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에 별로 관심이 없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란 시도 워낙 유명해서 알게 되었고, 시는 수학능력 시험을 위해 공부하느라 접했던 시 외에 시집을 사서 읽어본 적 없다. 그러나 시인의 글쓰기는 참 궁금했다. 뭔가 남다를 것만 같은 기대감! 제목부터가 벌써 남달랐기에 더 그랬다. “그 하나 둘 세계를 네게” 음률적으로도 의미적으로도 멋진 제목을 완성한 이 시인의 글쓰기 강의가 궁금하여 일찍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이현호 시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난, 나보다 먼저 와 계신 70대?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 한 분이 "오늘 신청자가 100명이 넘는다는데 여기에 다 앉을 수 있을까?"하고 물으시기에 오늘 강의하러 오신 분인 줄 알았다. 하지만 10시에 한쪽 어깨에 백팩을 메고 한 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오시는 40대 젊은 남성분이 이현호 시인이라셔서 혼자만 머쓱해하며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이현호 시인이 시를 쓰기 위하여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말하기 위해 칠판 위에 적어낸 말은 “키네마틱 시퀀스”다. 키네마틱 시퀀스란 야구나 골프와 같은 타자가 있는 운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하체, 하체에서 상체로, 상체에서 팔과 손으로, 그리고 배트나 공으로 이어지는 힘의 전달 순서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온 몸의 힘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자세를 찾는 이 과정이 시를 쓰기 위한 과정과 비슷하다고 하셨다.
사람마다 관심도 다르고, 글을 쓰는 방식도, 잘하는 것 등이 다 다르지만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을지를 찾는 것이 시를 쓰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시며, 어떤 사람(시적 화자)을 어떤 공간과 상황(시적 정황)에 놓이게 하여, 무엇을 바라보게 할 것인지(시적 대상)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시를 쓸 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하셨다. 강의에서 이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고 부가적 요소로 탈고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시적 이미지, 시적 비유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2시간 꽉 차게 이루어진 강의는 지루하지 않고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어졌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시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언제어디에서 주로 시적 영감을 받으시는지, 시를 쓸 때 가진 루틴이 있으신지, 왜 시인이 되셨는지, 시 입문자에게 필사가 도움이 되는지 등등 다양한 질문이 오갔다. 이현호 시인께서 공통으로 하신 대답은 글쓰기 능력을 키우기 위해 관습적인 말 쓰기에서 벗어나 구체적이고 비유적인 사고 습관, 언어 습관으로 바꾸어 뇌를 훈련 시키며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많이 오셨고, 시인의 책을 가져와 사인을 받는 분들도 계셨다. 다음 강의는 10월 14일 에세이 쓰기, 10월 28일 시 낭독회, 11월 11일 글 쓰는 삶에 관한 내용으로, 화요일 격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수원시 평생학습관 211호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