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속에 갇힌 나를 찾아서 수강을 마치며>
옷장속에 갇힌 나를 찾아서 이 강의명을 만난 순간 강사분은 텍스트를 많이 사랑하시는 분이구나~라는 추측을 하며 어떤 분일까란 궁금증과 한번 만나 뵙고 싶다는 호기심에 강좌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강의 첫째날 음~2013년 트렌드에 맞는 무드와 컬러 스타일 등 기본 학습을 하고 자신의 옷장속 옷들에 학습을 적용 하고 몇 가지 정석적인 코디와 리폼이 이루어지는 수업일까? 라고 예측했던 나의 생각은 완전 빗나가고 말았답니다. 의외성에서 느껴지는 이 쾌감!
"자신에게 옷이란 무엇인가요?"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은요?"
"원하는 스타일대로 입지 못하는 방해 요인은요?"
다소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질문 앞에 학습자들 모두 “뭐지?” 하는 어리둥절함!
이 3가지 질문 앞에 모두가 철학자의 표정이 되었고 수행자라도 된 양 지금까지 형성 되어온 나의 모습의 저 아득한 근원으로까지 생각의 길을 거슬러 들어가 나를 지금껏 누르고 세팅 시켰던 것들~ 나를 억압시켰던 요소들을 들여다보며 내 영혼의 빛을 온전히 옷을 통해 밖으로 비추며 살아왔는지에 대해 사유하게 되었다. 옷이라는 매개를 통해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싸고 나를 지배했던 것들에 대해 과거를 이해하게 하고 현재를 정리하며 미래를 디자인 하게 하는 수업이라니! 캭~~순간 난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전통적 상식을 깬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수업에 놀라움과 감동을 느꼈다.
책이나 매체를 통해 알 수 있는 그저 그런 지식을 쏟아 붓는 게 아닌 강의자 자신의 삶의 경험과 물음, 고뇌 속을 뚫고 얻어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진 지식이기에 특별함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 여기 모인 학습자들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될까? 패션 접근법에서? 사고의 방향에서? 생각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선생님이 보고 싶은 만큼 조금은 긴 일주일이 지나 두번째 강의 시간을 만났다. 아주 재미난 퍼포먼스가 열렸다. 무대 위로 한사람씩 올라갔다. 옷과 연결된 자신만의 스토리를 풀어놨고 우리 모두는 때론 귀 기울여 공감하고 코디에 관한 디스커션이 이루어졌다. 이제 겨우 두번째 만남을 가진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어찌보면 아주 비밀스럽고 개인적인 공간인 자신의 내면을 다른 사람 앞에서 이렇게 편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다. 여기가 또 다른 힐링센터가 되는 분위기랄까?
세 번째 수업을 만났다. 해외에서 전시하셨던 선생님의 작품을 감상했다. 음~ 이 스타일은 뭐지? 요즘 트렌드는 화려함의 극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선생님의 작품은 뭐랄까? 시대의 흐름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원시적 원형을 찾기 위한 갈증과 고민이 보인다고 할까! 장식적이고 가벼운 꾸밈을 벗고 인간 원초의 숨결이 느껴지면서도 모던 아트적 느낌과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 시키는 파워풀함이 느껴졌다.
고 퀄리티의 자연적 소재와 편안함속에 느껴지는 초현실적 무드, 시간과 트렌드를 초월한 미니멀리즘, 자연스럽게 생기는 주름, 구김 등의 다소 동양적이며 원시적인 절제된 실루엣과 오직 의식에 흐름에 맡긴 디테일로 선생님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인간관 여성관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껏 전개되고 전통적으로 수용되어온 상업적 디자인에서 분명 혁신을 끌어내고 계셨다.
겉으로 현 사회는 너무도 화려해지고 있다. 사실 화려함은 극에 달할수록 사회의 내면은 빈천할 가능성이 클 수도 있다. 이러한 사회의 정신적 경향과 맞물려있는 의미의 충실함이 깃든 선생님의 작품은 사회의 상처를 우리자신의 현실을 선연하게 투사 시키며 극복을 위한 갈망과 몸부림으로 우리를 보듬어 주는 듯했다. 모든 옷들이 비슷해지고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고 비슷한 이름의 숍들이 거리를 점령하는 요즘~ 패션에서 만큼은 민주화를 거부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의 작품 속에 떠오르는 세 단어는 열망, 치유, 회복이었다. 이 수업을 통해 패션 디자인을 상업성에서만 바라보았던 편협한 사고에서 같은 옷이라는 도구라도 그 안에 담긴 "정신"에 따라 전달될 수 있는 목적과 메세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앞으로 내가 만들어갈 창의적인 일에 이 질문을 꼭 하게 될 것이다. 이것에 아티스틱한 잠재력과 의미가 있는가? 또 담아내려는 주제가 예술작품과 가치를 가질 수 있는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길로 가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라고 말씀하신 그것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넷째날이 다가왔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옷의 기준은 얼마나 단일 했던가! 다양한 기준의 옷이 함께 공존 할 수 있음에 통쾌함마저 느낄 수 있었던 수업이었다. 우리 모두는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내가 진정 갈망하고 입고 싶은 모습들을 찾아가고 있었다.
햇빛도 바람도 좋은날 다섯번째 수업일이 되었고 천연염색을 배웠다. 스카프, 티셔츠, 스커트, 자켓 등이 빨래줄에서 다양한 빛깔의 푸르름으로 눈부시게 흔들거렸다. 옷장 속에 갇혀 주인이 찾아주지 않았던 옷가지들이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존재하는 건 새로워짐으로 또 다른 존재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여섯째 날은 수업의 마지막 날이었다. 우린 설레임으로 선생님 작업실이 있는 서울로 나들이를 했다. 마지막 수업은 선생님 작업실에서 파티가 열렸다. 직접 만드신 도자기 그릇에 한가지 씩 가져간 음식을 담으니 꽃, 와인과 함께 너무 멋진 파티 데커레이션이 완성되니 일상의 지루함이 놀라운 판타지와 작품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가져간 천 조각은 가위질 몇 번에 멋진 조끼로 변신하기도 하고 유행지나 못 입던 긴 코트가 3가지 아이템으로 변신되기도 하는 작업도 하였다.여섯 번의 만남을 정리하며 우린 서로에게 주고받은 성장의 영양분에 대해 서로에게 감사 했고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준 진실함에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이런 멋진 수업을 이끌어주신 제미란 선생님은 페미니스트 저널[이프]의 아트 디렉터와 편집장 경력을 가지고 계시고 미술이 지닌 치유기능을 경험하시면서 아트 워크샵을 진행하고 계신다. 또 「나는 치명적이다」의 작가이며, 숨겨진 예술가들을 찾아 그 재능을 펼칠 수 있게 돕는 일도 하고 계신다.
소녀 같은 눈망울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하는듯한 보석 같은 눈빛을 갖고 계신 제미란 선생님은 오는 5월 1일부터 직접 빚으신 그릇을 삼청동 아원공방에서 10일간 전시를 하신다. 여성에게 특히 관심이 많으신 선생님의 의미있고, 가치있는 시도와 노력들이 계속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수업을 마친 우리들은 패션접근법에서~, 사고의 방향에서~ 분명 많은 진화가 이루어졌고 패션과 옷이 그저 동경의 대상과 경쟁의 도구로서가 아닌 놀이의 대상과 나를 표현하는 자유가 되었고 다른 이에겐 보시가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첫 수업 날 말씀해주신 “억울하게 살지 말자" 한마디가 지금 가장 깊은 곳에 박혀 메아리로 다시 들려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과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특별하고 귀한 ‘옷장 속에 갇힌 나를 찾아서’ 수업을 많은 분들께 꼭 권하고 싶습니다.
글_한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