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으려고 몇번 시도해 보았지만, 내게는 너무 어려워서 완독을 포기했던 경험이 있다. 마침 줌 강의가 있어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살짝 고민하다가 신청하였는데, 파도라는 우주의 리듬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좁았던 내 생각과 시야을 넓혀준 시간이였다.
남성이 절대적 우세였던 시기에 중심을 향하지 않고 중심의 바깥쪽에서 자신다운 나름의 글쓰기를 멈추지 않은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에 대해서 알아가는 기쁨이 있었고, 6명의 등장인물의 대사를 자세하고도 친절히 해석해 주셨을 때에야 비로소 머리로 이해되고 마음에 와닿아서 나 스스로에게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너무 오랫동안 안전하고 평균적인 것들을 추구했던 자세와 직관적이고 쉬운 글들에만 길들여졌음이 느껴졌던 시간이였다.
절대진리에 대해 맞서고자 하는 존재적 자아의 성찰로 느껴져서 뭉클하게 읽혔던 대목이라는 부분은 내 감성에 와닿지 않아 나의 메마름이 해갈되길 바라며 노트에 기록도 해보았다.
우리가 주의깊게 읽어낸 글에는 작가가 관통되었기 때문에 내가 쓴 문장에 녹아들어간 생각들이 반드시 내 것이 아님을, 오늘의 만남을 통해 만난 누군가와의 대화가 인상적이였다면 그 순간을 관통하면서 변형된 내가 글 속에 담긴다는 표현이 적절하고 솔직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근본적으로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하다가 생각이 기하학적으로 바뀔 때 소설을 읽는다는 강사님의 독서 습관과, 소설을 읽으면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무한한 힘들이 보일 때가 있고, 지금의 나와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기억과 마음에 남는다.
버니지아 울프의 저항적 글쓰기를 관통하는 것_ 자아없이 바라보는 시선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자아없이 세계를 바라볼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셨는데 그 대답이 <파도>같은 고전에 있구나,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우리 각각의 삶이 서로 긴밀하게 얽히고 합쳐져 있기에 그 과정은 불협화음 같을지라도 끝내는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도 엿보았고, 우리의 정체성이 고정된 것이 아닌 시간의 흐름 속에서 파도처럼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음이 섬세하게 인식된 강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