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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사회학 후기-세미나를 마치며

작성자
국유나
작성일
2014.06.17
조회수
5965/1



일자무식임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 같아 몹시 부끄럽지만,
사실 저는 <세상 물정 사회학> 세미나 과정을 참여하기 전 까지
대학교에 사회학이라는 학과가 있다는 걸 전혀 몰랐습니다.
이런 무지함 속에서 사회학자 노명우 교수님을 만나 사회학이란 이런 것이다,
10주간 맛 볼 수 있었던 건 제 인생에 잊을 수 없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우리네 인생사와 너무나 밀접한 이야기들이라 쉽게 간과하여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상식, 노동, 집, 섹스, 취미, 남과여, 선진국 등 익숙한 소재들을 통해
내가 갖고 있는 생각들이 학습된 통념이었음을 확인하면서
근본에 깔려있는 기본 상식부터 점검해야만
진실에 가까운 시각을 습득할 수 있다는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주제관련 기조강연이 끝나면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세미나가 진행되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적극적으로 발언을 하던 40~50대 장년층들이 특히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나이와 직업이 다른 개개인들이 어떤 사연과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모여 있는 것일까?
무얼 얻고자 이곳에 모여 있는 걸까? 
사회학 세미나에 모이게 된 사람들의 동기가 몹시 궁금하던 평소 제 의문은 
10주를 끝으로 노명우 교수님과 헤어지면서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 첫날, 직업인으로서의 가르침을 벗어나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앎을 나누고 싶다고
말씀하시던 교수님을 보면서 마치 사막에 홀로 서서 목말라 하는 사람의
고독과 먹먹함이 베여있단 느낌이 들었다면 과장일까요?
그 어떤 질문을 받아도 당황 하는 기색 없이 정돈된 개념들을 술술 풀어주면서
사람들의 질문과
의견에 기뻐하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참으로 정성을 다해 강연을 끌고 간다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렇게 유익한 10주가 흐르고 마지막 날.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우연히 마주친 교수님은 마지막 수업의 주제를 선택한
취지와 당일 세미나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본인의 앎을 전달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시는
모습을 보이셨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배움이란 그저 지식의 습득이 아닌 경험의 교류를 통해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삶과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나부터 시작해야하는 소통의
다른 말이었음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비로소 세미나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왜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자 했는지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짐작 할 수 있었습니다. 

나라의 성장 원동력으로 자신을 사회부품으로 사용하고 존재자체를 희생해온 40~50대들은
자신들이 충성했던 사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개인 즉 자아를 회복하기 위해 세미나에 참석했고,
개인주의 팽배에 젖은 채 나 이외의 다른 존재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사회란 나와 관계없는 그래서 자신의 불안을 오롯이 나만의 것으로 껴안은
개인이란 감옥 안에 갇혀버린 20~30대는 길 잃은 분노와 무기력에 세미나에 
참석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하나의 사회 속에 녹아있는 다양한 개인들의 불안 분노 무기력의 경험들이 만난 교차점,
녹록치 않았던 삶의 경험을 순환하기 위한 선택지로
우리들은 사회학 세미나에 모였던 것은 아니었을런지,
10주 동안 때론 뜨겁고 때때론 차가웠던 세미나 동기들의 열정을 떠올리며
모임의 원동력을 짐작해봅니다.

학교를 벗어나 다양한 삶과 경험이 빚어낸 개인 고유의 시선에 대한 목마름으로
세미나를 진행하게 되었다는 교수님은
우리의 기대와 달리 시원한 물줄기를 뿌려준 게 아니라
당신들도 나처럼 목마름을 느껴야만 한다 라는 또 다른 통찰을...
앎에 대한 목마름을 가르쳐주신 것 같습니다.

노명우 교수님을 중심으로 모여 앉아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교류하면서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삶을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일이지,
사회구조를 객관적으로 알아야만 ‘나’ 라는 존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세미나가 거듭 될수록 이제는 희미해진 공동체적 가치와 연대를 우리가 얼마나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지 이러한 이상과 우리가 처해있는 현실의 차이를 피부로 느끼며 안타까운 마음도 들곤 했습니다.
 
비윤리적인 부당한 사회가 각 개인의 삶을 치명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배우며
지금 이 순간에도 어려운 상황 속에 처해있는 타인은
다른 형태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나의 또 다른 모습, 나의 이웃이라는 사실에

침울함과 무기력을 느끼면서, 앞으로 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거운 질문을 짊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길게 우울해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교수님 말씀처럼 명랑함을 되찾기 위해 거쳐야하는 우울함임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모두를 팡 터지게 했던 교수님의 강력한 조언과 질문을 함께 나누고 싶어 옮겨봅니다.
 
조언)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미치지 않는 방법,
그건 바로 불가능한 것을 직시하고 포기하는 것이다!
불가능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사회가 하강기 곡선이 가파르더라도
우리는 미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질문) 충돌하는 세대 간의 갈등 속에서도 결국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주어질텐데
공존하면서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
 
혼란스런 사회 속에서 인간답게 제대로 살기 위해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까요?
치열한 10주가 흘렀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건 이 질문을 끈질기게 내안에 깊이 새겨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런 소중한 기회를 준 수원시 평생학습관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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