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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에서는 마리오 보타의 건축 세계를 중심으로 영상을 보고, 그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단순히 건축물을 감상하는 수업이 아니라, 한 건축가의 철학을 따라가며 각자의 생각을 덧붙여보는 시간이었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
산조바니 바티스타 예배당은 1968년 눈사태로 무너진 뒤 다시 세워진 건축물이라고 한다. 알프스 깊은 산골에 자리한 이 작은 예배당은 돌을 스트라이프 형태로 쌓은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아치형 구조와 로마네스크 양식에 매료된 보타의 특징이 잘 드러났고, 땅 아래에 묻힌 공간 구성 역시 흥미로웠다. 이 건물을 보며 우리는 “왜 보타는 이렇게 단순하고 강렬한 기하학적 형태를 반복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누군가는 단순함이 오히려 종교적 상징성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그 명료함이 안정감을 준다고 말했다.
진행자는 건축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로 ‘빛’을 강조했다. 그 말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빛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직사광선이 아닌, 은은하게 스며드는 빛을 설계하는 방식이 공간의 감정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어떤 수강생은 자연광이 주는 차분함에 대해 이야기했고, 또 다른 사람은 빛이 공간을 ‘영적인 장소’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표현했다. 건축은 단순히 형태가 아니라 빛을 다루는 예술이라는 생각이 점점 또렷해졌다.
에브리 대성당에서는 보타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원통형 구조와 사선으로 잘린 상부, 그리고 그 위에 심어진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강렬한 기하학적 형태 속에 자연을 함께 담으려는 시도는 보타가 물질적인 구조를 넘어 영적인 의미를 담고자 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공간이었다.
국내 작품인 교보타워 이야기가 나오자, 건축의 현실적인 측면에 대한 대화도 이어졌다. 무려 8~9번이나 퇴짜를 맞았다는 일화는 인상 깊었다. 그럼에도 결국 완성된 이 건물은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그만큼 확신이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는 의견과 “도시 속에서 명료한 형태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건축은 예술이면서 동시에 현실과 협상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경기 화성 남양성모성지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활발했다. 부부 순교자를 추모하기 위해 지어진 이 공간은 음악당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묵주를 경계석으로 사용한 길, 붉은 벽돌, 간접조명, 휜 계단 구조에 대해 “엄숙하면서도 따뜻하다”는 표현이 나왔다. 실제로 다녀온 수강생은 자연광이 부드럽게 들어오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고 했고, 묵주 길을 걷는 경험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들으며 건축은 단순히 보는 대상이 아니라 몸으로 경험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줄리아노 반지가 최후의 만찬을 재해석해 회화를 그리고, 십자가와 예수상을 조각했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건축과 미술이 만나 공간의 의미를 확장한다는 점에서, 이 성지는 하나의 종합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한복을 입은 소녀가 등장하는 장면에 대해서도 전통과 현대가 함께 공존하는 상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매향리 평화생태기념관 이야기를 할 때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약 50년 동안 포탄이 투하되던 공간 위에 세워진 건축물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건축이 기억을 품고 치유를 상징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고통의 기원과 평화의 희망이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남았다. 완공 후 몇 년이 지나서야 개관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건축은 구조가 완성되는 순간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길 의미가 채워질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늘 수업은 마리오 보타라는 한 건축가를 배우는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는 시간이었다. 같은 영상을 보고도 각자 다른 해석과 느낌을 나누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건축은 그저 형태가 아니라, 빛과 재료, 역사와 신념, 그리고 사람들의 경험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임을 느끼게 되었다. 오늘은 마리오 보타의 건축물을 본 날이 아니라, 마리오 보타가 구축한 공간을 통해 공간에 대한 생각을 나눈 날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