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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의 밥그릇과 민주주의

작성자
김소라
작성일
2013.07.09
조회수
5522/1



[6월 명사특강 후기] 윤여준, 밥그릇과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옷이나 음식같이 익숙하다. 추상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삶에 와닿지는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민주주의와 밥의 문제는 관련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627일 목요일, 수원평생학습관의 명사특강에서 전 환경부 장관 윤여준을 만날 수 있었다. 최근 정치 소비자 협동조합 <울림>을 통해 현실정치를 개선시킬 수 있는 활동 및 팟캐스트 윤여준을 방송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1221~26일 사이에 노동자 4명이 자살했다. 미래에 대한 절망감 때문이다. 사는 게 죽는 것만 못하다는 절망감 때문이다. 하필이면 박근혜 대통령 확정된 이후 자살했을까? 박근혜보다 더 민주적이라는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생각하면, 자살했을까? 이들은 민주주의와 밥의 문제를 함께 생각했다. 자살했던 네 사람의 노동자가 보기엔 민주적이지 않은 노동자가 당선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 당선 당시 사회에는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라는 말이 떠돌았다. 경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결과다. 그렇지만 5년간의 이명박 대통령 임기동안 부자들은 돈을 더 많이 벌게 되었고, 대기업은 비대해졌다. 우리의 정치현실을 보면서 민주주의와 밥이 얼마나 관계가 있는가를 사례로 보여주었다.

 

또한 차분한 말씀을 통해서 어떤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지지하지도 않는다. 보수이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도왔었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합리성이 돋보인다. 우리의 정치현실이 변화하려면 당의 대립구조를 걷어버리고, 서로를 인정하는 다양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다시 잘 살아보세, 새마을운동을 이야기해야 먹히는 상황이 되었다. 민주주의냐 밥이냐를 놓고 볼 때 사람들은 밥을 선택한다. 그러나 권위주의는 안된다. 민주주의가 밥을 직접 만들어주지는 않지만, 밥의 크기는 민주주의가 만들어준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목숨 걸고 피흘려 투쟁한 것이다. 커다란 밥그릇을 보장할 때 밥을 주는 수단으로서 민주주의는 중요하다. 맹자도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고 말했다. ‘밥은 백성의 하늘이요, 백성은 임금의 하늘이다.’ 이라는 말이 있다.”

 

윤여준의 강의에서는 정치적 민주주의가 아닌 경제 민주주의와 시대정신을 이야기했다. 이제는 국민인 주권자에 따라 경제 원칙도 정해져야 하는 시대라고 한다. 소득의 분배가 균형적인가? 경제력으로 시장을 지배하는가?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는가? 심각한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러한 경제의 담론을 국민이 체제를 만들고 원칙을 정하는 시대라고 한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경제 민주주의의 토대를 만드는 일이었던 셈이다.

 

이번 강의를 통해서 너무도 당연시 여겼던 국가와 국민의 문제를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국가는 합법적 폭력(군과 경찰)을 소유하고, 국민의 재산을 강제로 빼앗을 수 있는 무서운 힘을 지는 존재라 생각할 수 있다. 그 힘을 바로 국민이, 국가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다수의 이익을 위해 준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국가가 젊은 사람의 생명을 한시적으로 가지고 가는 일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무서운 힘을 행사할 때 다수의 의사에 따라야 하는데, 지금은 소수의 경제권력에 휘둘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갈등이 심화될 때 공동체 해체 위기까지 걱정하게 된다. 국가와 국민의 관계, 그 속에서 우리가 국가에게 당연히 요구해야 하는 것들을 잊어버린 채 의무와 책임만을 다하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공정사회는 기회, 과정, 결과까지 공정한 사회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이 공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 역시 소수의 경제 권력을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어나가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강의 후 시민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질문을 하고 있는 시민의 모습.

 

강의 마지막까지 자리를 뜬 사람은 없었다. 20대부터 80대까지 강의에 참석한 연령도 다양했다. 어떤 정치적 입장에 따른 내용이 아니라 모두들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이념을 넘어서 국민들이 해야 할 일들, 앞으로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차분하게 이야기하였다.

 

사실 정치적인 담론을 대중들의 강연으로 풀어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특정한 정치색이 드러날 경우 자신의 입장과 맞지 않다고 생각할 경우 사람들은 불편해하고, 감정을 표출한다. 하지만 이번 특강에서 윤여준 전 장관의 강의는 모든 정치인들에 대해 따뜻함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표현하였다.

강의가 끝난 후 시민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수원평생학습관의 명사특강은 매달 이 시대의 명사의 강의로 이루어진다. 지역의 인문정신을 일깨우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균형잡힌 시각, 다양한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수원평생학습관의 다음 달 명사특강도 기대해본다.

 

_김소라(수원시평생학습관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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