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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 꿈이 아닙니다

작성자
이명선
작성일
2016.10.07
조회수
6104

손 맛 담긴 <작은 책 만들기>


누구에게나 로망인 나만의 책
 
커다란 트램펄린, 어린 아이가 잠시 망설인다. 지금까지와 다른 세상이다. 콩콩 뛰던 아빠 배가 아니다. 잠시 주변을 살피던 아이가 용기를 낸다. 두발에 힘이 실린다. 적당히 벌린 두발, 구부린 무릎, 최대한 아래로 뻗은 팔, 뒤로 빠진 엉덩이, 가다듬어진 호흡, 발끝에 힘이 가해진다. 튕겨 오른다. 아빠 배를 넘어선다. 스스로 했다는 만족감에 속도감이 더해진다. 앙다문 입술이 가쁜 숨을 몰아쉰다. “아빠, 저 잘했지요?” 자랑스러운 아이 얼굴에 흐뭇한 미소의 아빠얼굴이 겹쳐진다.
 
‘꼭 책을 내고 싶어요. 내 나이 쉰이 되기 전에….’ 어느 날부터 꿈이었다. 누군가 입 밖으로 꿈을 말하면 이루어진다해 그리 했다. 준비되지 않은 시간, 하루 밥벌이에 급급하다. 실행능력 제로에 마음으로만 꿈을 꾸는 시간이 늘어간다. 야속한 시간 사이로 무슨 수로 꿈을 이루겠나? 적당한 타협이 이루어진다. 부끄러움도 커져간다. 스스로 꿈을 지우고 잊었다. 신기하게 생각마저 지워졌는지 미련마저 없어졌다.
눅진했던 마음이 물기 빠진 낙엽이 될 즈음, 불현듯 튀어 오른다. ‘손맛, 책 만들기!’ 두 단어가 방망이질을 해댄다. 거기에 ‘내 손으로 직접?’ 더할 나위 없는 환상적인 조합이다. ‘나만의 책’ 로망이 되살아난다. 첫사랑을 만난 듯 설렘이 얹어진다.
 
‘누구나!’ 참, 쉽게 다가온다. 능력, 학벌, 외모, 재력 다 필요 없다. 어떤 조건도 없다. 슬쩍 묻어가도 될 듯해 부담도 줄어든다. ‘누구나, 누구든’ 정확한 지칭이 없으니 더욱 마음의 고삐가 풀어진다. ‘나도 가능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된다고 하는데 당연히 나도 되겠지, 자신감을 가져볼까?’ 이젠 광대마저 승천한다. 막연한 꿈이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니 신 난다. 누구나 ‘나만의 책’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을 텐데 그 출발점, 첫 수업이 눈앞에서 열린다니.



독립출판, 멀리 있지 않아
 
▲독립출판사 사만킬로미터 대표가 독립출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혹시 독립출판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기획부터 제본까지 모든 과정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진행하는 책 만들기입니다. 저희는 오와이(사진 및 출판 창작 그룹, 둘의 성이 오와 이 씨다. 별 의미는 없다)입니다. 지구 한 바퀴를 의미하는 4만 킬로미터라는 독립출판사를 운영합니다. 아마 수원에서 독립출판을 주제로 강의가 열리는 게 오늘 처음일거에요. 서울에선 많지만 수원은 이제 시작이라고 보시면 돼요. 여러분이 소중한 씨앗을 뿌리고 있는 거랍니다. 첫 시작 멋지게 해볼까요. 어떻게 오시게 되었는지 간단히 알려주세요.”
 
“살아온 기록들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었어요. 엄마의 시간과 공간을 일회성이 아닌 잉크냄새가 밴 결과물로 보여주고 싶어요.”
“학습관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을 보다 재미있을 것 같아 신청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데 나만의 책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출판은 전문가들이 하는 거고, 전 작은 제 것이 있었음 해요.”
“창고 안에서 고등학교 때의 연습장, 아내에게 보낸 백여 통의 편지, 흘러가는 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쓴 일기장들을 보며 몇 십 년이 기록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체계화 시켜 우리가족에게 나는 누구인지를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서예를 하고 있는데, 도록은 재미없어요. 나만의 특별한 서예도록을 만들고 싶기도 하고, 아이들과 주고받은 편지, 쪽지 등을 모아 책으로 엮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두 딸아이가 매일 싸워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책을 만들어 주고 싶어 예전에 책을 만들어준 적이 있어요. 너무 허접한 책인데 아이들이 좋아해 이번엔 제대로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럼, 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전적인 정의는 종이를 여러 장 묶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말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책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려주세요.”
 
“책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롯이 한사람의 인생이 담겨있기도 하고, 특정부분이 들어있을 수도 있어서요.” “짧은 글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받을 때가 많아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남의 머리로 내 생각을 하는 과정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책이 아닐까요.”
“말은 휘발성인데 글은 오래 가잖아요. 그 기록이 모인 것이 책이라 생각합니다.”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말이 안 통할 때가 많았어요. 이해를 못할 때, 공감이 되지 않을 때 책을 봤어요. 책을 통한 간접경험을 하면서 공감능력이 생겨 지금은 친구들과 말이 통해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독자 입장에서만 이야기 하는데, 이젠 작가의 입장이 되어 보세요. 어떤 내용으로 채울지,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차별성을 둔다면 더 좋겠지요. 독립출판은 누군가의 주도가 아닌 ‘나’가 주체가 되어 모든 걸 진행합니다. 요즘 시각적으로 문화가 소비되다보니 동네 서점이 사라지고 있어요. E-BOOK이 종이책 대신이 될 거라는 경고도 있고, 그러나 분명 책을 보는 사람은 있어요. 보고 싶은 이들에게 창고역할을 하는 것이 독립출판이라 생각해요.

책을 만든다는 건 나를 세상에 꺼내놓는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지금부터 우리의 기억을 끄집어 내봅시다. 당장 오늘부터 어제, 일주일 전, 일 년 전, 십 년 전에는 내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졌고, 어떤 걸 좋아했는지, 좋아하는지를 시시콜콜 적어봅시다.”



▲나를 알아보는 시간이다. 내 이야기를 담기 위해선 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제부터 필요한 것은 내 이야기
 
정적이 흐르는 시간, 모두 고개 숙여 뭔가를 적는다. 드디어 책에 들어갈 각자의 콘텐츠가 시작된다. 짧은 질문에 진땀이 나는 시간이 이어지지만 가슴만은 꽉 찬다. 아직 ‘내 책’이란 허상에 꽂혀 실제로 얼마나 어설프고 엉성한지 모른다. 그럼에도 책을 만들기 위한 간단한 출판계획서에 원대한 포부가 실린다. 간단한 기획서일 뿐이란 말에도 나만의 책은 밑그림이 그려진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이다.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나만의 특징이 담긴 책이어야 한다. ‘무엇에 대한’ 책인지 명확한 주제를 세우고,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쓰는 책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무엇을 담고, 원하는 책의 크기나 디자인’ 등은 차후에 천천히 계획을 세워 나가면 된다.


과제를 받아들고 나오는데 머릿속이 복잡하다. 애초에 만들고자 했던 책이 자꾸 바뀐다. 욕심이 생겼다가 처음인데 판이 너무 커지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든다. 겁 없이 너무 만만하게 보고 달려들었다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 ‘어차피 내 책인데 내 마음이지, 내 책의 주인은 내가 아니던가.’ 누군가의 시선이 아닌 나만의 시선이 담기며 된다. 아빠 배 위를 무대삼아 콩콩거리던 아이가 이제 한 발 도약하지 않았던가. 잘하건 못하건 시작이 중요하다. 나의 정체성이 담긴 이야기가 나오면 된다.


*덧붙임) 독립출판의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전 과정을 스케치하려 합니다. 5주 동안 진행이 되는데 어떤 책이 나올지 저도 궁금합니다. 함께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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