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역사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비평공간규문의 대표 채운 강사님의 글쓰기와 역사강의를 수강하고 가장 처음 알게 된 것은 돈키호테가 2권의 소설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돈키호테의 기상천외한 모험은 1권에 국한 된 내용일 뿐이라는 것, 그것을 시작으로 유럽의 종교와 역사의 흐름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15~16C 르네상스시대는 재생,부활이라는 이름과 상반되는 종교개혁의 시기였다. 그러나 유럽 종교전쟁 말미에 종교개혁의 무풍지대가 된 곳이 바로 16C 스페인이었다. 구교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이교도 축출에 매달렸고 결국 이베리아 반도를 수복한 신성로마제국의 수장 카를5세와 펠리페2세의 재위기간에 세르반테스가 존재한다. 오스만제국과의 레판토해전에 참전했던 경험으로 돈키호테를 집필한 그는 이 전쟁으로 아프리카에서 포로생활을 하는 등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한다.
1492년 스페인제국의 거점에서 펠리페3세가 저물던 시절에 발표된 돈키호테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소설이다. 위풍당당한 돈키호테의 모습과는 달리 초라한 현실은 우스꽝스럽지만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그것이 그 시절 스페인의 지위를 반영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돈키호테는 단순한 모험담의 이야기가 아니라 16C 유럽의 뒤섞이는 시대상을 패러디로 풀어 낸 의미있는 소설이다.
유럽대륙과 스페인의 역사, 그 시대적 배경이 소설에 투영되고 세르반테스의 삶에 스며들어 돈키호테가 탄생한 것을 보면 글쓰기와 역사가 얼마나 밀접한 주제인지 알 수 있다. 강의 서두에 생각이나 감정은 홀로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의 마주침으로 생성된다는 강사님의 말씀이 또렷하게 와 닿았다. 마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몰입되는 시간이었고 남은 5회차의 강의도 빠짐없이 수강하고 싶어지는 훌륭한 강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