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학교-4차 답사 지동마을과 사람들 후기>
지동! 변화의 중심에 서다.
어느덧 길 위의 학교 4차시가 되었다. 4번의 길 위의 학교를 하면서 내적 외적 변화가 많다. 우선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얇은 옷을 걸치고 다녔는데, 오늘은 단단히 무장을 하고 나왔다. 그리고 공정여행과정을 공부하고 처음 하게 된 공정여행으로 수원시 인문학적 탐방이라는 다소 낯설고 생소한 여행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공정여행, 수원시, 인문학적 탐방 등 그동안 낯설게만 느꼈던 단어들이 어느새 나의 내면에 자리를 잡고 앞으로 우리 공정여행가가 걸어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수원의 인문학적 탐방 4번째 떠나는 여행은 골목길 투어다. 골목길. 주거형태가 아파트로 바뀌면서 사라진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골목길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큰길에서 갈라져 나와 마을 안이나 집들 사이로 이리저리 나 있는 작은 길”이라고 한다. 내가 어렸을 적 난 골목길에서 놀았다. 그래서 이번 골목길 투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이상한 나라처럼 나의 추억이 담긴 골목길을 찾는 이상한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설레임으로 만남의 장소를 향해 출발했다.
버스를 타고 출발한 나는 9시 창룡문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이곳을 올 때마다 아직도 나는 연무대와 창룡문을 혼동 할 때가 많다. 화성의 동쪽 문인 “창룡문”과 군사를 지휘하는 장수가 올라서서 지휘하도록 쌓은 동장대가 있는 “연무대”는 확연히 차이가 나지만 왜 아직도 헷갈려 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았다. 물론 인문학 도시에 걸맞게 인문학적 사고로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나란히 붙어 있어 사람들이 같은 장소로 이야기를 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지극히 지리학적 사고로 결론을 내렸다.
오늘은 “창룡문” 밖으로 나와 화성 밖에 있는 지동 골목길을 투어 할 것이다. 서둘러 오늘 만남 장소인 “지동 게이트볼장”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먼저오신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몇 번의 만남이 있었던지라 처음의 어색함은 없어지고 “언니 오셨어요.”하며 반갑게 맞아주시기도 한다. 이것 또한 4번에 걸친 길 위의 학교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정”이라는 게 이런 건가 보다. 함께 한 몇 번의 여행이 우리를 어느새 정겨운 이웃으로 만들어 주었다.
오늘 안내를 해주실 분은 “기노헌 팀장”-지동 주민센터 총괄팀장님이시다. 공무원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시고, 정말로 지동을 위해 한 몸을 불사르시는 진정한 지동맨이시기도 하며 오늘 나의 추억의 나라로 안내할 토끼 아저씨이기도 하다.
우선 오늘의 여정은 지동 “벽화마을”을 시작으로 하여 “제일교회”까지 오르는 일정으로 되어있다는 소개와 함께 지동에 대한 역사를 간단하게 듣게 되었다. “지동”은 원래는 “못골”이라고 불려 졌었다고 한다. 못골이란 말 그대로 연못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예전 이곳에 큰 연못이 있었는데 그 이름을 따서 연못이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불려 졌던 것 같다.
지금의 “지동”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수원이 수원시로 승격되면서 부터이다. 화성성곽 밖에 있는 지동마을은 조선시대에는 성에 들어가지 못하는 백성들이, 한국전쟁당시에는 피난민들이모여 살았던 곳으로, 지금은 문화재보호구역 500m 이내로 지정되어 재개발도 힘든 실정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주변보다 조금은 낙후되고 정체된 곳이었다. 이런 정체된 지동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게 된 계기가 된 것이 바로 2011년에 시작된 “지동 벽화마을 프로젝트”이다. 오늘 우리는 지동이 벽화마을 프로젝트 이후 어떻게 달라졌는지 변화의 현장 속으로 길을 떠나본다.
“벽화골목”의 시작은 성벽 옆 게이트볼장을 지나 학모양의 솟대 조형물이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학을 조형물로 한 것은 지동에는 노인인구가 많아 그분들의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학’으로 솟대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한다.
벽화골목을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첫 번째 작품은 한옥과 소나무가 어우러져있는 전통적인 우리의 옛 시골 풍경을 연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그림 한 편에서 주는 편안함과 따스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이다. 첫 번째 작품을 지나 좁은 골목을 따라 가다보면 각각의 풍경들이 펼쳐진다. 물고기조형물로 만들어놓은 벽에서는 물고기가 몇 마리인지 맞춰보기 게임을 하면서 어린시절 동심으로 돌아간 듯 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벽화마을 조성하는 지역은 많다. 하지만 지동 벽화마을은 지동만의 색을 갖고 있다. 지동 벽화마을은 조성하기 시작한지 올해로 3년째, 5개년계획으로 마무리되면 총 연장이 3km가 넘는다. 전국 최장의 벽화길이다. 현재까지는 1.4km가 진행되었단다. 1년에 고작 4~500m밖에 진행되지 못한다니 그 수고로움이 참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지동 벽화마을 조성이 처음부터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시작할 땐 여느 마을과 마찬가지로 기관과 주민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마찰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끝임 없이 소통의 장을 마련하여 설득한 결과 지금은 주민들 스스로가 집을 수리하기도 하고 기관보다 더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며 기관하고의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골목길을 따라오다 보면 작은 사거리를 만나게 된다. 오미조밀 타일조각처럼 그려놓은 그림이 눈에 띈다. 무심코 지나치려는데, 지동의 “지적도”라는 소개말이 있다. “그래요? ”하며 다시 눈길이 간다. 정말이었다. 세모 네모로 모여 있는 건 지동의 지적도를 그려놓은 것이었다. 삼성의 박사급 인력 120명이 와서 그린 것 이라하니 인건비로 따지면 아마도 제일 비싼 벽화가 아닐까 싶다.
국내에는 지동 말고도 유명한 벽화마을이 더 있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통영의 동피랑이 그 중 하나이다. 국내외 유명작가들이 4개 팀으로 나뉘어 참여하여 그림을 그린 것으로 예술적 가치로 본다면 매우 잘 그려진 것이다. 하지만 지동의 벽화마을은 유치원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여 이뤄낸 성과물로 어쩌면 동피랑보다 더 뜻이 있는 벽화골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동 벽화골목에는 “되살림 발전소”라는 게 있다. 원래는 방치된 폐가였는데, 지동주민센터에서 매입을 하여 말 그대로 지동을 되살려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곳이다. 현재는 지동벽화골목 프로젝트의 총괄책임을 맡은 “유순혜”작가가 이곳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첫 번째 벽화골목이 끝나는 곳엔 화성 성벽과 마주보고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다. 꼭 시골마을 어귀에 있던 정겨운 느티나무가 생각나게 한다. 팀장님은 향후 이곳을 “북까페”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셨다. 하지만 지금은 땅 매입에 애로사항이 있으셔 만들지는 못했지만 꼭 그 곳을 북까페로 만들고자 하시는 의지만은 강하게 나타내셨다.
첫 번째 벽화 골목을 나와 두 번째 벽화골목을 들어섰을 때 처음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두 번째 벽화골목은 전체적으로 원색의 물결이다. 두 번째 벽화골목에서 처음 만나는 그림은 아주머니가 아기를 업고 있는 모습의 그림이다. 항상 이곳 벽화골목을 지키고 계셨던 골목집 아주머니의 아기 업은 모습의 그림은 어렸을 적 우리 어머니들의 뒷모습처럼 참 정겨웠다. 감나무집 아저씨 집 앞에는 쉬었다 가라고 조성된 의자에선 언제든 손님이 찾아오면 마루 한 켠을 내주며 쉬었다가라는 우리 부모세대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담 위로 하늘거리는 빨래도 참 예술처럼 운치 있게 널어놓으셨다.
두 번째 길을 나와서 걷다보니 눈에 띄는 조형물이 있었다. 지동의 색깔인 연초록색으로 만든 “접이식평상” 담을 허물고 그곳에 접이식평상을 설치하여 사람이 모일 때는 펴놓고 음식이랑 수다도 떨면서 이웃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쓰기도하고 평상시에는 접어서 담으로 사용한다는데, 다들 아이디어가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들이 한창이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평상은 기노헌 팀장님의 발명특허로 등록되어 있단다.
지동에는 몇 개의 테마로 벽화골목이 이루어져 있다. 그 첫 번째로 시화골목과 동화골목, 그리고 두 번째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 테마로 조성되어져 있는데, 오늘 오후에 고은 시인과 수원에서 활동하시는 몇몇 시인들께서 시화골목 담벽에 직접 자작시를 쓰는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산동네처럼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는 골목이다. 수원에 이런 곳도 있었나싶을 정도로 우리가 늘 보던 수원의 모습이 아니었다. 수원으로 이사 온 후 아파트생활만 해서인지, 수원에서 보는 낯선 풍경이다. 이 골목에선 지동이 수원에서 유일하게 공동체가 형성되어있는 마을이라는 게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산동네 같은 골목길을 골목골목을 돌다보니 저 멀리 봉돈이 보인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저런 멋진 풍경을 매일 볼 수 있다니 참 좋겠구나 라는 부러운 마음이 생긴다. 곳곳에 도시농업의 혁신을 보여주는 텃밭과 집집마다 화분에 심어놓은 채소들이 보였다. 그리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는 곳에서 기념사진 한 장 찰칵 찍었다.
시립 지동어린이집을 중심으로 그 주변은 동화마을이 한창 조성 중이었다. 내년에는 지동어린이집 친구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이 골목은 동화 같은 풍경이 펼쳐져있기를 기대해본다.
골목을 나오니 한 무리의 자원봉사단이 보인다. 삼성전자 가족봉사단이란다. 어린 여자아이가 고사리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데, 너무나 예뻐 보였다. 사진을 찍어주니까 연신 브이를 지어보이며 수줍게 웃는다. 이곳은 삼성 IT골목길이다. 말은 IT인데 도깨비그림 등 재미있는 그림들로 구성되어있다. 팀장님은 자기 작품도 있다면서 옆 골목길로 안내를 한다.
지동의 색깔인 연초록의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다. 전 세계에 지동을 알리고 싶은 팀장님의 속마음을 살짝 훔쳐 본 것 같다. 다음 골목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을 주제로 조성되는 골목이다. 아직도 조성중이라 군데군데, 작업 중인 곳이 많다. 겨울, 벌써부터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게 만드는 트리벽화가 눈에 띈다.
벽화골목이 끝이 난 자리엔 웅장하게 보이기만 했던 ‘지동제일교회’가 한편의 풍경화처럼 펼쳐져 있다. 교회는 용마루길 입구에 서있다. 용마루길이란 지동시장을 벗어나 화성의 동문인 창룡문으로 가는 옛길이다. 남수문을 벗어나 위로 오르다 보면, 수원제일교회에서 시작해 창룡문까지 길게 외성과 같은 형태로 이어진 길이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제일교회”는 지동의 낡은 건물과 어울리지 않은 화려함에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들도 많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교회가 가장 먼저 지동의 변화에 문을 열어 젖혔다. 교회 종루를 개방한 것이다.
교회 종루를 개방하여 만든 전망대의 이름은 “노을빛전망대”이다. 8층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