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8일, 수원시평생학습관 106호에서 열린 <무지한 스승 – 글쓰기 첫걸음: 쓰기로 새로운 시작> 강의는 강사 없이도 시민이 주체가 되어 함께 배우는 특별한 수업이었다. 이 수업은 ‘가르치는 자 없이도 배우는 자가 서로에게 스승이 된다’는 무지한 스승의 철학을 실천하는 현장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 된다니, 이 수업에 직접 참여해 보니 그 뜻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오신 여러 명의 성인 학습자분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원동력이었고, 모두가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았다. 20대 대학생인 나에게 글쓰기란 지금껏 레포트, 논문, 보고서에 불과했는데, 이곳에서의 글쓰기는 다른 세계 같았다. 이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이 금세 나를 이곳으로 빠져들게 했다. 1교시에는 글쓰기에 대한 전문가의 영상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2교시에는 각자 써온 글을 낭독하며 소감을 공유한다.
이번 1교시에는 강원국 작가의 「글쓰기의 두려움을 이기는 법」 영상을 함께 보았다. 작가는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이유가 결국 ‘욕심’ 때문이라고 했다. 완벽하게 써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 한 문장이라도 써보는 용기를 가지라고 조언했다. 특히, ‘남들은 내 글을 그렇게 깊이 보지 않는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나 또한 최근 쓰고 있는 보고서가 있었는데, 잘 써지지 않아 어느 순간 정성을 들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강원국 작가의 말을 들으니 부담을 덜고, 일단 다시 써보자는 용기가 생겼다. 학습자들도 영상을 본 후 저마다 글을 쓰며 생겼던 고민을 털어놓고, 상호 간 피드백하였다. 나아가 그들은 독자로서의 관점도 상상하며 글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였다. 어느 정도 범위를 적어야 독자의 상상을 도울지, 무엇이 친절한 글쓰기일지, 분량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등 진지하게 토의하였다.
2교시에는 각자가 써온 글을 낭독하고, 그 글을 쓰는 과정에서 떠오른 기억과 감정을 나누었다. 조용한 공간에서 본인의 글을 직접 낭독한다는 점에서 학습자의 음성, 목소리까지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글의 맛이 한층 살아난 기분이었다. 각자 쓰고 싶은 소재를 자유롭게 정한 후 일주일간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쓰고 지우셨을 그들의 열정을 상상하니까 마음이 따뜻해졌다. 도서관 사서로 일하다가 기록의 즐거움을 느껴 수업에 참여하신 분, 슬럼프를 겪으며 다시 글을 쓰고자 용기를 내신 분, 블로그를 취미로 작성하시는 분 등 각자의 사연이 모였다. 한 학습자의 사랑 이야기가 큰 웃음을 자아냈고, 모두가 그 이야기에 몰입했다. 또 다른 학습자는 대금을 배우며 느낀 경험을 글쓰기와 엮어서 풀어냈다. 어떤 한 학습자는 ‘젊은이의 특권이 아니라, 살아있는 자의 본능이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 그 시간이 어떠한 의미로 존재하느냐가 중요하다.’라는 구절을 쓰셨는데, 특히 마음에 와닿았다.
누군가가 시키지 않아도, 강사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학습자들이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텍스트’라는 범위에 제한되지 않고, 글쓰기를 발판 삼아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관계가 자연스레 형성되는 장면 속에서 평생교육의 본질을 보았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가 있을 때 진정한 배움이 이루어진다. 무지한 스승의 수업은 그 가치를 보여주는 좋은 시간이었다. 20대인 내가 들어도 이렇게나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또 다른 성인 학습자분들이 참여하신다면 얼마나 공감하실까 기대한다. 아직 이 온기를 느껴보지 못한 또 다른 분들이 하루빨리 오셔서 가을 낭만도, 건강도 모두 챙기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