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란 사고일까? 사건일까?
덕성여자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이자 의료인류학자인 김관욱 강사님의 강의는 이런 물음을 던지며 시작되었다.
가습기 피해자들부터 이태원 참사까지 우리사회의 재난은 우연히 발생하는 사고로 시작되지만 의도를 가지고 전개되는 사건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재난은 즉각적인 슬픔이나 공포처럼 1차적 감정이지만 참사는 이런 1차적 감정에 죄책감이나 절망감 등을 더한 사회적 감정으로 더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나 또한 이런 사건들을 접하면서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마주하지 않으려 회피해왔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오히려 그들을 손가락질하는 우리사회를 보면서 우리들은 함께 절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회적 절망감이 팽배해져 저출산이라는 결과가 도출된 것이라는 강사님의 말씀이 와닿았다.
피해자의 고통을 마주하지 않을 때 우리는 더 무감해지고 매정해질 수 있다. 2018년 가습기 살균제 희생자의 아버지는‘더디고 더딘 우리사회의 공감 능력에 거듭 죽는다‘고 했다. 윤리는 타인의 얼굴이라는 레비나스의 철학이 참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관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희생자의 얼굴을 찾아볼 수 없던 이태원 참사 분향소처럼 타인의 고통에 눈가리게 하는 많은 것들의 본질을 직면하고 연대할 때 사회적 절망감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무거운 주제지만 50명 가까운 수강생들이 평일 저녁시간을 강의에 할애한 것을 보면서 따뜻한 연대감이 느껴졌다. 앞으로도 이런 담론이 계속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강의 개설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강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