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통종합사회복지관에 이상한 학교가 열리다!>
‘누구나학교’ 오픈 파티
4월 18일. 오전에는 날씨가 그무레하더니 파티가 시작될 오후가 되니 구름이 걷힌다. 오늘은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야심차게 진행되고 있는 ‘누구나학교’가 학습관을 나와 새로운 장소에서 또 다른 둥지를 트는 날이다. ‘누구나학교 오픈 파티’. 영통에 위치하고 있는 영통 종합사회복지관이 그 첫 번째 파티 장소가 되었다. 오후 1시 30분~3시. 누구나 와서 즐기다보면 행복까지 느껴지는 특별한 파티가 진행된다.
‘누구나학교’는 이름에서 주는 느낌처럼 ‘누구나’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학교’이기에 학생과 선생님이 있다. 하지만 특이한 점은 누구나 선생님이 될 수 있고, 학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자리에서 선생님이었다가 학생이 되고, 학생이었다가 선생님이 될 수 있는 역할의 경계를 넘나드는 열린 배움의 장이다. 우리는 자신의 나이만큼 우리는 경험하고, 배웠다. 서로의 다른 경험을 공유한다면, 그리고 여럿이 그 경험과 배움을 나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곳이 바로 배움의 장인 학교이고, 살아있는 삶의 도서관이 될 것이다.
지역사회 첫 누구나 학교 오픈파티를 열어준 사람은 오늘의 ‘누구나 쌤’(누구나학교의 지식 나눔을 진행하는 선생님을 친숙한 용어로 부는 말)은 김소라씨이다. 그녀는 주부로서 자신이 가진 지식과 정보를 나누기를 좋아하는 그 누구보다 적극적인 누구나 쌤이다. 글쓰기, 새해설계, 영화 함께 보고 나누기, 화성 성곽 답사 등 다양한 것들을 누구나 학교에서 진행한 바 있다.
영통복지관 누구나학교 오픈 파티에는 30여명의 복지관 이용자들이 참여하였다. 영통종합사회복지관장 수안스님의 축하인사와 함께 누구나학교 오픈파티가 시작을 알렸다. 수안스님은 영통복지관의 이용자들의 다양한 재능이 누구나 학교에서 발휘되기를 기대하고, 그 거점으로서 영통복지관이 역할을 해 나갈 것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1시 30분이라는 시간 때문이었을까? 이번 누구나학교에는 복지관을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이 참여하셨다. 개인적으로 삶의 노하우를 많이 가지고 계실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첫 활동으로 서로의 어색함을 풀기위한 간단한 게임을 했다. ‘변신게임’. 서로를 관찰하고 3군데를 변신한다. 그리고 다시 얼굴을 마주하여 서로의 달라진 부분을 찾는 활동이었다. 소년 소녀처럼 즐겁게 웃으시며 참여하다 보니 분위기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변신게임을 통해 변화, 변신은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3가지 키워드로 자기를 소개해 본다. 그 사람의 관심사와 어떤 사람인지 서로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누구나학교에 대한 소개가 시작되고 LETS(Local Energy Training System) 기법을 활용하여 본격적인 누구나 학교 본 파티가 진행된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 10가지를 포스트 잇에 쓰기 시작했다. 일본어, 영어, 댄스, 옷 잘입기, 집정리 노하우, 머리 손질, 음식 만들기, 다이어트 등등 다양한 배우고 싶은 거리들이 모였다. 결과를 보니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알고 싶고, 여성이라면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은 똑같구나 하는 생각에 재미있었다.
소라쌤은 참가자들의 배우고 싶다고 붙여놓은 포스트 잇의 내용을 전해주었다. 다음으로 배우고 싶은 리스트에 있는 것, 혹은 여기에는 없지만 지식나눔을 해 줄 수 있는 것 삶의 노하우 10가지를 적기로 했다. 갑자기 한 참가자가 한 숨을 푹~쉰다.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가르쳐 줄게 없구나’하고 생각하니 너무 한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분은 멋쟁이 모자에, 어떻게 코디를 하셨는지 세련되게 옷을 입고 계신 분이었다. 그래서 ‘옷을 정말 세련되게 잘 입으시는 것 같아요. 모자와의 코디도 그렇구요’. 같은 테이블의 다른 참가자도 ‘맞아! 자네는 옷을 참 잘 입는다고 생각했어! 그런 거 좀 알려줘봐~!’라고 한다. 그 말에 용기가 생겼는지 ‘그래도 한 때는 패셔니스타였지!’하면서 활~짝 웃으신다. 그리고 포스트 잇 종이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모자 고르는 방법’이라고 적으신다. 다른 분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배우고 싶은 것 10가지는 다 적어내셨는데,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1가지 적기도 부담스러워하신다. 선생님 그림자는 밟는 것이 아니라고 교육받으신 이유 때문일까,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어려운 마음을 가지시는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이런 지식이 도움이될까 자격지심이 생기시나보다.
드디어 미니 강의가 열린다. 5개 클래스로 2타임의 강의로 총 10개의 강의가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누군가는 선생님이 되고, 또 학생이 되어 듣고 싶은 강좌를 신청한다. 강좌가 개설되면 듣고 싶은 곳에 자신의 이름을 적으로 강좌신청이 된다. 그리고 정해진 장소에 가서 10~15분간 미니 강의를 듣는 것이다.
10여분의 짧은 나눔이었지만, 실생활에 필요한 핵심적인 삶의 노하우가 살아서 전달되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함께 나누고 배우면서 함께 즐겁고 행복했다. 이런 것이 과연 도움이 될까 했던 나의 작은 지식들이 그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두 번의 선생님의 역할을 해 주신 이헌무님의 ‘인생 이모작’ 강의를 들었다. 은퇴를 하시고 ‘인생 이모작’강의를 들으시고 본인의 삶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시는 그의 열정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자신이 아는 분이 65세에 정년퇴임을 해서 그냥 즐기면서 살아야지 하다보니 이래저래 90세가 되셨다고 한다. 정년퇴임하면 더 이상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35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의미없이 보낸 것 같아서 지금에서라도 영어공부를 시작하셨다는 거다. 그 말씀을 듣고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상황에서 정년퇴임 이후에도 40여년의 삶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인생 후반기에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무감을 느끼셨다는 것이다. 이런 누구나학교처럼 서로 나누고 배우고 하는 자리가 참 좋은 것 같다는 개인적인 의견도 주셨다. 영통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누구나학교를 통해 다시금 누구나를 위한 학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2012년 5월 8일 첫 누구나 학교가 열리고 1여년이 지나 그 학교가 이제 지역사회로 나가고 있다. 나 역시 누구나학교에서 소박한 나눔을 진행해 본 바가 있어서 누구나학교의 발전이 기쁘다. 영통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시작된 이 힘찬 출발을 계기로 지역 사회의 행복한 씨앗이 되어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맺기를 기대해본다.
글_최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