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이 마중하는 세계에서 먹을거리의 두 번째 삶, 푸드 업사이클링 돌봄없는 돌봄, 마지막 강의 저녁은 온다 어제 자신의 신념대로 살기위해 세상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내려놓은 두 사람을 만났다. 푸드 업사이클링 리하베스트의 공동창업자 김도희와 춘천 호호방문진료센터의 왕진의사 양창모다. 모두 수원시 글로벌 평생학습관의 강좌를 통해서이다.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던 김도희는 세계의 한 쪽에서는 음식이 버려지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굶주림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이 상황을 개선하기위해 자신이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버려지는 식품 부산물을 가공해서 가치를 창조하는 푸드 업싸이클링 회사를 설립했고 장애인들을 고용해서 일할 기회를 주고 있다. 양창모는 환자들을 소외시키고 정작 의사조차 제대로된 진료로부터 멀어지게하는 의료환경에 안타까움을 느껴 의료생활협동조합에서 일했고 소양강댐 수몰지역의 어르신들을 방문진료하는 호호방문진료센터에서 왕진의사로 2년째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전문직으로 벌 수 있는 수입을 포기하고 그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으며 아무도 나서지 않지만 내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 종사한다. 수입이나 효율만을 따진다면 도저히 하지 못했을 선택이다. 김도희가 공동창업자로 설립한 푸드 업사이클링 회사인 리하베스트는 맥주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맥주박, 식혜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로 남는 식혜박을 업사이클링하여 일반 밀가루보다 단백질, 식이섬유 함량은 높고 탄수화물 함량은 낮은 리너지가루를 만들어 식품업체에 납품한다. 일부는 단백질바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자사쇼핑몰에서 온라인으로만 유통하고 있다. 강의 후에 수강생들에게 나누어준 단백질바는 마치 손으로 빚어만든 듯한 섬세함이 돋보였다. 유투브에서 찾아보니 고용한 장애인들이 틀에 반죽을 넣고 손으로 꾹꾹 눌러가며 하나하나 제품으로 만들고 있었다. 버려지는 음식물 부산물을 재활용하고 사회에서 일할 기회를 갖지못한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어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도록 돕는다. 유난히 규제가 까다로운 대한민국 식약청을 설득하기 위해 고생한 시간들, 국세청 소관인 맥주 부산물의 처리 허가를 위해 국세청 앞에서 1년간 1인 시위도 불사한 노력을 거쳐 오늘의 리하베스트가 탄생했다. 청년 스타트업의 대명사로 각종 경진대회에서 수상했고 그 댓가로 여러 정부 지원금의 수혜 대상으로 선정되기로 했다. 자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몇 년 이내에 지금보다 몇 배 더 커지고 다양해진 리하베스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물론 순수한 선의만으로 기업을 운영해서 이익을 창출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남들처럼 아무런 생각없이 일하고 돈벌고 밥먹고 휴식하며 그렇게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남들의 선망의 대상인 전문직에게는 더욱이 가깝고 큰 유혹일 것이고. 그러나 경영 컨설턴트로 큰기업을 더욱 커지게 하여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를 심화시키는 일에 동참하여 개인의 이익을 얻는 대신, 자신의 몫을 포기하면서 사회적 가치,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어렵게 해내는 길을 기꺼이 선택하고 들어선 리하베스트의 공동창업자들... 전문직도 아니고 창업할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자리에서 사회와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우선 시작하고 계속 고민하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 일단 단백질바를 사먹으면서 뇌활동을 해보자! 왕진의사 양창모는 몸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약속된 강좌를 위해 컴퓨터 앞에 섰다. 그가 여러 장의 PPT 슬라이드로 보여준 지방의 아픈 어르신들이 처한 의료환경은 처참했다. 만약 양창모와 같은 왕진의사가 없었다면 혈압약을 처방받기 위해 반나절이 넘는 길을 나서는 할머니나 무릎 관절이 거의 망가져 기어다니는 할머니가 어떻게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을 수 있을까? 진료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어르신들의 낙후된 삶의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진료하면서 안타까워하고 고민하고 의료생협 회원들과 협조하여 진료 외에도 환경 개선, 생활 도우미 등으로 나선 사람들의 사연도 이어졌다. 혼자 살고계신 친정 엄마를 꽤 오래 찾아가지 못했다는게 떠올랐다. 이런 강의를 듣고있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강의를 듣고 우리가 양창모 선생님을 도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지 묻는 한 수강생에게 그는 자신의 지역에서 주민이 주인이 되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런 지역들이 늘어나면 대한민국 지방 의료 환경도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하면서. 양창모라는 한 왕진의사가 아픈 몸을 무릅쓰고 컴퓨터 앞에 앉아 먼 지역의 청중을 만나는 이유다. 그는 7회 차인 시민기획단의 돌봄 강좌에 매회 청중으로 참여하며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힘겨운 왕진으로 지친 저녁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돌봄 요구의 목소리를 듣기위해 할애한 것이다. 놀라운 점은 강의 마지막 그의 당부였다. 돌봄을 받는 어르신이나 장애인 등 아픈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모두는 운이 좋으면 언젠가 늙고 병들고 죽을 것이다. 그 전에 장애로 태어나거나 사고로 또는 질병으로 죽지 않는다면 말이다. 돌봄을 받는 이들이 처한 상황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이것이 정상인들을 공포로 몰아넣기 위함이 아니라 돌봄 수혜자의 문제를 타자의 것으로 별개의 일로 여기지 말고 모든 사람이 겪을지 모르는 일로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두 강의를 들으며 하루 종일 학습관에 있는데 학습관 정원을 산책하는 시민들이 보였다. 엄마와 장난치는 어린이들, 등산갔다오신 중년의 아저씨, 목하 열애 중인 중학생 커플...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아가씨...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예쁜 정원에서 머물고 쉬고 기쁨을 얻는 것일까? 그 옆에서 청소 아주머니가 큰 푸대를 들고 쓰레기를 줍고 잡초를 정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가 누리는 이 아름다운 삶의 뒤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는 걸까? 그들의 노력이 합당한 대우를 받게 하려면 아무렇지 않게 하는 내 행동 하나하나를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오늘 나를 조금 더 착하게 살도록 만들어준 두 강의를 해준, 리하베스트의 김도희와 돌봄이 없는 돌봄, 저녁은 온다의 왕진의사 양창모에게 감사와 건승을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