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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혁교수와 함께하는 길위의학교 수원화성 답사 후기

작성자
김수빈
작성일
2013.11.20
조회수
6614/1



[김준혁교수와 함께하는 길위의 학교] 수원화성 답사 후기
 
수원화성을 걸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언제나 교과서에는 정조가 자신의 왕권을 확립하기 위해 세운 대표적인 성이라는 말과 함께 남문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어서 수원 화성에 대해서 잘 몰랐다. 아름답다고는 하지만 교과서의 사진으로만 접했기에 감동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수원화성을 너무 미리 판단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교과서 밖의 화성은 말로 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정말 운이 좋게도 청명한 가을날에 수원화성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수원화성을 소개해준다기에 해설을 들으며 공부할 목적으로 갔다. 잘 모르는 교수님이고, 역사에 대해서 지식이 없어서 더욱 어려웠다. 교수님 설명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아 풍경 위주로 감상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값진 경험이었다.
 
코스는 정확히 모르지만, 처음 간 곳은 동북공심돈이었다. 야트막한 연녹색 언덕위에 낮게 쌓인 성곽들이 있었다. 그때까지 하늘은 진파랑이었고, 보라색이 조금 섞인 것 같았다. 풀은 무덤가의 풀처럼 색깔이 진하지 않고 얇았다. 교수님은 그 곳의 길 건너편의 또다른 성을 가리키시며 그곳으로 활을 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씀하셨다. 언덕은 정말 넓었다.
 
 
다음은 연무대로 향했다. 직접 화성 탐방에 나서기 전 2시간 동안 들은 교수님의 강의에서 교수님이 미리 일러둔 연무대였다. 연무대에는 계단이 세 칸으로 나누어졌는데, 그 가운데 칸의 계단이 왕의 전용 계단이다. 하지만 중간에 툭 튀어나온 돌이 있는데, 왕이 말을 타고 도착해서 내리는 발판이라고 한다. 원래 임금은 말에서 내릴 때 신하의 등을 밟고 내리는데, 이 돌이 대신 그 역할을 해 준다는 것이다. 정조의 민중을 위한 마음을 여기서 알 수 있다고 한다. 정조의 애민 정신, 백성을 사랑하고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을 돌 하나로 알게 된다고 하였다.
 
어쨌든 왕이 밟은 돌이라고 하니 밟아보고 싶었다. 그 시기가 100년이 넘었어도, 왠지 정조의 발길이 남아있는 것 같다. 사실은 그 세월의 신비로움이 직접 문화유산을 체험하게 만드는 숨겨진 힘이 아닌가? 유럽에서는 사람들이 직접 거주하는 집만해도 기본적으로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처음 가이드한테 들었을 때 놀랐다. 한국은 100년이라는 세월의 틈이 정말 넓지만, 유럽은 100년 전의 사람들이 만졌던 벽을 매일같이 다시 만지는 것이다. 이미 죽어 없어진 사람들의 흔적을 느낀다는 착각을 하는 것도 정말 멋진 일이다.
 
연무대 다음으로 동북 포루였다. 쓰레기통을 찾으러 동북포루에 올라갔는데 신기하게도 정말 서늘하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쾌적했다. 밖으로는 용연이 훤히 보였다. 물은 짙은 녹색이었는데, 짙은 파랑이랑 섞인 것 같기도 했다. 호수와 함께 어우러진 화성의 시설물들은 너무도 아름답다. 연꽃잎같은 것들도 무리지어 평화롭게 둥둥 떠 있었다. 날씨도 점점 황금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쓰레기통이 없어서 쓰레기를 던질까 생각도 잠깐 해 보았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내려왔다.
 
 
그리고 황금색 풍경을 따라 북수문으로 갔다. 돌바닥을 따라 물이 넓게 퍼져 흐르고 있었다. 건너편 난간에서는 화가들이 이젤과 캔버스로 스케치를 하고 있었다. 모두 모자를 쓰고 있었다. 졸졸 흘러가는 물과 아름다운 정자도 로맨틱했지만, 다리 건너편에 앉아서 이젤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들도 로맨틱했다. 난 로맨틱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화가들이 좋았다. 화가들 자체가 분위기에 어우러진 풍경 같았다.
 
다리를 건너 잠시 쉰 다음 또다시 어떤 성벽을 따라 걸었다. 하지만 단풍이 들어 너무 아름다웠다. 그러다 너무나 선명하고 아름다운 빨간 단풍이 있었는데, 교수님이 “우리모두 사람인가 봅니다. 이 단풍을 보고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으니까 말입니다” 하고 농담을 하셨다. 하지만 빨간 단풍은 정말 아름다웠다.
 
 
다음으로 제일 기억에 남는게 서북각루이다. 꼭대기가 흰색인 갈대들이 있는 길. 그 길을 따라 걸으며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다. 갈대들은 황금색이었는데, 위의 흰 솜털같은 부분이 단조롭지 않게 해 주었다. 이런 갈대들은 풍경화나 사진에서만 있는 줄 알았는데. 바람에 쏠리지만 눕지 못하는 갈대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정말, 사진 속에 내가 들어간 것 같았다.
 
서북각루 다음으로 산을 조금 걷다가 코스가 끝나버렸다. 화성은 계속 이어지는데 시간관계상 산에서 내려와야했다. 수원화성을 걸으면서, 그냥 아름답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 체험학습을 하는데 이렇게 다 아름다워도 되는지 의심이 가기도 했다^^ 이제는 체험학습의 위력을 알겠다. 교과서에서 수원화성은 더이상 남문의 사진으로 남지 않고 그 가을날의 풍경으로 물들 것 같다.
 
글_김수빈(중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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