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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 노트] 반딧불이 상담실의 봄날을 기다려요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 반딧불이 상담실 조진희 파트장님)

작성자
김정희
작성일
2022.03.01
조회수
1660/2



학습관 [다정노트] 연재를 시작합니다. 코로나19로 학습관이 문을 닫은 동안에도 시민들의 배움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혹은 학습관 밖에서 소규모로 계속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매우 답답하고 서로의 안부가 궁금한 날들이었어요. 그 마음을 담아 학습관 사람들의 소식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다정노트]란 이름으로 전합니다. 팬데믹 기간 우리들의 배움과 일상의 분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정노트]를 연재하는 시민기획단 나침반은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며 저자를 만나고 강연을 기획합니다. 만남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또 다른 시민과 나눕니다. ======================================== "반딧불이 상담실의 봄날을 기다려요"_수원시글로벌학습관 반딧불이 상담실 조진희 파트장님 개똥벌레라는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걸”.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고사성어를 배운 기억도 있다. 반딧불이는 어릴 적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추억의 곤충이다. 하지만 이제는 희귀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도대체 반딧불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진짜 반딧불이는 아니지만 같은 이름을 가진 상담실이 있다. 바로 수원시 글로벌평생학습관(이하 학습관) 반딧불이 상담실이다. 자원 활동가 선생님들이 학습 상담사 양성과정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조진희 파트장님은 학습관 반딧불이 상담실에서 일한 지 10년 되었다. 그녀는 학습관의 시간을 착실하게 축적한 사람이다. 연말에 (2011년 개관한) 학습관에서 개관 10주년 강연이 열렸다. 100명이 넘는 수강자가 몰린 강연이 많았다. 신청한 강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진희 선생님과 자원 활동가분들의 보이지 않는 수고가 있었다. 2020년 코로나가 퍼지면서 학습관이 일시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만 2년 동안 반딧불이 상담실 분투기가 궁금했다. 인터뷰 당일 그녀는 방역담당 시간이라 학습관 중앙 출입문 입구 프론트 데스크에서 진행하게 돼서 미안하다고 했다. 학습관에서 그녀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갔는지 들여다봤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반딧불이 상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진희라고 합니다. 지금 반딧불이 상담실에서 총괄을 맡고 있어요. 2022년에는 업무가 개편되어서 평생 교육사 실습 지도를 맡을 예정입니다. 한 가지 일이 더 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요. 이야기 나누다가 생각나면 알려드릴게요. 출입하시는 분들 QR 체크, 열 체크 방역 일, 상담 전화도 받고 바쁘시네요. 12월까지는 시니어 일자리 센터에서 오시는 분들이 활동을 해주셨어요. 1월과 2월부터는 그분들이 못 오셔서 저희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하고 있어요. 2020년 9월 1일부터 민간위탁 운영 주체가 희망제작소에서 아주대학교로 바뀌었는데요. 저희가 평생교육에 대해서만 상담을 했었고, 자원 활동가들도 평생교육에 대해서만 했었어요. 바로 옆 기관인 외국어 마을에 대해서는 전혀 강좌가 뭘 하는지 알 필요도 없었어요. 학습관과 외국어 마을이 통합되면서 상담실에서 기존에 했던 상담업무 플러스 외국어 마을 상담이랑 접수까지 같이하고 있어요. 코로나 전에 상담일은 어떻게 이루어졌고 지금은 어떤가요? 상담실 오시는 분들이 20~30명 정도 됐어요. 전화상담과 방문상담 합해서요. 자원 활동가들은 평상시에 오전에 한 분, 오후에 한 분이 오세요. 코로나 전에는 오전에 두 분, 오후에 두 분 해서 하루 네 분이 오시기도 했어요. 지금은 오시는 분이 적고, 수강생들이 홈페이지로 접수해서 (홈페이지 접수) 업무를 하고 있어요. 또, 다른 홈페이지에 있는 데이터를 내부에 있는 프로그램에 옮기는 작업도 하고 있어요. 상담실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네요. 이제는 수강료를 바우처(지원금) 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강좌 담당도 맡고 <누구나 학교>를 맡은 적도 있어요. 상담실에서 상담업무만 한 적은 없었어요. 보기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을 많이 하죠. 전에는 일이 많아서 야근을 많이 했어요. 요즘은 업무를 처리하고 전화 응대하고 끝나면 또 업무를 보고 있어요. 최근에 바로바로 처리할 업무가 많아졌지만, 9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 칼퇴근해서 좋아요. 상담 전화를 받으려면 강좌 관련 사항도 잘 알고 있어야 할 텐데요. 가장 기본적인 게 강의 상담이에요. 자원 활동가 선생님들도 강좌가 어떤지를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내용이 변경되는 경우도 많아요. 예를 들면 강좌의 재료비 변경이랄지, 아니면 요일 변경이 되기도 해요. 매주 오실 때마다 새롭다는 얘기를 많이 하세요. 바뀌는 게 많아서요. 지금은 담당자분들이 저희한테 얘기해주면 기억하기도 하고 홈페이지에 기록된 걸 보고 확인을 해요. 담당자가 학습자에게 전화도 돌리고 문자까지 했는데 꼭 전화가 와요. 아침마다 한두 번씩은 강좌에 대한 문의요. 그럴 때마다 저희가 줌 주소를 바로바로 보내드려요.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 학습관 분위기나 눈에 띄게 달라진 점 있나요? 먼저 상담실에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방문자들이 계속 오셔서 전에는 회의 참석이 힘들었어요. 코로나 이후 점점 오시는 분이 없어지니깐 회의 참석하면서도 2개월이면 끝나겠지, 3개월이면 끝나겠지. 그러다가 지금은 사람이 너무 그립더라고요. 학습자분들이 가끔 오시면 기침도 하고 마스크도 잘 안 쓰고 하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걱정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안 오시니까 사람을 못 만나는 우울함이 생기더라고요. 2년 정도 되니깐 정말 사람들이 우울한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예전에 상담실 맞은편에 담쟁이 카페가 예쁘게 있었어요. 사람들이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게 부러우면서도 예쁜 걸 본다는 관음증 같은 게 있었어요. 지금은 딱 고개를 들어보면 통창 너머가 깜깜해요. 사람이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거랑 아무것도 없이 깜깜한 거랑은 다르더라고요. 담쟁이 카페에서 밝은 불빛 아래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거 보면 좋았거든요. 화장실 왔다 갔다 할 때 커피 향기도 나고 음악 소리도 들리고요. 지금은 너무 삭막해요. 정말 사람이 그립다는 게 제일 달라진 점이고 그나마 저희 자원 활동가 선생님들이 오시는 게 진짜 좋아요. 매일매일 처리해야 할 업무나 점검할 게 늘었는데 잘 도와주세요. 그동안 일하시면서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나 학습관 이용자가 있었다면요. 누구나 학교 담당자였을 때에요 그분이 연세가 엄청 많으셨는데 성문 영어를 가르치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괜찮으시겠어요. 몇 번이나 물어봤어요. 영어 선생님으로 교직에 계셨다가 정년 퇴임하시고 근처 사회복지관에서 영어를 가르치셨대요. 그러다가 <누구나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고 오신 거예요. 한 2년 하셨는데 어느 날 못 할 거 같다고 했어요. 동탄으로 이사를 하신다고요. 몇 개월 있다가 다시 오신 거예요. 동탄에서 왕복 4시간을요. 걸음걸이가 대개 위태로워 보였어요. 위급상황 있으면 따님과 사모님에게 연락하기로 했죠. 결국, 몇 달 더 하시다가 더 안 될 거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어요. 또 기억에 남으신 분이 있을까요. (웃음) 한번은 상담실에 돌아와 보니 분위기가 안 좋은 거예요. 얼굴이 무섭게 생기신 분이셨는데 막 책상을 치시면서 화를 내시는 거예요. 그러면 안 되시는 거예요. 말을 하면서도 너무 무서운 거예요, 마침 제가 명찰을 달고 있었는데 ‘조진희’라는 이름이 옛날 비서 이름하고 똑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조진희’라는 비서가 겁이 엄청 많았다고 하시면서요. 그 이후로 정말 매일 상담실 찾아오셨어요. 친해졌죠. 30분 앉아 계셨다가 가셨어요. 지팡이 짚고 다니셨는데, 언제부터 인가 걱정이 되더라고요. 왜 안 오시는지. 괜찮은지요. 요즘 문득문득 학습관에서의 추억이 생각나실 것 같아요. 네트워크 파티도 몇 번 참가한 적이 있었고 행사도 있었어요. 연말 되면 모임별로 학습자들이 모였던 거요. 담쟁이 카페에서요. 지금은 <네트워크 파티>, <북소리>도 없어지고요. 아 참! <오픈 데이 활짝>도 기억나네요. 나침반 선생님들 전시했었죠? 돌아보면 그런 것들이 문득문득 생각나면서 ‘나도 나이 들었네’라는 생각도 들고요. 암튼 좋았던 것 같아요. 여기에서 일했던 게 좋았던 추억으로 나중에 직장을 관두고 집에 있어도 생각날 거 같아요. 좋았던 사람들이랑 일했던 거요. 제가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직장에서 막말하시는 분들이 꼭 있더라고요. 근데 우리 학습관에는 없어요. 그게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그리고 관장님도 성품이 너무 원활하고 좋으세요. 앞으로 학습관에서 계속 일하시는 데 있어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이름이 수원시 글로벌평생학습관이잖아요. 정말 수원에서 대표 평생학습관이에요. 경기도에서도 그렇고요. 우리 학습관이 하는 것들에 대해 전화가 많이 왔었어요. 기사에도 실리고요. 그리고 코로나 상황이었을 때도 다른 기관에서 학습관 대처 방식을 배우려는 문의 전화가 왔었고요. 자부심을 많이 느껴요. 학습관이 수원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주도할 수 있고 평생 교육기관으로서 앞서가는 기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수원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좀 특색있는 것들을 많이 하면 좋겠어요. 10년이란 세월 동안 일하면서 조진희 파트장님은 활동가로 변모한 시민들이 대단한 분들이라 걸 알게 되었다. 활동가를 학습관 강좌, 누구나 학교, 동아리 모임을 통해 핀 “꽃”이라 표현했다. 그녀 삶의 관점이 많이 변하게 된 건 반딧불이 상담실과 학습관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이었다. 2시간 동안의 인터뷰를 마무리할 무렵엔 한기가 조금은 사라진 듯했다. 따뜻한 봄이 오면 한기가 사라지겠지만, 그립고 반가운 시민들이 방문하는 그날이 진정한 학습관 ‘봄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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