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원시 글로벌 평생학습관

통합검색

수강신청

수강후기

여성학자 정희진, 여성의 삶을 고민하는 시간

작성자
김소라
작성일
2016.05.11
조회수
5828



<여성, 나는 누구인가> 강좌 후기
남성주의 사회에서 다른 안경 껴보기

 
“다 알겠는데 익숙하지 않은거죠. 여성주의는 5000년이상 진리처럼 여겨온 오래된 사상을 전복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권력이 차이를 만드는 구조에 대해 논리적으로 문제를 분석해나갑니다.”
 
여성학자 정희진의 <여성, 나는 누구인가> 3강이 시작되었다. 2015년 글쓰기와 독서에 관한 인기있었던 강좌 덕에 올해는 학습관에서 야심차게 여성학 강좌를 열었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 등에서 핫(hot)하면서도 날카로운 글을 쓰고 있는 여성학자 정희진 선생님을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모든 인문학, 철학, 사회과학 등의 핵심 키워드는 ‘차이’ 라고 한다. 차이에서 인식과 존재 등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차이는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며, 모든 사람들이 단 한 명도 같지 않다. 남녀의 차이가 클 것 같지만 때로는 여자와 여자(혹은 남자와 남자)와 같이 동성간 차이가 클 수도 있다. “이곳에 오신 남녀분들의 차이는 별로 없을 수 있어요. 하지만 여기 계신 여성분들과 성매매 여성과의 차이는 더 크죠.” 이처럼 차이의 상황적인 면을 바라보게 한다.
 
여성학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당연하게 여기던 사실’을 바꾸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권력이나 사회 구조의 문제점을 해부하듯 바라보기도 한다. 여자가 노출이 심하다고 성추행의 대상이 된다고 버젓이 말하는 뉴스. 하지만 남자의 노출이 심하다고 여자가 남자를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바로 가부장제 사회의 성차별주의다. 바로 남성우월주의에서 비롯된 생각들이다.
 
성별체제를 확고하게 남녀로만 나누어 놓은 사회에서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남편의 성별이 꼭 남자여야만 하나요?” 라고 질문을 던지는 정희진 선생님. 남편은 어찌 보면 역할에 관한 명칭이다. 하우스 와이프가 된 남편도 있다. 이혼 가정에서는 엄마가 남편 역할을 하고, 외할머니가 아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구 지성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여성혐오가 심했고, 미소년과 성인 남자간의 동성애가 자연스러웠다. 남성들의 상급 문화였다고 한다.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또한 가족의 상징성에 관해서도 고찰해보았다. 가족은 안식처, 평화로운 공간으로 여기는데 과연 이것이 누구의 관점인가 하는 문제다. 정희진 선생님은 수강생들에게 가족이 있어서 행복한가, 불행한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많은 분들이 ‘표면적으로는 행복하지만, 속으로는 불행합니다’ 라고 대답하는 모순. 서로 뭔가를 끊임없이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가족을 성과 나이(연령)으로만 구성한 것도 문제다. 1인 가족이 25%가 넘어가는데 여전히 부부와 아이로 구성된 2세대 가족만을 가족이라 일컫는다.
 
‘남성의 사회진출이라는 말이 없지만, 여성의 사회진출이라는 말은 존재한다’ ‘기혼여성의 약 70%가 비공식영역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임금시장에서 분류되지 않는다’ ‘남자에겐 사장님 혹은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는데 여자에겐 엄마 혹은 이모 라고 말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은 진정한 양성평등이 아니라 이중의 노동이다’
 
정희진 선생님은 평생 남성주의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 다른 안경을 한 번 끼어보라고 한다. 세상이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 말이다. 가정이 평화로운 공간이라고? 아닐 수도 있다. 어떤 이에게는 휴식의 공간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노동의 공간 혹은 폭력의 공간도 될 수 있다. 섹스가 쾌락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노동일 수 있듯이...
 
마지막으로 사회의 기본 단위는 가족이 아닌, 개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정 내의 가사노동은 삶을 지탱하기 위한 생태적인 노동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존력과 연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맡겨서도 안 된다. 성역할의 불평등과 함께 가족 구조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폭력의 구조일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하게 된 시간이었다. 바로 가족의 재발견이라고나 할까!

댓글 0

Quick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