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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대출한다? 사람책?! 휴먼라이브러리 심포지엄 후기

작성자
김미리
작성일
2014.02.27
조회수
5576/1



<사람을 대출한다? 사람책?!> 휴먼라이브러리 심포지엄 후기

 

218,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휴먼라이브러리"를 주제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이 곳에는 평소 휴먼라이브러리라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고등학생부터 연세가 꽤 있으신 분까지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곳에서 평생학습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였다.

 

이번 심포지엄은 "휴먼라이브러리"라는 이름하에 개최되었는데 사실 난 학습관에 실습을 오기 전까지는 휴먼라이브러리라는 것에 대해 알지 못했다.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지만 나를 포함하여 일반 사람들에게는 사람책을 빌린다는 개념이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지고, 또 한편으론 아직 잘 알려지지 못한 점도 있기 때문에 이 자리를 통해 휴먼라이브러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휴먼라이브러리를 통해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 차이를 좁힐 수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다.

 

심포지엄은 휴먼라이브러리 창립자인 로니 애버겔의 강연을 시작으로 휴먼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여러 기관의 사례 발표, 네트워크파티 순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휴먼라이브러리 창립자인 로니 애버겔은 표지로만 책을 평가하지 마세요.” 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시작하였다. 개인적으로 로니 애버겔의 강연이 인상 깊게 남았는데 휴먼라이브러리를 만든 사람이 들려주는 직접적인 이야기로서 휴먼라이브러리 탄생의 배경과 의도 등을 가장 정직하게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간 중간 로니 애버겔의 재치와 통역사의 멋진 통역도 기억에 남는다.

 

로니 애버겔의 강연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강연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로 편견이었다. 나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생각들로 사람들을 어떻게 판단했는지에 대한 많은 물음을 나에게 던져주었다. 편견이란 것이 나에게는 단순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타인에게는 하나의 폭력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말이 인상 깊게 남았다.

 

휴먼라이브러리의 목적도 바로 이 편견에서 시작된 것이다. 휴먼라이브러리는 다음의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먼저 행사가 열릴 지역 사회에 존재하는 편견들을 확인하고 이러한 편견을 대표해 독자와 만나게 될 사람인 사람책을 선정한다. 그리고 준비된 공간에서 사람책을 대출한 후에 독자와 사람책의 대화를 통해 휴먼라이브러리가 운영되는 것이다.

 

휴먼라이브러리는 정말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하여 단순한 방법으로 운영되지만, 휴먼라이브러리만의 이런 특징은 단순한 소통의 장, 사람책의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독자와 사람책이 진지한 대화를 통해 서로 다름을 알게 되고 편견을 타파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된다는 것이다. 만약 휴먼라이브러리가 편견 타파의 목적이 있지 않다면 이것은 단순히 사람들과의 대화의 장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사람책을 선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강연을 들으면서 그런데 이 편견을 대표할 만한 사람책을 선정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그들이 과연 독자들을 만나줄까?’ 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들었다. 휴먼라이브러리의 취지야 정말 좋지만 다름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비추어 보았을 때 과연 이 취지대로 잘 운영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70분간의 강연 후 로니 애버겔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따로 마련되었는데, 앞서 말한 나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가진 학생의 질문이 있었기에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사람책을 섭외하는 과정에 있어서 과연 그러한 사람들이 쉽게 섭외에 응해줄까요?” 라는 학생의 질문에 로니 애버겔이 답변하길 오히려 그들은 남들로부터 이해받길 원하고 다수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더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고 사람들과 대화해볼 수 있기에 대부분 섭외에 거부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덧붙여 사람책을 섭외하는 한 예로 동성애자에 관한 편견에 대한 것이라면 휴먼라이브러리를 통해 동성애자임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커밍하웃을 한 사람,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편견을 깰 수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섭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청 강연을 위해 멀리 덴마크에서 바다 건너 날아와 준 로니 애버겔과의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실제 국내의 휴먼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곳들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노원휴먼라이브러리>, 마포 민중의 집의 <숨쉬는 도서관>, <서울숲 청소년 리빙라이브러리> 세 곳의 발표가 진행되었는데 휴먼라이브러리를 위해 기울이는 각 기관의 노력들과 그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국내 현실적인 여건 상 로니 애버겔이 말한 편견 타파와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이는 부분도 있었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사람책으로 섭외하여 이들과의 만남의 장을 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서울숲 청소년 리빙라이브러리의 발표를 보면서 어린 청소년들이지만 이렇게 자신들이 직접 기획하고 섭외하고 홍보하면서 운영해나가는 모습에서 어리지만 대견하다는 생각과 함께 나도 앞으로 좀 더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시민교육이나 사회문제 등에 참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로니 애버겔을 비롯하여 사례 발표를 했던 사람들과 가까이에서 서로 질의응답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네트워크 파티를 끝으로 심포지엄은 끝이 났다. 강연을 직접 듣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새로웠고 이것 또한 하나의 휴먼라이브러리라는 것, 심포지엄에 참여한 사람들을 위한 학습관의 배려 또한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면 시간이 촉박하여 발표나 강연이 급하게 마무리 되고 질의응답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질문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는 것이다. 물론 네트워크 파티를 통해서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심포지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휴먼라이브러리 심포지엄을 통해 생소했던 휴먼라이브러리가 친근하게 다가왔고 언젠가 한번 독자로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휴먼라이브러리가 우리 사회에 정착하여 더 많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기획자뿐만 아니라 사람책, 독자 등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내년에는 학습관에서 또 어떤 새로운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릴지 기대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_김미리(수원시평생학습관 실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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