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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평생학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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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환경을 위한 사계절 서양식

작성자
유승연
작성일
2022.02.13
조회수
1858/2



압력솥의 뚜껑을 여니 조리된 통밀향이 마스크를 뚫고 들어온다. 식물이 가진 독성을 제거하여 소화흡수를 쉽게 하기 위해 소금이나 식초를 섞어준다고 마하키친의 신성하 셰프는 설명했다. 주부생활 30년에 처음으로 곡물 전처리를 고민하게 되었다. 익힌 통밀은 제철 채소에 맛있는 드레싱을 더해 획기적인 곡물 샐러드로 탄생할 예정이다. 고민을 안겨준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one health’라는 개념, 인간이 동물이나 환경에 끼친 영향이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오므로 요즘같은 (수인성 질병인) 코로나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잘못된 식생활 습관을 바로잡아야 지속가능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공장식 축산, 가축 사료를 재배하기 위해 파괴되는 삼림, 결핵은 원래 소에게서만 볼 수 있었던 질병이라고 한다. 나를 둘러싼 환경을 파괴할 수도 있는 인간의 식생활이 결국은 부메랑처럼 인류에게 돌아온다. 혼자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수원시 글로벌 학습관에서는 사계절 요리 강의가 열린다.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세계요리다. 문화기획을 하다가 스페인 현지에서 요리를 배우고 스페인 레스토랑도 운영한 적이 있는 셰프는 자연과 환경, 기후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몸에도 좋고 맛도 있는 요리를 선보인다. 한국 식재료에 스페인식 조리법을 더해 새로운 맛을 선보인다. 김밥에나 넣어먹던 당근이 이렇게 맛있는 스프가 될 줄이야...어떻게 먹을지 막막하던 콩으로 만든 딥소스는 신세계였다. 오이를 찍어먹고 샐러리를 찍어먹고 샌드위치에도 발라먹으니 완전한 콩의 재발견이다. 마하키친의 요리들은 대부분의 채소와 약간의 유제품, 해산물 정도를 포함한다. 특히 신 셰프가 신경쓰는 것은 제철 먹거리,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지역 농산물이다. “겨울 레몬이에요! 이제 국산 레몬을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이 때 맛있게 드실 수 있는 곡물 샐러드에요. 재료는 그때그때 있는 채소를 다양하게 활용해서 하세요. 샐러드 드레싱에 고추장을 섞은건 저희 어머니 아이디어인데 너무 맛있어서 계속 활용하고 있어요.” 환경에 좋은 영향을 주고, 지역 농산물을 최대로 쓰고 제철의 식재료의 풍부한 맛을 요리에 전부 녹여내려는 셰프의 노력이 레시피 하나하나에 녹아있다. 요리 시연, 요리 실습을 번갈아 가면서 하다보니 정신이 없다. 당근이 샐러드에 들어가던가? 팬에 기름없이 볶은 큐민씨, 참깨는 스프용인가? 아님 샐러드였나? 수강생들 사이로 왔다갔다 하면서 스프용 당근을 얼마나 볶아야 하는지, 샐러드 드레싱을 헷갈려하는 수강생들에게 팁을 주고 수분이 부족하면 채수를 부어주고는 했다. 삶은 콩으로 만드는 중동식 딥소스인 후무스에 넣을 콩은 (태울까봐) 강의 내내 수강생들의 주의력을 붙들어 놓았다. 집에 와서 먹어본 후무스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었다. 요리 틈틈이 핸드폰으로 수강생들의 요리 사진을 찍는 학습관 담당자는 이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뒤에서 조용히 지원하는 숨은 조력자다. 심지어 몸에 좋은 당근껍질을 제공하기 위해 학습관의 근로 학생이 밤새(?)당근을 박박 씻었다는 셰프님의 전언이 있었다. 학생, 고마워요~~느린 삶을 지향하는 학습관의 생활강좌는 내 인생관에도 영향을 끼쳤다. 남편이 은퇴하고 제 2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우리 부부에게 돈을 더 벌고 끌어모으는 삶보다는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앞으로는 정말로 원하는 삶을 살면서 불필요한 것들을 내려놓고 사는 삶을 고민하게 해주었다. 세상이 지향하는 방향으로 휩쓸려가지 않으려고 매일매일 애를 쓴다. 불안할 때도 있고 걱정을 하기도 한다. 자식들을 생각하면 올바른 선택인지 두려워지기도 한다. 그럴 때 신셰프 같은 분들을 보면서 제대로 사는 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봄이 오면 제철 봄나물로 신성하 셰프가 선보일 새로운 요리가 기다려진다. 매일 먹는 나물무침이 아니라 한번도 맛본 적없는 봄나물 요리를 나보다 더 기다리는 건 가족들이다. 학습관의 사계절은 반가운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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