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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노트] 여는 글: 사랑하던 소리는 모두 잠들고

작성자
신연정
작성일
2022.01.18
조회수
1944/2



학습관 [다정노트] 연재를 시작합니다. 코로나19로 학습관이 문을 닫은 동안에도 시민들의 배움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혹은 학습관 밖에서 소규모로 계속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매우 답답하고 서로의 안부가 궁금한 날들이었어요. 그 마음을 담아 학습관 사람들의 소식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다정노트]란 이름으로 전합니다. 팬데믹 기간 우리들의 배움과 일상의 분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다정노트]를 연재하는 시민기획단 나침반은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며 저자를 만나고 강연을 기획합니다. 만남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또 다른 시민과 나눕니다. ============================================ 여는 글: 사랑하던 소리는 모두 잠들고 한 사회학자가 자신이 처음으로 공부에 기쁨을 느낀 건 아버지 때문이라고 했다. 웬 뻔한 효도 타령인가 싶어 대강 흘려 읽다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를 표현한 부분에서 한참 머물렀다. 자신이 어릴 때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연필을 쥐고 글씨를 쓰면, 아버지는 그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말해줬다고 한다. 아버지는 정말 연필 소리가 듣기 좋아서였을까? 끈기 있게 공부를 하도록 격려하려는 거였을까? 여러 짐작을 할 수 있지만, 서로 곁에 가까이 있고픈 부자의 애정이 ‘쓱싹쓱싹’ 하는 연필 소리에 담겨있는 것만 같다. 사랑스러운 소리다. 지금은 ‘수원시글로벌평생학습관’으로 불리는 ‘수평관’에도 사랑하는 소리가 있었다. ‘싸각싸각’ 거북이 공방에서 나무 자르는 소리, ‘사락사락’ 고고장에서 책 넘기는 소리, 반딧불이 상담실의 전화벨 소리, 봄날엔 바깥 ‘모두의숲’ 텃밭에서 들리는 ‘크적크적’ 호미질 소리 등. 누군가의 다정한 마음이 향한 소리에 우리는 둘러싸여 지냈다. 학습관에서 책을 읽고, 바느질하고, 텃밭을 일구는 학습자 또는 학습관 이용자라 불리는 우리는, 모르는 사이 여러 배움이 깃든 소리에 조금씩 젖어 들어 성장했다. 팬데믹으로 학습관이 문을 닫은 지난 2년여 동안, 우리가 사랑하던 소리는 모두 잠들고, 우리들 또한 목소리를 잃었다. 팬데믹은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를 벌여 놓더니 소통을 막고 소리를 앗아갔다. 위기의 순간 작가들은 우리가 들어야 할 목소리를 대신 들려주기로 마음먹는 모양이다. 연말에 여러 매체가 발표한 ‘올해의 책’에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은유 작가의 『있지만 없는 아이들』, 김초엽,김원영 작가의『사이보그가 되다』등이 눈에 띄었다. 국가폭력 피해자, 미등록 이주아동, 장애인이라는 저마다 다른 이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런데 공통점도 있다. 이들 모두 목소리를 잃은 동료 시민이란 점이다. 학습관 학습자로서 우리도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잃어버린 소리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물론 사람의 목소리도 함께. 사랑하던 소리, 이를 찾는 과정은 팬데믹 한가운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이 될 것이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학습관 학습자들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일종의 ‘학습관 팬데믹 분투기’다. 화요일에는 ‘고고장’, ‘반딧불이 상담실’, ‘거북이 공방’ 등에서 만난 학습관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고, 목요일에는 시민기획단 나침반의 강연 후기와 함께한다. 팬데믹, 단절의 벽을 넘은 소리와 이야기는 힘이 더 센 법. 귀 기울여 보면 배움의 기쁨과 고됨이 우리의 손과 손을 마음과 마음을 연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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