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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노트]이야기, 역사의 기억을 찾다.(2021 겨울 나침반 강연 / 1. 아기포로, 김지연 작가)

작성자
권미숙
작성일
2022.02.03
조회수
1884/2



학습관 [다정노트] 연재를 시작합니다. 코로나19로 학습관이 문을 닫은 동안에도 시민들의 배움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혹은 학습관 밖에서 소규모로 계속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매우 답답하고 서로의 안부가 궁금한 날들이었어요. 그 마음을 담아 학습관 사람들의 소식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다정노트]란 이름으로 전합니다. 팬데믹 기간 우리들의 배움과 일상의 분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정노트]를 연재하는 시민기획단 나침반은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며 저자를 만나고 강연을 기획합니다. 만남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또 다른 시민과 나눕니다. ============================================ 일제 강점기부터 분단과 유신독재까지, 우리에게는 말할 수 없었던 지워진 비밀 같은 아픈 역사가 있다. 그림책, 동화, 서간문, 그래픽 노블로 기록한 역사 바깥의 역사 이야기를 네 명의 작가가 들려준다. "1950년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 불리는 흥남철수 작전 이후 거제도 포로수용소로 보내진 피난민과 포로들, 그들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의 흔적을 찾아본다." 시민기획단 나침반의 새해 첫 기획강좌는 "아픈 역사 이야기"로 문을 열었다. 누구나 알만한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는 말해줘야 하는. 그래서 누군가는 알아줘야 하는 이야기들을 나누는시간을 갖기 위해 4분의 작가를 모셨다. 그 중 첫 번째 순서로 김지연 그림책 작가가 1월 5일,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의 온라인 줌 현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제가 <백년아이>라는 책을 만들게 된 계기가 저희 할머니 때문입니다. 할머니 임종하실 때가 되어서야 할머니의 정확한 나이를 알게 된거에요. 1919년 생, 97세 때 돌아가셨는데 그때부터 역사의식이라는게 생기더군요. 저는 예술가였고, 우리 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100년 가까이 살다 가신 할머니의 인생을 들여다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김지연 작가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풀어서 그림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100년을 담은 <백년아이>다. 그때부터 한국사 공부에 공을 들였다. 그 중에서 특히 "분단문학"에 관심이 갔다. 한국전쟁에 대해 아이들에게 질문을 해도 "한국과 일본이 전쟁을 했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전쟁 파트를 공부하다가 어린 아이들이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는 사진 하나가 눈에 딱 걸렸어요. "피난민이 왜 수용소에 갇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전쟁에서 잡힌 군인들이 있어야 하는 포로수용소인데 왜 민간인들이 갇혀 있고, 왜 아기들이 있을까 하는 질문이 있었어요." <아기포로>는 그런 질문에서 시작된 그림책이었다. 이 책으로 인해 우리가 전쟁과 평화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고, 나아가 종전까지 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창 전쟁 중에 북한 원산항에서 엄청난 양의 배들이 피난민을 실어나르는 일을 하게 되는데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1만 명 안 되는 사람들을 싣고 남쪽으로 피난을 오게 된다. 처음에 부산에 도착했지만 받아주지 않자 거제도에 내리게 된 것이다. 그 사이에 출산이 이루어져 처음 배에 탔던 인원에서 5명이 늘어난다. 실제로 그 때 태어난 이들이 지금도 거제도에 살고 있다고 한다. "거제도라는 섬 자체가 포로수용소라고 할 수 있는게, 거제도 인구가 본래 10만 명이었어요. 그런데 포로 인구가 17만 명이에요. 거기에 피난민이 또 10만 명이 들어와요. 그러니까 37만 명이 살아난 섬이죠. 원래 10만 명이 살던 섬이.." 거제 포로수용소는 시설에 비해 너무 많은 포로들을 수용해서 생활에 문제가 많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반공 포로와 친공 포로의 충돌이었다. 이들의 충돌은 때때로 폭력사태로 번져서 미군이 총을 쏴 진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은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벌였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명분 없는 싸움에 지쳐가던 미국은 휴전 회담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북한과 대치하는 불안한 상황이 싫었던 이승만은 휴전을 반대한다. 계속되는 휴전 압박에 이승만은 허락 없이 포로들을 풀어주게 되고 혼란에 휩싸인다. 이승만의 단독 행동에 화가 난 미국은 한국에 주둔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결국, 휴전 조약서에는 미군, 중공군, 북한군 이렇게 3주체의 사인만 존재하게 된다. 남한은 연합군에 포함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그 어디에서도 사인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아이들에게는 증오를 가르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을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고 일본도 그만 미워했으면 좋겠고 북한도 미워하지 말았으면 좋겠고... 다 같은 인간이라는 걸 이해하면 전쟁은 이제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죠? 그래서 저한테 온 화두 하나가 "존엄성"이었어요. "존엄성"..." "존엄성"이었다. 존엄성에 대한 생각을 하면 상대방을 감히 해칠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 그럼 당연히 전쟁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김지연 작가는, 존엄성이란 "존재의 요청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우리가 존엄한 사람인 것을 이해하면 타인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고. 그리고 거제도 포로수용소 현장, 교육 모습, 포로들의 다양한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실제로 현재 거제도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이어서 <아기포로> 그림책을 낭독하였다. 처음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불편한" 이야기를 하며 그 안에서 "평화"를 놓치 않으려는 김지연 작가. 한국 현대사에서 <아기포로>는 실존했고, 그 아기포로는 한국뿐 아니라 전쟁이 일어난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존재들이었다. <아기포로>는 묻는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손에 더이상 총을 들게 하지 않기 위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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