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인문학아카데미 후기] 5.한국인의 착각(허태균)
교사 인문학 아카데미가 있는 날은 오전부터 즐겁다. 길지 않은 2시간은 일이나 가정을 잊고 오롯이 나를
위한, 나만의 시간이다. 오늘은 심리학 교수의 강의가 있는 날. ‘한국인의 착각’ 이란 강의 주제가 색다르다.
나는 어떤 착각을 하며 그 속에 살까 궁금하다.
허태균 교수의 강의는 ‘가끔은 제정신’이란 책 소개로 시작된다. 위트로 강연장을 초토화 시키는 달변가다.
나뿐만 아니라 앞에 혼자 앉은 여선생님도 박장대소하랴 끄떡이며 호응하랴 바쁘다. 대학에서 우수 강연으로
선정되었다는 강사 소개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우리는 평상시에 착각 속에 빠져 살다 가끔씩 진실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몇 가지 예를 정리하면, ‘가방성 방략’이란 판단을 내려야 할 때 확률적 정보보다는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생각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믿는 것이다. ‘내집단 편애’는
‘우리’라는 단어로 시작되는 집단에 대해 객관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부모는 ‘내 아들’이 명문대를 갈
재목이라는 착각에 빠져 아낌없이 사교육비를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비현실적 낙관주의’ 때문에 매주
로또를 사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야 하므로 모든 사람들이 그 의견에 동조해야한다는
‘본질주의적 오류’ 때문에, 더워도 동복을 입어야 하고 추워도 하복을 입어야 하는 학교 규칙을 꼬집어준다.
특히 ‘나는 절대 틀리지 않는다.’라는 착각으로 학생들을 대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보라는 교수의 말은 곱씹어
봐야 할 것 같다.
‘우울증 환자는 착각을 하지 않는다.’는 말로 착각 속에 사는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하지만 내게 진실을 보는
눈이 부족하다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강연장을 떠나는 순간 난 ‘착각의 늪’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내가 착각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가끔은 되새길 것이다. 나는 유익하고 유쾌한 강의를 들으며
힐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