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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노트] 다시 쓰는 존재로 오래오래 만나요 (글항아리 안다미로 읽기모임 분투기)

작성자
안수희
작성일
2022.01.25
조회수
2010/2



학습관 [다정노트] 연재를 시작합니다. 코로나19로 학습관이 문을 닫았던 동안에도 시민들의 배움은 온라인에서 비대면으로 혹은 학습관 밖에서 소규모로 계속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매우 답답하고 서로의 안부가 궁금한 날들이었어요. 그 마음을 담아 학습관 사람들의 소식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다정노트]란 이름으로 전합니다. 팬데믹 기간 우리들의 배움과 일상의 분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정노트]를 연재하는 시민기획단 나침반은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며 저자를 만나고 강연을 기획합니다. 만남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또 다른 시민과 나눕니다. ========================================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니 SNS에는 새해 인사가 오고간다. 호랑이 기운이 넘치는 새해 인사 속에는 서로의 안녕을 묻는 다정함이 담겨 있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또 한해를 살아갈 것이다. SNS에서 발견한 이런 문장. “더 이상 그 사람의 안부를 묻지 않는 것, 그것이 이별.” 마음 한구석이 덜컹거린다. 아, 그러고 보니 2021년 서로의 안부를 더 이상 묻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것이 이별이었구나 생각하니 먹먹해진다. 우리는 어쩌다 서로의 안부를 묻지 못하는 사이가 되어 버린 걸까. 그런 내게도 늘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 하고 묻게 되는 읽기모임이 있다.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 읽기모임 ‘글항아리 안다미로’. 2015년 봄, 문학평론가 고영직 선생님의 ‘나와 세상을 위한 글쓰기’강의를 함께 들었던 9명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언제나 열려 있는 모임엔 새로운 분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글항아리 안다미로’는 격주로 1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고 토픽을 정해 글을 쓰는 모임이다. 그동안 100여권의 책을 함께 읽었다. 문학 작품의 비중이 크고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다. 모임에서는 책뿐만 아니라 리장 박종대 선생님(글항아리에서는 모임장을 리장이라 부른다.)이 준비하신 시를 함께 읽고 소감도 나눈다. 일상 이야기도 한 꼭지. 한 달에 두 번 만나 함께 이야기 나누고 헤어지기를 몇 년 이어오다 보니 어쩌면 당연하다고 여겼나보다. 격주 화요일 오전엔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 고고장 공간에 있겠지 싶었다. 너무나 갑자기 일상에 균열이 생겼다. 일상은 더 이상 예전 같을 수 없었다. 감염병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마스크를 썼고 마주치기를 두려워했다. 누군가의 기침소리에 민감한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시절이 열렸다. 외식은 물론 카페에도 가기 꺼려졌다. 사람이 사람을 밀어내야 안전하다고 믿는 시절이었다. 팬데믹으로 학습관의 문이 굳게 닫혔다. 끝을 알 수 없는 시간들이 흐르는 동안 점점 더 학습관에서의 만남이 그리워졌다. 팬데믹은 학습관이 우리에게 어떤 장소였는지 깨닫게 했다. 중단된 것은 상호 교류였다. 모임이 열리지 않으니 SNS 채팅방도 조용했다. 그제야 그 흔한 만남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구나, 이러다 영영 못 만나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조바심이 들었다. 만나고 싶었다 어떻게든. 우여곡절 끝에 다시 문을 연 학습관에서의 모임도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방역 단계별로 조정되었다. 만날 수 있던 시기, 만날 수 없던 시기가 이어졌다. 아크릴 판을 사이에 두고 스페이스X에서 만나기도 했고 모두의 숲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기도 했다. 만날 수 없던 시기에는 줌으로라도 만나야 하나 고민만 깊었다. 계획할 수 없는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지난 해 10월. 모두 백신 2차 접종을 마치고 행궁81.2 카페에서 모였다. 3개월여 만나지 못했던 기간 동안 얼마나 모임을 그리워했는지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동안의 근황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마시며 리장님이 준비하신 시 소개가 이어지고 각자 최근 인상 깊게 읽은 책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모두가 같은 공간에 모여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간. 끊어져버릴 것 같았던 연대의 끈을 다시 연결하는 시간. 모두가 조금은 감격했고 차오르는 즐거움으로 한마음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학습관이 다시 열리기를 소망했다. 우리에게 학습관이라는 장소성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었다. 방역 단계 완화로 다시 학습관에서 만나던 날. 고고장 문에 잼잼 쌤이 붙여놓은 <환영합니다> 안내문이 뭉클했다. 고고장 안의 공기와 오전의 햇살, 함께 읽은 박연준, 최승자 시인의 시, ‘할렐루야’와 ‘가을 우체국 앞에서’가 흐르는 공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김금희 작가의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단편 하나하나를 분석하면서 희망과 힘, 안녕을 물을 수 없는 사회와 정체성을 고민해 보는 시간은 어디에서도 할 수 없는 깊고 넓은 시간이다. 현재 코로나 방역지침에 의해 우리 ‘글항아리 안다미로’는 학습관에서 모임을 열기가 어렵다. 6인 이상 사적모임 제한이라는 지침 때문이다. 사적모임이란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할까? 아마도 학습관 모임은 자주 좌절될 것이다. 어쩌면 그럴수록 우린 지치지 않아야 한다. 가늘게 길게 갈 수 있으려면 오래도록 지치지 않아야 한다. 2021년을 보내며 ‘글항아리 안다미로’ 모임을 중간 점검해 보았다. <‘글항아리 안다미로’ 선정 7권의 책> 올리브 키터리지/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문학동네 안녕 주정뱅이/권여선, 창비 여름의 빌라/백수린, 문학동네 라이팅 클럽/강영숙, 민음사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앤드루 포터, 문학동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허블 슬픈 짐승/모니카 마론, 문학동네 <나에게 ‘글항아리 안다미로’란?> ◎ 인간에 대한 끌림입니다. 자석처럼.(경희) ◎ ‘수호와 함께’에요. 결혼하기 직전부터 함께하기 시작해서 결혼하고 수호를 임신하고, 그리고 출산하고서도 수호와 함께 모임에 나가고.. 사실 혼자의 몸으로 모임에 나간 지 얼마 안 된 것 같아요.(미숙) ◎ 중년에서 노년으로 안전하게 건너가는 징검다리. 글항아리에서 책 읽고 전보다 많이 착해졌다.(종대) ◎ 쉼과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 같다고 할까?(수옥) ◎ 인생선배님들과 함께하는 배움터.(인아) ◎ 친정 같은 곳, 어떤 말을 해도 문제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담고 있었던 말들을 마구마구 할 수 있는 곳. 집에 돌아갈 때는 몸과 맘이 왠지 가벼워진 느낌.(현자) ◎ 나의 시선이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책을 알게 되는 공동체.(순옥) <우리 모임 장수 비결은?> ◎ 인간의 본능과 비슷해요. 읽고 쓰고 싶은 욕망으로 서로에게 끌리니까. (경희) ◎ 끈끈하고 느슨하면서도 따뜻한 우리들의 연결고리, 그 중심을 잘 잡아주고 계시는 리장님, 선생님들 모두가 다른 듯 비슷한 듯 각자의 자리를 잘 지켜주며 곁을 기꺼이 내어주고 언제든 다정한 모습으로 존재해 주는 것.(미숙) ◎ 서로 동화되는 것 같다. 처음부터 비슷한 성향이었을까? 부담 주지 않으면서도 할 것 다 하게 한다.(종대) ◎ 좋은 분들과 함께 해서.(수옥) ◎ 개개인들이 책을 좋아하고 세계를 탐구하며 나에 대해 끊임없이 더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 가득한 아이 같은 마음들이 있다.(인아) ◎ 모든 멤버가 상식이 장착돼 있고 마음이 열려있어 자신의 의견을 말함에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없고 모두가 모임에 애정과 주인의식을 갖고 있어요. 독서를 통해 조금씩이나마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현자) ◎ 서로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마음들이 편안하게 해줘요. 서로 동등한 글 모임의 일원으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들이 모여 과하게 진취적이지 않아요.(순옥) 올해 ‘글항아리 안다미로’의 비전은 하나다. 모두가 한 목소리였다. 다시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 쓰는 사람이 되는 거다. 다시 쓰는 존재로 우리 오래오래 만나요! 강가엔 아직 얼음이 남아 있고 봄은 멀리 있는데, 나 어둠 속에서 깨어 봄을 부르는 땅속 폭발음들에 가슴 두근거리며 귀 기울이지. (메리 올리버/「시골에서 자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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