 만든 거 에요? 분위기 죽인다… 이거 내꺼~” 하면서 방으로 가져간다. 잠들기 전까지 책을 읽(거나 휴대폰을 하면서 보면 좋)을 조명이란다. 책 읽는 사람의 간식을 담아두고 책 읽을 때 조명이 되는 죽물들이 있어 우리집의 겨울은 포근하다. 여름 수업으로 예정된 죽부인은 벌써 딸이 찜해 놓았다. 주문생산도 멀지 않았다.

댓글 1
전순옥 2017.03.29

듣고 싶었던 수업이었는데 시간이 안맞아 못들었어요... 작품들이 다 멋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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