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관 [다정노트] 연재를 시작합니다. 코로나19로 학습관이 문을 닫은 동안에도 시민들의 배움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혹은 학습관 밖에서 소규모로 계속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매우 답답하고 서로의 안부가 궁금한 날들이었어요. 그 마음을 담아 학습관 사람들의 소식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다정노트]란 이름으로 전합니다. 팬데믹 기간 우리들의 배움과 일상의 분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난 [다정노트]에서는 학습관 읽기 모임 ‘글 항아리’와 퀼트 모임 ‘단지’ 활동기를 담았습니다.학습자들의 안부를 물은데 이어, 오늘은 학습관 조영호 관장님을 만나봅니다. 인터뷰는 지난 1월12일 수요일 관장실에서 진행했습니다. #[다정노트]를 연재하는 시민기획단 나침반은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며 저자를 만나고 강연을 기획합니다. 만남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또 다른 시민과 나눕니다. ======================================= ‘혼자 배우면 현명해지고, 함께 배우면 행복해집니다.’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 조영호 관장 그의 자동차 오디오에서는 어김없이 국악방송이 흘러나온다. 구슬픈 대금 산조 한 가락이나 웅장한 궁중 음악 ‘여민락’이 울려 퍼질 때도 있다. 라디오 진행자가 ‘여민락’에 대해 설명을 하면 기억해 뒀다가 따로 그 내용을 찾아본다. ‘여민락’ 작곡자인 세종대왕에 관해 공부하는 계기로 삼는다. 어느 국악 새내기 연주자의 일상인가 할지 모를 이 일화는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 (이하 학습관) 조영호 관장의 얘기다. 대금 소리에 반해, 대금에 대해 알아보고 연주법을 배우다 보니, 틈나는 대로 국악을 듣는다. 배우고 싶은 뭔가가 생겼을 때 몰입하는 건 평생을 교육현장에서 보낸 그의 경험 때문이다. 조영호 관장은 아주대학교 1기 졸업생이며 아주대학교 교수로 34년을 보냈다. 대학 입학과 함께 시작된 수원과의 인연이 2020년 들어 더욱 깊어졌다. 아주대학교가 학습관의 새 운영 주체가 되었고 학습관 관장으로 부임한 것이다. 배움에는 나름으로 통달에 이르지 않았을까 싶은 그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방법은 여느 학습자와 다르지 않다.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배움을 이어가는 것이다. 학교 밖의 학교, 평생학습기관에서 시민들을 만날 생각에 들떴던 조영호 관장이지만, 부임과 동시에 찾아온 팬데믹이란 장벽은 넘기가 쉽지 않았다. “돌아보면 자동차가 낯익은 길을 한참 달리다가 갑자기 길이 험악해져서 계속 달리지 못하고 두리번거리는 그런 느낌이 들어요. 지난해 2021년은 학습관 개관 10주년이었잖아요. 수탁 기관이 아주대로 바뀐 첫해기도 해서 어쩜 축제 분위기였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아쉽죠……. 초조하고 답답했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실험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학습관이 수원시외국어마을과 평생학습관을 통합 운영하게 되면서, 이름도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으로 바뀌었다. 팬데믹 이전만 해도 학습관 주차장은 대형 버스가 분주하게 드나들었다. 체험 학습을 온 학생들로 붐비던 때와 달리 외국어마을은 2년 가까이 비대면 온라인으로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 평생학습관 사정도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강연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상황, 이 기간은 조영호 관장이 ‘어쩌다 유튜버’가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원래 학습관에는 웹진‘와~’라는 수준 높은 평생학습 매거진이 있었어요. 내용은 좋지만, 요즘과 같이 SNS 시대에는 짧은 내용을 가지고 좀 자주 학습자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더구나 대면학습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만의 매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2020년 11월부터 월간 러닝 레터 ‘배우러 와’를 이메일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동영상으로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제가 직접 촬영과 편집을 해서 학습관 유튜브와 뉴스레터에 탑재하고 있어요. 매주 하나씩 주제를 다루는데 주로 배움을 통해 삶을 변화시킨 이야기, 인생을 윤택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입니다. 분야는 다양합니다. 은퇴하신 분 이야기도 있고, 건축가 이야기도 있고, 스포츠 선수 이야기도 있고, 기업체 이야기도 있고, 공유냉장고도 있고 앞으로도 다양한 주제를 발굴하려 합니다.” 조영호 관장이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구독자 수는 92명, 지금은 520명이다. 800회가 넘는 조회수를 보이는 콘텐츠도 있다. 당장 큰 성과를 내기보다 유튜브 채널을 학습자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꾸준히 활용하다 보면, 괜찮은 결과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다 온라인 매체에 뛰어든 사람은 조영호 관장뿐만 아니다. 온라인 zoom으로 대부분의 학습관 강연을 들어야 하는 학습자들도 낯선 컴퓨터 프로그램과 친해지려고 애썼다. 학습관을 이용하는 시민 가운데 시니어 학습자들의 비중이 높다 보니 관장으로서 이 부분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반딧불이 상담실 상담 직원이 초반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학습자들에게 zoom 사용법을 일대일로 코칭을 하기도 했고요. 지금까지는 과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비대면 학습을 한 것이지요. 우리 학습관의 성인 학습자들의 50% 이상이 50대 이후 학습자들이신데 이분들도 이제는 zoom 수업에 상당히 적응했어요. 트렌드 연구가들이 하는 말처럼, 코로나19가 세상에 없는 변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어차피 올 변화의 속도를 높인 것 같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우리 학습자들도 10년 후쯤 zoom 수업을 했을 텐데, 코로나 기간에 지금, 10년 앞당겨서 경험하게 되었다 볼 수 있겠죠.” 아무리 적응이 되었다 해도 누군가의 배움은 팬데믹 가운데 멈췄을 것이고, 영영 배움의 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에 대한 지지와 응원 또한 학습관의 일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서로를 돌보고 배우는 자조모임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조영호 관장도 포용적인 행복도시를 만들고 배움의 격차를 줄여 함께 살도록 한다는 평생교육 사업의 목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습관에 시민들의 등록 모임이 70개 정도 있었습니다. 활동이 많이 위축돼 지금은 모임이 10개 이내로 줄어든 상태로 압니다. 올해는 좀 더 많은 시민이 학습관에서 모여 서로 안부를 묻고 명맥을 유지하고 배움의 꽃이 피어날 수 있도록 신경을 쓰겠습니다.” 커피 향기가 가득했던 ‘스페이스X’,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고고장’, 아이들이 뛰어놀던 ‘모두의숲’이 떠오른다. 향긋하고, 따뜻하고, 명랑했던 그때로 우리는 온전히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뉴노멀을 살아야 할 시간이다. 학습관은 새해에 어떤 계획이 있을까? “올해 슬로건은 ‘일상의 재구성, 학습의 재설계’입니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일상의 삶에서 어떤 변화를 경험하고, 어떤 변화 때문에 불편을 느끼고 있는지 교육과 학습 활동을 통해 풀어내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것입니다. 인문학, 생활문화, 함께사는학교, 소통학교, 치유학교, 언제든 학교(학습공동체) 그리고 글로벌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합니다. ‘학습관 다정노트’도 기대합니다. 함께 배우고 함께 사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학습관 홈페이지에도 자주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이 홈페이지에 오셔서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혼자 배우면 현명해지고, 함께 배우면 행복해집니다.’ 조영호 관장은 이 말을 빼놓지 않았다. 봄을 기다리는 학습관에 현수막으로도 이 말은 새겨져 있다. 눈꽃이 꽃비 되는 날, 조영호 관장의 뉴스레터를 받은 수취인들이 다정한 답장을 보내오길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