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학교-4차 답사 지동마을과 사람들 후기>
11월 2일 아침.안개가 짙게 내려앉았다고 생각했는데 비가오기 시작한다.
오늘 길위의 학교 마지막 프로그램이 있는날인데 이틀전부터 감기기운이 있더니 어제부터 몸살에 콧물까지 겹쳐버렸다. 날씨도 맑지않고 몸도 개운치않는 상태가 되고보니 오늘일정을 미리 짐작해보고 갈지말지 고민하기시작했다. 행궁동벽화는 생태교통행사때 대충본것같고, 화성박물관은 애들손잡고 갔었지, 수원사? 보리쌀집? 대안공간 눈은 또 뭐야...궁금하네. 아침에 푹쉬고나자 오후2시 일정은 거뜬할것같았고 간만에 쉬는날인 남편도 가겠다고 나선다. 비오는날 데이트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한결나아졌다. 많이 걷는 하루일정을 생각해서 우리 부부는 등산화를 챙겨신고 집을 나선다.
모이는 장소는 대안공간 눈(space noon).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문화예술공간이 된곳이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잔디정원도 구경하고 갤러리를 둘러본다. 특별기획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밖에서 볼 때와 직접 내부를 돌아볼 때 느낌이 많이 달랐다. 주말인데도 비가와서인지 관람객은 없었다. 다음에 올 것을 예상해서 올해 전시일정을 확인해본다.
약속시간 2시정도 되자 카페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수원문화재단의 이형복님이 오늘 일정을 간략하게 소개하고나자 이윤숙대표의 인사와 간단한 소개 그리고 방송국에서 방영된 영상물을 보면서 점차 이곳이 어떤곳인지 이해할수있었다. 97년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떠난 사람들과 변해버린 마을이야기. 그리고 아직도 마을을 지키며 살고있는 사람들의 벽화이야기는 오늘도 계속 현재 진행형이다. 골목길에 접어들자 벽화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북수동 경로당 어르신들이 그린 벽화앞에서 커다란 잠자리한마리도 만져보고, 희망의 씨앗을 마음에 품고 그렸을 예쁜 꽃도 바라본다. 어느동네나 지나다니는 오토바이탄 친근한 아저씨의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런데 2010년부터 그려진 벽화는 여기저기 훼손된 곳이 보였다. 밑작업이 부실했나보다. 아쉽다. 커다란 잉어가 그려진 금보여인숙앞에서 우리부부는 멋쩍게 사진을 찍어본다. TV에 나오는 시대극 세트장처럼 정말 오래된 여인숙이다. 연탄불을 피우는지 연탄재도 보인다. 슬쩍 안을 들여다보니 아담한 마당과 빨래줄, 어지럽게 널브러진 신발, 행여 누군가와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서둘러 빠져나오는데 낯이 간지럽다. 요즘도 이런곳에 여장을 푸는 장사꾼이 있을까?
골목길을 빠져나와 수원천이 내려다보이는 갓길에 들어선다. 왕버드나무가 일렬로 서있다. 그래서 유천이라는 별칭도 있단다.이젠 꽃가루로 인해 화홍문과 매향교까지만 남고 다른곳은 모두 베어졌다한다. 천변따라 걷는 시간에는 이형복님의 팔부자거리설명과 독점권에 관한 이야기에서는 퀴즈가 나온다. “독점권이 두가지 더 주어졌는데 무엇일까요?” “관이요~” 한참을 고민하는데 누군가 대답한다. 나머지는 ‘갓끈수리’라는데 오늘 처음듣는 이야기다. 여기모인 사람들은 대단하고 똑똑한 사람들이다.
벽화거리를 돌아보며 수원화성박물관앞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화성에 관련된 유물과 전시실를 둘러본다. 해설사와 약속된 시간이 어긋났는지 이형복님의 설명으로 대체된다. 초대 화성유수인 채재공선생의 초상화와 초본, 그당시 향낭도 설명듣는다. 잠시 휴식을 갖고 이형복님이 준비한 수원문화재단의 손수건 선물을 받았다.
다시 수원천변따라 5분정도 걷자 수원사(수원포교당)에 도착한다. 총무과 주임의 친절한 안내가 준비되어 있다. 우리나라 최초 여류화가 나혜석님이 여기서 첫 개인전(1929)을 열었고 2004년에는 추모음악제도 있었다한다. 불교문화원인 현대식건물과 아미타불 부처님이 계신 극락대원전의 건축물은 전통사찰의 모습을 보여준다. 80주년 기념으로 세워진 금강보탑이 마당 중앙에 자리잡고있다. 수능을 앞둔 둘째딸을 위해 탑돌이를 해야할 것 같다. ‘제발 공부한 그이상으로 점수 좀 받게해주세요.’ 욕심많은 중생에게 부처님의 자비는 꼭 필요한 시점이다. 절절한 심정이 전해지길 기도하며 불교문화원 구석구석을 소개받는 시간을 가졌다.
수원사에서 나오자마자 드디어 궁금했던 보리쌀 아저씨(우민 박경선)를 만났다. 잡곡이랑 나물이 눈에 띄고 아저씨가 직접 그린 간판과 그림들을 차근히 둘러본다. 한국화를 전공하신 분답게 먹물을 풀어 창작활동을 하고계셨다. 짧은 특강을 기대했지만 참가자들의 먹거리질문에 시간을 놓쳐버렸다. “언제 개인전하세요?” “내년 1월 수원미술관에서 단체전시회를 해요.” “주제가 뭐예요?” “수원 팔경전입니다.” 인심좋게 생긴 아저씨와의 짧은 만남과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시어머니모시고 다시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이제 최근 완공된 남수문쪽으로 걷는다.
영동 아트포라에서 작가와 작품을 만나다 영동시장 2층에 마련된 아트포라에 당도한다. 명절 즈음에 가끔 와보는 시장주변은 먹거리도 즐겁고 볼거리도 많아 올때마다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예술과 시장의 합성어 아트포라. 여러사람이 함께 만나고 나누는 소통의 공간이란다. 9개의 방(도예,한지공예,한복,서예,영화,시,회화등)으로 나뉘어있는데 처음 도예방부터 에둘러본다. 작가들의 작업실을 겸한곳으로 판매도 하고 전시도 겸하고있었다. 수원천에 오는 새들을 위해 새집을 만들고있는 회화방에서는 갖가지 질문과 대답이 오고갔다.
“입구가 너무 작은거 아니예요?” “비둘기는 유해동물이라 입구가 크면 비둘기 때문에 안돼요.” “박새는 모기를 잡아먹는데 45만원의 구충제역할을 한답니다.” 부화도 가능한 새집은 매해 4월부터 7월까지 박새가 주로 사용한단다. 새집만들기 행사는 아쉽게 끝이나고 내년부터 다시 시작한다고하니 아이들손잡고 체험학습으로 다녀가면 좋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서예를 전공하시고 지금은 캘리그라피를 하시는 윤경숙님을 만났다. 기존 딱딱하고 어려운 서예의 틀을 깨고 감성이 들러나도록 편안한글을 쓰신다고 하신다. 몇 년전 집근처 서예학원에서 천자문을 1년 반정도 배운적이있다. 붓을 들고있을때면 마음이 편안하고 집중할수있었다.그러나 나이들어 근사하게 가훈정도는 써줄 수 있는 할머니가 되려는 꿈을꾸던 시간은 목디스크가 재발하면서 끝이났다. 이형복님의 나이가 몇이냐는 말도 안되는 퀴즈에 참가자 한분이 정답을 맞추셨다. 꽃자리라는 시구절이 적힌 선물을 받는 행운이 주어졌다.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길위의 학교 프로그램 내내 같이 함께한 언니라서 더 좋았다. “언니~축하해요~좋겠다~” 내가 너무 호들갑을 떨었나보다. 언니가 내손을 잡고 구석진 기둥사이로 날 잡아챈다. 선물받았다는 사실로 만족하니 가져가란다.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막무가내로 주신단다. 아주 잠깐 혼란스럽다. “이 사실을 참가자들이 알면 저한테 뭐라고 할거예요~제가 뭐가 되겠어요.” 주책을 떨어보지만 이내 가방안에 넣고돌아선다. 고맙다는 인사가 끝이없이 나온다. 이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될지 모른체 일정을 마무리하는 한줄멘트가 있다.
다들 피곤한데도 기쁜마음을 감출수없나보다. 돌아가는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하다. 우리부부 역시 아쉬움에 통닭거리로 이내 걸음을 옮긴다. 그간 아이들키우고 일하느라 내가 살고있는 수원을 알고 돌아볼 기회가 전혀없었는데 길위의 학교는 많은 것을 배울수있게 해줬다.
매주 토요일 6주동안 한번의 결석없이 참석했고 부족하지만 e수원뉴스에 답사글을 올려왔었다. 내딛는 발길위에 배움이있고, 만나는 사람들속에서 나의 부족함을 깨닫게 한 시간들이 있어서 행복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애써주신 평생학습관 유선애님께도 감사함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