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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공방 ‘목공구 워크숍’을 마치며..

작성자
박효숙
작성일
2017.02.21
조회수
5406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 이룬 목수의 꿈


지난 9월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는 장영환 선생님의 <목공구 워크숍 ‘의자 만들기’> 수업이 시작됐다. 평소에 목공예로 집을 예쁘게 꾸미고 사는 친구가 있어 많이 부러웠고, 마침 수원시 평생학습관 ‘목공구 워크숍 강좌’에서 의자를 만든다고 하여 덜컥 수강신청을 하였지만 과연 내가 의자를 만들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었고, 두렵기 짝이 없었다.

‘과연 내가 의자를 완성시킬 수는 있을까?’ 하는 걱정을 가지고 드디어 9월 22일 첫 수업을 마쳤고, 그로부터 9주 후인 11월 17일, 우리는 드디어 12명의 수강생 모두 12개의 각자의 의자를 완성 할 수 있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원시 평생학습관 1층에 있는 거북이 공방에서 총 9주간의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한명의 낙오자 없이 12개의 의자를 완성하고 드디어 종강을 하게 된 것이다.

9주 전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첫 수업에서 장영환 선생님은 처음 만나자마자 첫 수업에서 휴대용 드릴을 치켜들며 “이런 것 한 번도 사용해 보시지 못한 분이 여기에 계십니까?“하고 물었다. 총 수강생 중 11명이 첫 수업에 참석하였는데, 놀랍게도 나와 어떤 여자분 단둘만 겸연쩍게 손을 들었다.

선생님은 “ 괜찮습니다, 차분하게 기초부터 밟아 진도를 나갈테니, 수업에 빠지시진 마세요”하며 격려를 해준다. 직접 의자를 만들고 그 의자에 앉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앞 뒤 가리지 않고 덤볐는데 살짝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별일이 없다면 결석을 하지 않을 것이고 결석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강사의 말을 믿고, 한번 도전해 보기로 하고 첫 수업에 임했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흘러 9주 전의 나와 비교해 보면 역시 장족의 발전을 하였다. 처음 드릴을 사용하여 나사못을 박을 때도 손을 덜덜 떨었던 두려움을 극복하고, 제법 목수의 티가 난다는 생각을 하였다. 9주간의 수업에서 장영환 선생님은 자세를 중요시 여겼다. 항시 폼이 어설프거나 불안정하면 지적을 받았기에 자세에 신경을 쓰게 된다. 아직도 선생님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나사 하나를 박더라도 멋진 폼으로 박으세요. 자세가 안 나오면 목수의 폼이 안 납니다. 자세 바로하세요!”



9주간의 수업으로 이제 기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벗어난 것 같다. 평상시에는 한없이 좋으신 선생님도 기계는 위험하다는 것을 매번 인식시키고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극도로 예민해 지시며 꾸지람을 주셨다.

자칫 수강생 중 한명이라도 다칠까봐 노심초사 하셨기에 그러한 꾸지람도 행복하게 받아 들였고, 처음에 목공기계인 테이블소에서 손을 바들바들 떨었던 나를 떠 올리며 혼자 웃곤 한다.

이젠 기계에 대한 두려움도 어느 정도 떨쳤는데 벌써 어제 종강을 하고보니, 너무 아쉽다. 매주 목요일 아침, 간식을 싸들고 수원시 평생학습관을 찾던 행복한 시간이 다음 주에는 없다고 생각하니 아쉽기 짝이 없는 것이다.

어제 12개의 각자 만든, 의자에 앉아 사진촬영도 하고 다른 사람이 만든 의자도 품평하고, 종강을 하고 나니 어느덧 오후 1시가 되었다. 배고픈 줄도 모르고 1시가 넘어서야 헤어지며 섭섭하여 점심을 먹기 위해 주변 식당을 찾았다.



점심을 먹으며 수강생들끼리 힘들게 완성된 의자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개개인의 의견을 말하게 되었다. 수강생 중에는 나보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도 많았지만, 아직 자녀가 어린 수강생들도 있었는데 그 중의 한명이 자신은 본인이 만든 의자가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자녀들이 잘못을 했을 때 반성하게 만드는 ‘생각하는 의자’와 비슷하다면서 그 용도로 쓰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하였다.

그 또래의 수강생들은 “그거 좋은 생각 같아요” 하며, 반색을 하였고, 나는 “이제 자녀들이 다 커버려서 반성하게 해야 할, 어린 자녀들이 없으니 내가 앉아 ‘생각하는 의자’로 써야겠어요!”하며 의자를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각자의 의자를 보물단지 다루듯 하여 들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행복했고, 자신이 무언가 만들었다는 기쁨에 발걸음은 더욱 가벼웠다. 9주간에 장영환 선생님과 보조선생님 그리고 같이 수강한 수강생들이 함께 작업하고, 간식을 먹고 함께 작품을 완성하게 되니 정이 많이 들었나보다.

지금 수강 후기를 올리고 있는 오늘에도, 단체 카톡방에 자신이 만든 의자를 아들의 컴퓨터 책상에 맞춰 세트로 구색을 맞췄다며 사진을 올려 자랑한다. 책상도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 만든 작품이라 하니 부럽기 짝이 없다.

나 역시 집 안 여기 저기 돌아보며 의자를 둘 공간을 찾아보니, 결국 식탁근처로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식탁 의자가 4개뿐이다 보니, 여러 명이 손님으로 왔을 때 내가 앉을 자리가 없었는데 의자를 놓고 보니 5인용 식탁이 되었다.



내가 앉아 신문도 보고 밥도 먹고, 그리고 생각도 할 수 있는 내가 만든 나만의 의자가 탄생된 것이다.

저녁이 되어 식구들이 한마디씩 한다. 그럴듯한 의자가 탄생했다고. ‘과연 내가 의자를 만들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시작했던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내게도 목수의 꿈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고마운 강좌 덕에, 내게도 나만의 ‘생각하는 의자’가 생겨 너무나 행복하다.

수강생 중 한분이 또 봄 학기 때 만나서 같이 수업을 듣자는 건의를 해 와서, 그러자고 대답을 했다. 벌써부터 또 어떤 수업이 진행될까 기대가 된다. 의자를 만들었으니, 또 탁자 만드는 수업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흐뭇하다.

9주간 간혹은 실수로 야단도 맞았지만 행복했고, 한명의 낙오자 없이 근사한 의자를 만들게 해 주신 수원시 평생학습관과 장영환 선생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두려웠던 목공 기계에 대한 공포심을 극복하게 되었고, 내 손으로 무언가 만들 수 있는 행복감에 지난 9주간이 훌쩍 지나 버린 것 같다.

아마도 내가 만든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만큼은 수원시 평생학습관과 장영환 선생님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빨리 새로운 목공강좌가 생겼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내가 만든 의자에 앉아 거북이 공방 ‘목공구 워크숍’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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