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20일 저녁 9시, ‘식탁에 ON 힐링, 영화 이야기’ 3회차를 마무리했다. 음식(요리)을 소재로 한 영화 이야기를 기획한 것은, “코비드 상황으로 우리의 일상이 달라졌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데 우리가 얼마나 이 시간을 더 견디며 잘 버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삶이란 늘 예측 불가능한 것! 머잖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된다고 하는데 ... 아이러니하게도 2회차를 마친 시점에서 덜컥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대면(Z00M프로그램)으로 진행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급성 인후염 증상이 심해져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다행히 마지막 3회차를 무사히 마무리했다. 1회차부터 3회차까지 빠짐없이 참여한 분, 2회차부터 참여한 분과 3회차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여한 분, 사정상 오디오와 화면을 모두 끈 상태로 참여한 분 ...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달랐지만 최선을 다한 모습이 아름다웠다. 1회차에 ‘그녀의 식탁(대만 드라마, 6회)’과 ‘음식남녀(대만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되어 있었지만, ’그녀의 식탁‘을 모두 챙겨 본 참여자가 한 분뿐이라서 순서를 바꾸어 3회차의 ’리틀 포레스트‘로 먼저 시작하기로 했다. 새벽 3시까지 ’그녀의 식탁‘ 6회차까지 챙겨봤다는 참여자 A에게 양해를 구하긴 했지만 미안해서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 애초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기획 단계에서 미리 대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1회차부터 3회차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한 A는 ’카모메 식당‘ 이야기에서 음식을 현지화한 내용이 인상 깊다고 했다. ’시나몬롤‘을 매개로 해서 핀란드 현지인들의 관심을 끌었듯이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관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니즈를 파악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1회차에서 참여자 B는 퇴근길에 식당에 들러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된 상황이라서 이야기를 나누며 참여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식사하는 내내 화면을 켠 상태를 유지해서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쓰였다. “음식을 매개로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모습과 정성을 다하고 그 정성에 화답하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라고 채팅창에 남긴 글(마음)을 읽으면서 순간 뭉클했다. 애초에 오전 시간대(오전 10시~12시)를 마다하고 오후 시간대(오후7시~9시)를 선택한 것은 낮 시간대에 참여하기 어려운 분들을 고려한 것인데, 성별과 나이, 직업 등을 넘어서 다양한 환경에 있는 참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낮 시간대보다 참여자가 적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저녁 시간대에 프로그램을 개설한 내 마음이, 고단한 일과를 끝내고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참여한 A의 그 마음에 닿은 것 같아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순간이었다. 예전에(코비드 상황 이전) 딸아이를 따라서 관람한 ‘랑데북(경기아트센터의 토크 콘서트)’,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다른 게스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마치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는듯한 그 분위기와 그 느낌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이번 프로그램을 기획한 계기가 되었는데, 비록 비대면(온라인)이지만 영화 이야기를 따라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공감하고 성찰하는 지점이 있어서 뜻깊었다. ‘그녀의 식탁’의 여주인공 푸페이메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시작한 요리 공부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세우고 성장하는 전환점이 되는 그녀의 스토리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 같아서 공감하게 된다고 말한 참여자 C, 자신도 역시 요리 초보자였지만 대가족을 위해서 꾸준히 요리를 배우고 식탁을 차리는 정성을 기울이는 동안에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고 자기 계발을 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1회차부터 3회차까지 영화와 삶에 대해서 진솔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진정성 있는 모습에 친밀감을 느꼈고, 다른 주제로도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분이었다. 유일한 남성 참여자(D)는 영화 ‘음식 남녀’의 아버지의 태도를 보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 깊은데도 불구하고 그 표현 방법이 서툴렀던 우리네 아버지와 묘하게 닮아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이렇게 입장에 따라서 보는 관점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는 현실적인 삶의 터전 안에서 저마다 결핍과 상처를 지닌 사림들이 공간을 이동하면서(일본->핀란드) 해답을 찾고자 했지만, 결국 그 해답은 각자 다양한 사연과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만나서 새로운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 위로와 치유의 과정을 경험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얼핏 보면 ‘장소성’이 강조된 것 같지만,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부대끼며 만들어가는 ‘관계 맺음’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여자들이 서로의 생각이 일치하는 지점을 확인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온라인(ZOOM 프로그램)에서 유튜브 영상을 매개로 하는 영화 이야기! 마치 씨실과 날실을 엮어가듯이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코비드 상황의 힘든 시간을 견디며 나아가는 방법을 찾고 싶었는데, 참여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동안에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사유를 확장할 수 있어서 배움과 힐링을 동시에 누릴 수 있었다. 비록 약간의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경험이었기에 또 다른 주제로 영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도중에 뜻하지 않게 코로나 확진이 되어서 조심스럽고 어려운 점이 있긴 했지만, 가족과 떨어져서 홀로 자가 격리해야 하는 힘든 시간을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비대면으로 온라인상에서 만난 참여자 여러분과 함께 영화 이야기 안에서 사람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다정한 시간 안에 있었던 덕분이다. *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에도, 수원시 평생학습관이 온라인 프로그램이 지닌 이런 장점을 잘 살려서 다양한 방식으로 유투공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라며, 유투공 담당자 여러분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