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 12월. 학습관의 독서토론진행자과정 6회 강좌가 끝나고 수강생들끼리 후속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 1회 책을 정해서 돌아가며 진행을 하고 같이 토론하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입니다. 참여자 모두 배운 양식대로 1개 이상 논제문을 작성하고, 토론일 하루 전에 그 주 진행을 맡은 이가 논제를 취합해 발제문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1월 22일 모임은 제가 추천한 책, 김찬호님의 <유머니즘>으로 토론했습니다. 5명이 참여했습니다. 읽기가 어렵지는 않았는데, 다 착하고 옳은 소리만 나와서 어떤 지점에서 딴지를 걸고 더 깊은 의미를 묻는 질문을 해야 할지 발제가 난감한 책이라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그럼에도 취합된 논제는 토론을 하기에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별점은 3.0~4.0 정도로 나왔습니다. 유머를 대화에 첨가되는 양념, 심심풀이 정도로 가볍게 보지 않고, 유머를 그 사람의 지성과 인격을 드러내는 지표 등으로 심도 깊고 다층적인 의미를 부여한 저자의 관점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대화에서 유머는 일단 첨가제라는 점, 유머라는 것을 지나치게 고매하게만 보는 시선이 유용한가 하는 점을 들어 유머를 가볍게 보는 기존의 관점 편을 드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경험한 유머의 사례들을 나누면서 많이 웃었고, 재미난 추억이 많이 소환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저자가 제시한 유머감각의 본질 중 하나인 동심과 관련된 유머 사례가 공통적으로 나왔습니다. 다같이 웃는 것 같지만, 그 웃음이 불편하거나 웃음에서 소외되었던 사례들을 나누면서 그런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 혹은 대화의 질과 내용에 대해서도 성찰해 보았습니다. 젊은이들 사이에 놀이처럼 통용되는 MBTI에 대한 논제를 다루면서 관계의 양상, 유머와 놀이의 양상이 세대별로 달라지는 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챌린지 이벤트에 대한 새소식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유머가 구사되고, 그 유머가 건강한 웃음을 유발하려면 무엇보다 편안하고 친밀한 인간관계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면서 코로나로 만남 자체가 봉쇄된 현재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에 다들 공감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떠올리며 감사했습니다. 이번 토론을 통해 우리 중에 우아함 외에 넉살과 슬립스틱 코메디 취향을 겸비한 선생님을 재발견하는 기쁨을 누렸고, 특별히 유머를 잘 구사하는 사람들이 아님에도 우리들 끼리는 즐겁고 재미 있어 우리 모임에 유머가 풍성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머에 대해 토론하면서 다른 때보다 많이 웃을 수 있었던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