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고전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과 가치, 깊이 있는 사색과 성찰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은 너무 즉흥적이고 속도감에 빠져 있다. 우리는 가끔 그 속도에 흥분하기도 하지만 그 속도에 지치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 버지니아 울프의 <파도>는 긴 사색의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파도>는 인간의 내면과 삶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소설이며 실험적인 기법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소설에는 사건이 거의 없고 외부 세계에 관한 서술보다는 인물들의 내면세계에 집중하고 있다. 각 인물은 자신의 고유한 방식으로 삶과 정체성, 시간의 흐름에 대해 성찰하며,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 경험의 복잡성과 다층성을 탐구하고 있다.
오늘 강의는 <파도>를 좀 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도와주었다. 그렇다 해도 정답은 없다. 책을 읽으면서 사라지기만 하는 문장이 있으면 빛의 환영처럼 나타났다 사라지지 않는 문장도 있다. 그것을 구분할 수 있으면 족하다. 그리고 세상은 항상 동시성과 양가성을 갖는다.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으면 삶이 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고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있다. 문득 플랑크의 별이 떠오른다. 한계에 도달한 플랑크의 별은 폭발하여 새로운 별들로 탄생시킨다. 플랑크의 별이 소멸하기 직전 대폭발을 일으키는 것은 소멸이 아니라 새로운 탄생이라고 볼 수 있다. 죽음 끝에 새로운 별로 다시 시작된다는 것은 다시 혼자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다. 혼자 있을 때보다 군중 속에 있을 때 더 심각해진다. 군중 속에서 나는 나타났다 사라져도 아무도 의식하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은 사물과도 같은 존재여서 많은 물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 채운의 <파도> 읽기를 통해 우리는 가끔 삶에 대한 깊은 사색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글을 쓴다는 것은 삶의 무게만큼 진지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