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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침반 돌봄 강연] 보살핌 윤리의 쟁점들 - 몸/증상, 관계적 자아, 고통

작성자
안수희
작성일
2022.04.25
조회수
1415/2
2022년 4월 14일 오후 7시 30분 나침반 기획강좌 <돌봄이 없는 돌봄> 5번째 강좌 정희진 작가의“보살핌 윤리의 쟁점들-몸/증상, 관계적 자아, 고통”이 Zoom으로 열렸다. 돌봄이라는 말 자체가 ‘추상적’이라는 말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남성들은 관심이 없고 여성들은 너무나 구체적으로 아는 나머지 싫어하거나 심지어 공포에 질리게 한다는 돌봄이라는 말. 양쪽 모두가 공부하기 싫거나 논의하기 어려운 문제가 돌봄이라고 한다. 가장 극단적으로 성별 분업화 된 인간 활동이지만, 사실은 보살핌 노동인 돌봄은 인간의 조건인데 이 윤리에 대해서 배우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보살핌 윤리학에서 가장 핵심적 쟁점은 수혜자와 제공자와의 관계이고 여기에는 반려동물이나 자연도 포함된다고 말한다. 정희진 작가는 투명한 몸은 없다고 말하면서 우리 모두의 몸에는 자본주의, 지역주의가 체현되어 있고, 사회의 정신작용이 들어와 있다고 이야기한다. 여러 편의 영화를 예시로 강의를 이어나갔다. <나의 왼발>의 주인공은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기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더라도 관계의 지속을 위해서는 사랑을 표현하면 안 되지만 고백하고 만다. 정희진 작가는 보살핌 노동에서 보살핌 대상의 일반적 매력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이 큰 쟁점이라고 말한다. 보살핌 대상이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우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으면 힘들다는 것. 보살핌 노동의 특징이 상대방의 상태에 집중해야 하는 상대방 중심의 노동인 만큼 24시간 항상적으로 대상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고 의무감이 아니라면 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고 때로 보살핌은 보호와 통제의 연속성으로 폭력까지 간다고 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는 그에 따른 노동이 동반하고, 실은 인류가 여태까지 해왔던 생활의 일부가 이제 와서야 이론화되기 시작한 것이라 덧붙인다. <스틸 앨리스>의 주인공은 언어학자인데 정희진 작가가 꼽은 영화를 함축하는 한 장면은 앨리스가 자조모임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이다. “우리의 현재 상태(아픈 상태)는 우리의 증상일 뿐이지 우리의 본모습이 아닙니다.” 서사적으로는 아름다운 말이지만 과학적으로는 틀린 말이라고 한다. 증상이 곧 자기 자신이고 몸의 증상과 나는 분리되지 않는다고. <씨 인사이드>에서는 형수가 시동생을 돌보는데 무척 고통이 많았을 것이라고. 시동생은 그것을 의식하고 결국 안락사를 선택한다. <사랑이 머무는 풍경>은 시각장애인이 개안수술을 했다가 실패하고 다시 시각장애인이 되는데 ‘장애의 기준이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영화라고 소개한다. 장애와 비장애는 기준이 문제이며 무엇이 정상인가를 묻는 영화이니 꼭 보기를 권했다. 영화를 통해 바라본 보살핌윤리의 가장 핵심은 젠더 이슈가 아니라는 것. ‘보살핌 윤리는 인간의 조건으로서 공적 영역의 규범으로 정책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고. 모든 인간은 상호의존적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고, 하나도 안 아프고 투명하고 초월적인 인간은 없음이 분명한데, 인스타그램 속 삶의 모습은 건강을 강조하거나 대부분 판타지일 뿐이라고 말한다. 인간 대부분은 몸이 아프고 아픈 것 역시 인간의 조건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이 조건을 사회정의·사회적 규범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살핌이라는 규범도 공적영역의 중요한 가치로서 포함되어야 한다고. 돌봄 노동을 재평가하고 돌봄 노동을 인간의 조건으로 받아들이자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간은 취약하고 몸이 아프고, 누구나 비슷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필수적으로 남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기에 말이다. 정희진 작가는 자립의 반대는 독점이고 약자가 의존한다고 생각하는데 강자일수록 더 의존적이라 말한다. 남성들이 하는 일은 공적 영역에서의 노동이고 여성들이 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마음이라는 것은 성역활 이데올로기일 뿐이라고 말한다. 보살핌노동을 하면 할수록 여성의 지위는 낮아지는데 사적영역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무한정 제공하는 그 노동을 비하하는 것이라고. 인간은 둘 이상이 모이면 노동이 발생하고 노동을 하는 것은 기본적 태도이고 윤리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생로병사에서 자유롭지 않은 한 ‘생’ 다음에 ‘사’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로병사’라는 과정이 인생에서 길면 문제가 생긴다고 말하며 요즘 책읽기는 건강 약자나 몸에 관한 책을 많이 본다고 전했다. 정희진 작가가 이번 강의를 통해 꼭 기억했으면 하는 것으로 꼽은 두 가지! 1.보살핌은 남성의 속성도 여성의 속성도 아니다. 인간의 조건일 뿐이다. 2.보살핌은 무조건 좋은 것도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중립적인 가치다. 보살핌은 인간이 살아갈 때 필요한 인간의 조건이다. 문제는 이 중요한 조건이 논의되지 않아왔다. 그런데 기후위기가 닥쳤다. 근본적으로 보살핌의 윤리와 가장 반대되는 것은 발전주의이다. 보살핌은 대상을 고려하지만 발전주의는 대상을 파괴한다. 다음 강연은 2022년 4월 21일 목요일 이주혜 소설가의 소설<자두>와 에이드리언 리치의 산문<분노와 애정>에 묘사된 돌봄을 향한 양가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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