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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영화로운 시네마 경계를 넘어서... 두 사람을 위한 식탁 관람 후기

작성자
김효진
작성일
2025.09.06
조회수
220/2



[독립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

다큐멘터리 / 감독 이보람 신승은









어버이날 엄마가 딸에게 전화했다.

"어버이날인데 딸이 연락이 없네"



딸 채영이 이렇게 말한다.

" 70~80년대 군사 주의하에서 여성성을 억압당하고 왜곡당하고 살았던 엄마가 그런 것에 대해 저항하고

회복하는 것에 대해서 공감하고 지지해 그러나 그렇게 살았다고 해도 자기 딸을 그렇게 키운 것에 대해서는

용서할 수 없어, 용서 안 해!"



이 장면은 내 심장이 멈출 것 같았다.



나는 내 딸들에게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까? 내가 옳다고 생각해서 살아온 내 삶이 아이들에게 어떤 깊은

상처를 남겼을까?에 대한 생각 때문에, 영화를 보고 며칠 동안 생각이 많았다.



두 사람을 위한 식탁 이 영화는 단순 거식증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거식증을 포함한 정신증의 병들이 세대를 거쳐 가족 간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이며

완전한 치유는 어렵지만, 가족 간의 관계에서 서로 어떻게 이해를 하느냐, 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그 감정을 알아주느냐, 특히 부모로서 자녀들의 감정을 알아주는 것

이해하는 것 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이다.



영화에서 보면, 엄마나 채영은 서로에 대한 태도나 삶이 변하진 않는다.

다만 영화 말미에 할머니 제사를 둘이 함께 준비하고, 제사 음식으로 두 사람만을 위한

식탁을 차리고, 묵은 속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둘은 알게 되었다. 평행선을 걷듯이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면 된다는 것

서로 바라보고, 걱정하고 고통스러워하고 변화해 주길 바라는 것은 헛된 욕망이라는 것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개체라는 것을 아는 것

사랑한다고 늘 바라 보면서 사는 것이 서로의 자유를 박탈하고, 서로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느낀다.



딸은 말한다. 엄마가 나에게 무엇을 해주려고 하지 마,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어.

나는 알았어, 내가 엄마에게 인정받을 수 없고 인정받으려 하면 할수록 나는 자유가

없어진다는 것을...



나 또한 살아오면서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려고만 마음먹었다.

그런데 최근에 알았다. 아이들이 내게 바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그저 엄마가 건강하게 살아주기만 바란다는 것을..



그것을 몰랐다. 그저 무엇을 꼭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그저 내 만족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해야 좋은 엄마고, 그동안 못해 주었던 것을 그렇게라도 보상해 주고 면죄부를 받고 싶어 하는

내 욕망이었다는 것



이제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다. 각자의 길을 걷고 있다.

자신들의 짝도 있다.



아직 결혼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과 미래를 적절히 믹스해서 잘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보다 훨씬 잘 살아가고 있다.



바보 같은 내가, 인생에 실패한 내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겠다니...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인정한다. 나는 좋은 엄마일 수 없고,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아이들에게 배워야 할 시간이다.

그리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가끔 찾아오면 나무그늘이 되어주는 것

나무 기둥이 되어 기댈 수 있고 쉴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것이 내가 아이들에게 할 일이다.



무엇을 가르칠 나이도 지났다. 입 닥치고 아이들에게 나무 같은 존재가 되자.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은 10여 년 이상 추적하며 다큐를 찍은 듯하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으나, 채영과 엄마의 어릴 적 영상과, 성장하는 과정의 영상들이 있다.

대체 얼마 동안 영화를 제작한 것인지...



독립영화 작가들은 참으로 존경스럽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위해, 수없는 시간들을 바친 다는 부분이...



이 영화를 만들어 준 김보람 신승은 감독께 감사드린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가슴을 쿵 하고 때리게 만들어 주었고, 내 인생과 내 아이들과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로 인해 한층 가벼워졌다.



그리고, 이 영화를 혼자 보기는 너무 아까워서, 유튜브에서 찾아내어 소장본으로 구매했다.

언젠가 아이들이 오면 같이 보고 싶기 때문이다.



딸들이 있는 엄마들은 꼭 이 영화를 보시길 추천드린다.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신, 수원시평생학습관/ 시민기획단 나침반/ 김보람 신승은감독/ 수원미디어센터깨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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