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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원에서 누구나 가르치고 배우다

작성자
최현지
작성일
2013.06.13
조회수
5365/1



<만석공원에서 누구나가르치고 배우는 감흥의 세계에 빠지다>
 

기대치도 않던 곳에서 맘 속에 그려오던 풍경을 만날 수도 있나보다. 만석 공원에서 열린 누구나학교의 풍경이 그랬다. 화창한 하늘 아래 푸른 잔디밭에 펼쳐진 빨간색 파라솔, 그 사이로 아이들부터 학생, 어르신까지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이곳저곳 호기심에 차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 별 생각 없이 만석공원을 따라갔던 나는 그 즐거운 풍경에 점차 흥이 나기 시작했다.

 

평소 나는 배움을 익히는 데에 심각한 태도를 갖곤 한다. 그 덕분에 아직도 기타를 못배우고 있다. 만석공원 한 귀퉁이에 앉아 우쿨렐레를 뜯고 있는 무리를 만나니 나도 당장 그곳에서 우쿨렐레를 배우고 싶다는 즐거운 충동이 생겼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만 있는게 아니라서 우쿨렐레 파라솔은 늘 젊은 학생들로 만석이었다.

 

우쿠렐레.jpg

 

손채수님의 집이야기교실에서는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었고 아주머니 두 분이 흠뻑 빠져있었다. 무슨 이야기일까 궁금해하며 살짝 들어보니 아프리카 어느 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부족은 누군가 쓰던 물건에는 그 사람의 이 깃든다고 믿어 함부로 쓰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집도 역시 자신의 흔적이 깃들어있는 어떤 존재이다. 이들은 식량과 물을 구하기 위해서 이동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흔적이 깃든 집을 머리에 지고 함께 이동한다고 했다. 손채수님은 집을 재산 증식 수단이나 값비싼 물질로만 바라보는 세태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어 보고 싶으셨다고 했다. 연이어 티베트, 이집트의 집 이야기를 듣다보니 십분 만에 세계일주를 한 기분이었다.

 

집이야기.jpg

 

이리저리 구경하며 어르신들이 만들어 파시는 슬러쉬도 사먹으며 놀던 차에 미술 잡지 경향 아티클의 기자분의 미술 이야기에 참여했다. ’최근에 어떤 전시를 보았냐고 질문하셔서 더듬더듬 이야기를 이어나가다보니 어느새 내가 신이 나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서인지 점차 사람들이 몰려와 어느새 파라솔이 만석이 되었다. 한명 한명에게 물어보니 우리 모두 미술에 흥미가 있고 즐기고는 싶은데 아직 그 방법을 모르는 상황이었다. 자연스레 미술관을 즐기는 팁과 공부 방법, 추천 도서 등 기자님의 알짜배기 정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취향이 생기는 거예요.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거기서부터 출발해서 깊게 파기 시작하면 되는 거예요.” 라는 대목에서 깊은 인상과 용기를 받았다.

 

고즈넉한 토요일 오후 만석공원의 누구나학교에서 어슬렁거리다보니 맘 속에서는 다채로운 감흥이 일어났다. 고작 몇 시간 만에 타인의 세계 속으로 깊숙이 빠져있다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일까. 사실 한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라는 물음은 그 사람이 깊이 매료되어 있는 세계로 가장 잘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즐거운 꺼리를 다른 이에게 전파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매우 이로운 일이다. 그것이 네가 즐거운 것이 나도 즐겁다라는 지점으로 다다른다면 거기서 문화가 생성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

 

또한 만석공원에서 펼쳐진 누구나학교의 광경은 지역 커뮤니티의 새로운 형태를 내게 보여준 것 같다. 보통 지역 공동체라고 하면 마을과 같이 정겹고 끈끈하며 오래도록 정주하는 공동체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누구나학교처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장에서 지식과 즐거움을 매개로 새로운 관계가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사람 사이의 연결점이 만들어지며, 궁극적으로 커뮤니티 전체가 함께 느끼는 공감의 공동체로 나아가는 것. 지역이 배타적 관성을 벗어나 인간 그 자체에 관심을 갖는 사회로 나아가는 데에 누구나학교와 같은 열린 관계망이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하게 되었다.

 

글_ 최현지 (누구나학교 응원전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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