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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획단 나침반 기획 강좌, 아기 포로 (부제: 삶 속에서 평화를 찾다)

작성자
박수빈
작성일
2022.01.05
조회수
2179/2



기나긴 과거의 기억 저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한국 전쟁, 그 안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태도를 향한 나침반이 들어있었다. 전쟁의 산유물인 거제 포로수용소, 이곳에는 저마다의 이유로 잡혀온 몇십만명의 포로들이 있었다. 아무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환경에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증빙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 닥쳐오고,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인해 서로를 의심하고 죽이는 상황까지 팽배했다. 전쟁은 그런 것이었다. 이성적인 사고가 고장 나고 우선순위가 뒤바뀌어 서로의 존엄성을 정치적 이념보다 밑에 두는 악독한 세상. 이 중에는 전쟁에 동원된 미성숙한 소년병들과 갓난 아기들도 있었다. 어른들의 끝이 없는 욕심에 희생된 어린 아이들이었다. 말 그대로의 전쟁통 속에서 보호 받아야 할 어린 아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갓난 아기들을 보호하기 위해 힘썼다. 정치적 이념이라는 방패 아래 서로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찢어갈겨지는 난리 속에서도 그 존엄성을 지키기로 선택하고 이를 위해 그 어린 아이들이 아기 포로를 돌보면서 지켜주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평화를 말할 수 있게 됐다. 평화는 단순히 평안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갈등,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이를 평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정말 많은 부상자와 사상자가 나오고 많은 이들의 자유와 인권, 존엄성을 빼앗아가는 전쟁 속에서 아기 포로를 대하는 소년병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평화로 나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많은 이들이, 아니 모두 다 그 순수한 어린 아이들처럼 서로의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전쟁은 일어날 일이 없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는 전쟁이라는 참혹한 명분 하에 존엄성을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는 공부를 하기 위한 펜 대신에 총을 들고, 학교 교육 대신에 전투를 위한 군사 교육을 받는 어린 아이들이 존재한다. 이 아이들의 존엄성은 누가 빼앗아 간 것일까? 돌려주기 위해서 우린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강의 시간이었다. 그림책 작가이신 강사님은 아이들, 어른 모두의 눈높이에 맞춘 강의를 진행하신다.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강의가 아닌 하나의 긴 시간여행길 위에 오른 기분이 든다. 진행되면서 자유롭게 질문하고 의견을 묻는 과정이 좋았다. 오프라인 강의였다면 더 적극적이고 활발한 교류의 장이 펼쳐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좋고 애정이 가는 강의였다. 그냥 흐르는대로 살아왔던 나의 일상 속에서 눈이 번뜩 뜨이게 되는 강의였다. 알게 모르게 외면해왔던 불편한 진실을 마주 했을 때 그 안에서 비로소 평화를 찾을 수 있었다. 나침반 기획 강좌는 말 그대로 삶에 나침반을 놓아주는 강의다. 대신, 그 나침반의 바늘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강의를 듣고 삶에 적용할 때 비로소 나침반은 내가 향해야 할 곳을 가리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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